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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밥 Nov 09. 2022

첫 시련

화요일 오후 세시 반. 변함없이 딸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딸은 핸드폰이 생긴 초등학교 1학년부터 지금 중학교 1학년까지 학교가 끝나면 꼭 전화를 건다. 자신의 상황을 알리는데 꾸준한 활동 중이다. 전화 목소리엔 그날의 아이 상태가 담겨 있다. 기분이 안 좋은 날엔 축 처져있는데 무슨 일 있냐고 물으면 웬만해선 별일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이날은 달랐다. 


매 학기, 학년이 시작될 때마다 아이는 똑같은 고민이 반복된다. 바로 친구 사귀기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시작된 그놈의 단짝병이 매년 아이를 괴롭힌다. 소녀들이 대거 등장하는 만화를 많이 봐서 그런가 몰라도 그런 만화에서처럼 둘셋, 또는 네 명 이상 그룹을 지어 다니는 소녀들, 그중에서 꼭 핵인싸는 아니어도 싸우지 않고 서로 의지하는 우정을 쌓길 원한다. 미취학 아동일 때야 엄마들 재량으로 친구를 만들어주기도 한다만 커갈수록 그런 일은 점점 멀어지는 게 당연지사고 아이 스스로 자기와 결이 맞는 친구를 찾아가도록 독립심을 키워주는 게 오히려 맞다는 생각이라 친구 사귀는 문제에 내가 관여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화요일 하교 시간에 걸려온 전화 목소리엔 아이의 슬픔이 묻어 있었다. "엄마, 오늘 애들이 좀 이상해. 갑자기 나를 멀리해. 이유를 모르겠어. 자꾸 피해 다녀."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늘 친구 사귀는 일에 힘들어하던 애라 중학교에서도 똑같은 고민이 반복되면 학교 적응이 어려워질까 봐 조바심이 났었는데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무려 9명이나 사귀었다고 좋아했다. 그 친구들이랑 조금이라도 시간을 같이 보내려고 아침 일곱 시 반에 학교를 갔고 보통의 여자 아이들처럼 둘에서 그 이상까지 뭉쳐 다녔다. 여자 아이들 감성에 맞춰 주말엔 인생 네 컷 같은 사진도 찍으며 우정을 쌓아간 아이들이었다. 뭐가 틀어졌는지 아이만 혼자 외톨이가 된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혹시 아이가 무심코 한 말 때문에 친구가 마음이 상한 건 아닐까 같이 고민하다가 오해가 생긴 거라면 시간 지체할 게 아니라 바로 풀어야 하니 메시지를 보내보라고 권유했다. 이 날 아이를 멀리했다는 한 아이에게 '오늘 무슨 일 있었어? 내가 뭐 실수한 거 있니? 나랑 아는 척도 안 하고 피해 다니더라. 나 속상했어. 왜 그런 건지 말해줄래.' 친구한테 답이 왔다. '내가? 너 때문에 그런 거 아니니까 신경 꺼.'라고.

메시지를 같이 확인하던 중 '신경 꺼'라는 말이 거슬렸다. 이거 뭐가 있는 게 분명하다.




이 글은 사실을 바탕으로 쓰는 글이며, 현재 아이가 겪고 있는 따돌림으로 인해 생긴 일들을 실명 거론을 제외하고는 거짓과 보탬없이 작성할 것입니다. 한달 넘게 아이는 힘들어 하고 있고 학교폭력신고는 하지 않은 상태이며 학교측의 해결 방안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한번에 많은 양의 글을 쓸 수 없어 매일 1000자 기준 안팍으로 아이가 겪은 일들을 조금씩 올리려고 합니다.

읽기 불편하신 분들은 걸러주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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