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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밥 Nov 17. 2022

설마 내 아이는 아니길 바랬다

이 글은 사실을 바탕으로 쓰는 글이며, 현재 아이가 겪고 있는 따돌림으로 인해 생긴 일들을 실명 거론을 제외하고는 거짓과 보탬 없이 작성할 것입니다. 한 달 넘게 아이는 힘들어하고 있고 학교폭력 신고는 하지 않은 상태이며 학교 측의 해결 방안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불편하신 분들은 넘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딸의 인생 중 가장 행복해 보였다. 학원을 다녀와서도 피곤한 줄 모르고 친구들과 인스타 라이브를 켜서 깔깔 거리며 나누는 대화를 몰래 훔쳐봤다. 저리도 좋을까. 나는 경험하지 못한 것을 즐기는 딸이 내심 부럽기도 했지만 걱정도 되었다. 예민한 시기의 여자아이들 특유의 오르락내리락 감정 때문에 친구들끼리 등 돌리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 우려는 현실이 되었고 10명 중 한 명, 바로 내 딸은 한 명이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가 무슨 잘 못을 했길래 친구들이 나를 쳐다도 안 보고 멀리하고 옆에 있는 애들까지 불러서 귀속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자기한테 하면 될 텐데 힐끔거리고 째려보면서 외롭게 만든 친구들을 향해 원망이 쌓여갈 즘 더는 못 참겠어서 담임 선생님한테 연락을 취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딸에 대한 일로 의논하고 싶어서 연락드렸습니다.'

담임 선생님은 곧장 답을 주었다. '네. 그러시죠.'뭔가 알고 있는 눈치였다. 우리만 모르는 뭐가 분명히 있다.


아침 아홉 시 무렵 전화가 걸려왔다. 담임 선생님이다. 딸이 친한 친구들한테 지금 따돌림받고 있는 것 같은데 혹시 알고 있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고? 뭐지? 뭘까?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딸이 친구들 중 한 명에 대해 험담을 했고 우연히 반 전체 아이들 개별 상담을 진행하다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딸 말고도 다른 몇 명의 아이들이 동참했는데 상담 과정에서 그 친구들은 먼저 사과를 했고 아직 사과를 받지 않은 딸에 대해서 그 친구들과 한 편이 돼서 딸이 혼자가 된 거라고 했다. 험담이라니 믿기지 않았다. 친구들 무리가 생긴 뒤로 가장 조심시킨 일이었다. 우려했던 일이 딸에게 생기니 아무 생각도 안 나고 갑갑하기만 하다.


한 번에 친구 아홉 명을 잃은 딸의 모습은 하루하루 속이 타들어가는 게 보였다. 학교에 가기 싫은 건 당연하고 담임 선생님 말에 의하면 점심도 먹지 않는 날이 많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부모한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지켜보기만 한 선생님이 야속했다. 딸이 친구에 대해 험담 한 건 잘못한 일이지만 분명 오해가 있었을 테고 딸이 뭔가 억울해하는 게 있었는데 찝찝하게 깔려 있는 걸 걷어내야만 했다. 가만히 지켜만 볼 수 없는 노릇이다. 섣불리 엄마인 내가 개입했다가는 되려 딸이 상처를 입을 수 도 있겠다는 생각에 선생님께 부탁했다. 좋은 기회를 봐서 서로의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고 사과하고 오해 없이 남은 학기 편안하게 다닐 수 있도록 지도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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