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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아 어딨니

by 책사랑꾼 책밥

사람들은 매일 어떤 시간 흐름을 타고 살까 궁금하다. 출퇴근이 정해진 사람들은 지각하지 않으려고 새벽 기상 알람을 맞추고 전 날 회식이라도 있었다면 과음에 시달리지 않으려고 애쓴다. 매주 월요일은 기다려지는 요일보다 오지 않았으면 하는 요일인 사람이 많은 게 직장인 아닐까. 아침에 출근하지 않고 밤에 출근하는 사람은 또 어떨까? 누군가는 먹고 마시고 화려하거나 어두운 조명에 섞여 오늘을 즐기고 있을 때 가장 밝은 불을 켜고 일과를 시작할 준비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매일 어떤 시간 흐름을 타고 살지 궁금하다.


전업주부인 나는 처음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를 출퇴근처럼 하려고 했다. 아이가 눈뜨는 시간이 육아 출근 시간이나 다름없다 보니 낮잠 시간이랑 퇴근 시간만큼은 정해놓고 살고 싶었다. 아이의 시간은 내 계획대로 전혀 될 리가 없었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잠은커녕 종일 칭얼대는데 시간을 썼고 그럴수록 나는 점점 짧아지는 시간 때문에 여유를 잃어갔다.


내가 원하는 육아 퇴근시간은 여덟 시였다. 늦어도 아홉 시엔 주방일도 끝내고 아이도 잠들기를 마쳐야 하루가 보람찼다고나 할까. 내 계획을 알리 없는 아이는 내 등에 업히거나 안겨 있길 원했다. 제발 잠 좀 자달라고 애원했던 그때가 지금은 그립다.


아이는 컸고 나도 앞자리 나이가 3에서 4로 바뀌고 5로 바뀔 시간이 다가온다. 영원히 육아의 시간에 멈출 것 같았다. 전업주부의 보람이라기보다는 아이를 잘 키우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인 게 크다.

육아 출퇴근 시간은 정확하지도 않았고 상여금도 승진도 없는 전업주부의 시간은 느리게만 느껴졌다. 진짜 느린 시간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육아의 전투에서 호르몬의 전투를 시작할 때가 왔다.


이유도 모른 채 아이의 투정을 받았었는데 이제 내가 이유도 없이 투덜거리고 화가 많아졌다. 시간이란 게 참 재밌다. 야속하기만 했던 시간이 다른 이유인 듯 같은 이유로 되돌리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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