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에서 글쓰기로

by 책사랑꾼 책밥

블로그에 오랫동안 책 리뷰를 써왔다. 책 읽는 중간에 마음에 와 닿는 문장을 만났거나 다 읽은 후 기록을 남기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인용문을 넣어 내 경험적 이야기를 꺼내는 작업이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는 '오데렐라'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다. 당시 신데렐라 동화를 자주 보던 둘째는 일에 지쳐 힘들어하는 내가 신데렐라같아 보였나보다. 블로그 이름을 정해야 되는데 나를 딱 표현할게 없었는데 신데렐라는 왕자님과 해피엔딩이었으니까 무기력한 내 삶도 변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성을 따서 지어버렸다.


육아, 살림, 친정엄마, 시아버지, 남편. 나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뗄래야 뗄수없는 존재들로부터 멀어지고 싶었다. 전업주부생활이 9년차에 접어들었을때 아이들을 잘키우고 싶어 시작한 자녀교육서 읽기를 시작으로 나를 찾기 위한 자기계발서로 이어지며 책읽기가 시작되었다. 더이상 흐리멍텅하게 살고 싶지 않다고 다짐하면서 책을 읽은 뒤로 블로그에 기록해갔다.

싸이월드 세대인 나는 답답함을 해소시키기 위해 하얀 네모창에 끄적이며 누군가 내 글을 봐주기 기다리기도 했다. 그 누구든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리고 얼토당토하게 앞뒤 안맞는 모호한 얘기를 풀러놓는 것만으로도 숨이 트이는 경험이었다.


책이란걸 제대로 읽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쌓인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두기 시작했다. 어디까지 내 이야기를 꺼낼지 전혀 계산 없이 날것 그대로 써내려갔다. 정리되지 않은 글들이었지만 내가 앞으로 발전할거라고, 좋아질거라고 응원하는 사람들의 말 한마디가 힘이 되고 계속 쓰게 했다

내가 쓰는 글들은 돌이켜보면 일기에 가까웠다.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의 저자 이유미작가는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점에 대해 이렇게 기술했다.

"일기는 쓰는 사람(나)중심이고 에세이는 읽는 사람(독자) 중심의 글이에요."

일기를 쓸때 어떻게 하면 잘쓸까 고민하고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싸이월드에 그날의 감정을 끄적거릴때 누군가 봐주길 기다리는 마음을 갖고 있었으면서도 잘쓰려고 고민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대로 막 썼던 것은 일기에 지나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브런치나 블로그에 책을 인용해 쓰는 글이나 내 생각정리를 통해 쓰는 글을 다시 보면 아직도 정리되지 않고 여러 에피소드를 한데 묶어서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한다.


애시당초 왜 글을 쓰려고 했는지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채 남들이 잘하는 걸 닮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왜? 다른 어떤 표현수단보다도 글로 나를 보여주는게 편안하게 느껴져셔다. 사람에게서 직접 전달받는 지적과 참견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했고 나와 다른 의견에 마찰을 일으키는 걸 경험하고 싶지도 않았다. 묵묵히 내 눈을 따라오는 글자에 오롯이 의지한채 너만이 나를 안아주는구나 위안삼았다. 그리고 위안이 받아들여질때 비로소 나를 꺼내보인다.


'나'중심의 글에서 읽는 사람이 '그래, 맞아. 나도 그랬지.'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킬 완성된 에세이가 써질때까지

오늘도 나는 한 편의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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