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 대한 깨달음 _ 정약용

by 김진수 밀알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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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몇년 전부터 독서에 대하여 깨달은 바가 큰데 마구잡이로 그냥 읽어내리기만 한다면 하루에 백번 천번을 읽어도 읽지 않은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무릇 독서하는 도중에 의미를 모르는 글자를 만나면 그때마다 널리 고찰하고 세밀하게 연구하여 그 근본 뿌리를 파헤쳐 글 전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날마다 이런 식으로 책을 읽는다면 수백까지의 책을 함께 보는 것과 같다. 이렇게 읽어야 책의 의리를 훤히 꿰뚫어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니 이 점 깊이 명심해라.

- 정약용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중에서

요즘 온작품읽기, 슬로리딩, 한 학기 한 권 읽기 등 독서에 대한 새로운 시선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유행입니다. 천천히 읽고, 정독하면서 그 가운데 삶으로 이끌어낼 만한 요소를 뽑아내어 배움과 삶을 연결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사료가 됩니다.
네이버 책에서 위와 같은 것들을 검색해보아도 최근에 나온 저서들이 계속 쏟아지는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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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모토 다케시의 <슬로리딩>에서 부터 EBS 에서 그와 관련된 일련의 내용이 방송이 되자 더욱 그와 비슷한 독서 접근법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독서법은 고착화 된 것이 아니기에 누군가가 독서에 대한 깨달음이 있고, 자신의 삶에 비추어 하나의 독서법이 나오면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만 한가지는 짚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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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사람 수만큼이나 많은 독서법이 있어. 자신에게 맞는 걸 찾는 게 중요하지.
- 이지성, 스토리베리 <일독> 중에서

위 말은 명심했으면 합니다.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독서법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중의 1명이기에 개인적으로는 무분별하게 남이 하니 따라하는 식 보다는 다양한 것을 접함으로써 자신만의 독서법을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이미 정약용 선생님은 독서의 깊은 의미를 깨닫고 슬로리딩을 하고 계셨던 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릇 독서하는 도중에 의미를 모르는 글자를 만나면 그때마다 널리 고찰하고 세밀하게 연구하여 그 근본 뿌리를 파헤쳐 글 전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저는 이말이 단순히 글자의 '의미'에 국한한 것이 아닌 느낌과 영감을 주는 문구를 만나면 잠시 읽던 것을 멈추고 그대로 베껴 쓰기도 해보며, 자신만의 느낌을 적고 이를 어떻게 삶에 적용할 지 고민도 해보는 등 일련의 행위들을 일컫는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제가 새벽마다 일어나 책속에 있는 글귀들을 필사하고 제 생각의 그물들을 하나씩 만들어 낼 때마다 좋은 것이 한가지 있다면 '기억이 오래 남는다는 점' 입니다. 그리고 많은 독서가들이 가장 중요시 한 '실천'으로 까지 연결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송재환 선생님의 <초등학교 1학년 공부, 책읽기가 전부다>를 통해 만난 법정 스님의 말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좋은 책은 책장을 자주 덮게 만드는 책

이 문구를 읽고 있는데 책을 덮게 만들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읽는데만 치중했던 나머지 읽으면서 좋았던 느낌을 기록으로 남기지도 않고, 그를 통해 삶으로 잘 이끌어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내가 책을 읽어서 그냥 좋은 느낌으로 마치면 그것은 책을 읽은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왔습니다. 그뒤로 책을 읽을 때는 꼭 필기구를 손에 쥐고 생각나는 것, 실천하고 싶은 것 등을 읽으면서 적기 시작했습니다.
김종원 작가님의 <사색이 자본이다>에서 만난 괴테를 통해서도 이와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진심으로 책을 읽으면 10쪽만 읽어봐도 더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진한 충격과 진동을 경험하니.

삶의 속도가 빨리진 요즘 새벽에 일어나 필사를 하고, 그와 관련된 글을 쓰다보니 예전에 독서하던 시간이 현저히 부족해진 것이 사실이지만 책 한 권속에서 뽑아낼 것들을 매일 정리해나가니 한권을 읽는 속도는 늦어도 충분히 책속에 있는 보물을 만나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온작품읽기가 교육으로 들어올 때 처음에는 물음표를 달았지만 지금은 '참 괜찮다'라는 생각입니다. 제가 알게 모르게 그것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한권을 책을 선택하는 것도 저의 몫이요, 그 속에서 삶으로 뽑아낸 것도 저의 몫이요, 읽는 시간, 정성의 안배도 저의 몫이라는 점!
그러나 가르치는 입장이 되어 '교육을 위한' 온작품 읽기에 아무런 준비없이 들어가게 되면 교사도, 학생도 책과 더욱 멀어지게 될 우려도 있기에 가르치는 교사가 먼저 한권의 책에서 자신의 삶을 성찰해보는 느낌을 먼저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온작품 읽기는 이미 과거 우리 조상들의 모습에서 볼 수 있었듯이 매우 중요한 삶을 성찰하는 방법중 하나였기에 긴 호흡을 갖고 쓰여진 책 한권에 감사함을 느끼며 하루를 열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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