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무척 좋아한다.
'무척'이라고 하니 집에 커피에 관련한 온갖 장비들이 가득할 것 같은데 수동 그라인더 하나, 작년에 들인 네스프레소 미니가 전부다. 밖에서 커피 사 먹는 돈 아끼겠다고 한 개에 590원가량 하는 캡슐커피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커피머신을 샀다.
의도는 좋았으나 캡슐 커피로 내려 먹는 커피 맛도 좋았고, 자주 마시니 캡슐 사는 돈이 더 들어가는 느낌적인 느낌? 게다가 몇 번 마시니 금방 질려서 동네 스타벅스를 굳이 가서 커피를 사 오는 일이 많아졌다. (이럴 거면 왜 산 거니)
내 커피 생활은 고등학생부터였다. 중3부터였나?
아무튼, 커피에 입을 댄 건 친언니 때문이다. 공부하는 언니가 커피 마시면 안 졸려서 새벽까지 거뜬하다는 것이다. 언니가 타 준 커피, 설탕, 프림의 황금비율 1:2:2의 맛은 중3(이때부터로 하자)의 나에게 신세계였다. 씁쓸한데 단맛이 훅 치고 들어와 혀를 달래는 게 공부할 때 이만한 게 없었다.
대신 시험 기간에만 마시는 걸로 언니와 약속했다.
고등학교에 갔더니 학교 자판기 커피맛은 선배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한잔에 150원. 용돈을 아끼지 않아도 언제든 뽑아 마실수 있는 합리적 가격이었다. 이때부턴 시험기간이 아니어도 점심시간에 친구랑 운동장 그늘에 앉아 미니카세트를 같이 들으며 커피를 홀짝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성인이 되어서는 직장에서 내가 탄 커피를 요구하는 사람이 생겨버렸다. 으레 여직원이 커피를 타야 한다는 고정관념, 직장 상사가 출근하면 커피부터 타서 자리로 갖다 주는 게 수학의 정석처럼 여기던 1997년~2000년 사이를 보냈다.
여직원이 커피를 타는 문화는 점차 없어졌지만 그 당시 내가 탔던 황금 비율은 2:2:2였다. 그리고 물은 컵의 절반. 진한 동서커피 알 향과 설탕의 단맛, 프림의 고소함까지. 한 봉지면 해결되는 믹스커피가 아예 있었지만 손수 타는 커피가 가장 맛있었다.
지금은 4,100 원하는 스타벅스 톨 사이즈 커피 한잔 사러 차를 끌고 드라이브 스루를 가는 고급스러운 아줌마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매일 사 마실 순 없다.
아이들이 유치원을 다닐 무렵부터 혼자의 시간이 허락되었다. 매일 아침 아파트 정문에서 유치원 버스를 태워 보내거나 직접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한잔 사 마시거나 아파트 언니가 내려주는 원두커피, 사실 언니가 내려준 커피 때문에 홈카페 생활을 시작했다.
커피용품을 전문으로 파는 매장에 직접 가서 수동 그라인더를 사고, 카페에 납품한다는 원두를 사서 집에서 내려 마셨다. 나한텐 이미 결혼할 때 친구가 사준 커피메이커가 있었고 몇 번 사용했지만 수동 그라인더에 심취해 중고로 팔아버렸다. 그리고 지금은 캡슐커피에 심취해있다.
커피는 나한테 생활 자체다. 기쁠 때 한잔, 우울할 때 한잔, 밤에 잠이 안 오고 마음이 휑할 때도 한잔. 커피 한잔이 주는 위로가 남편보다 나을 때가 많다.
그라인더에 갈리는 원두향이 그리울 때도 있지만 이젠 식탁 옆 인테리어 소품으로 전락했다.
내게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바로 뽑아내는 커피머신이 내 생활을 채워주고 있다.
1일 1 커피로 이어가는 매일매일. 커피 향처럼 그윽한 날이 가득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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