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저서에서 도움이 될 만한 요점을 추려내어 책을 만들 때에는 우선 자기 자신의 학문에 주견이 뚜렷해야 판단 기준이 마음에 세워져 취사선택하는 일이 용이할 것이다.
학문의 요령에 대해서는 전번에 대강 이야기했는데 너희들은 벌써 잊어버린 모양이구나. 그렇지 않고서야 왜 남의 저서에서 요점을 뽑아내어 책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의심나는 것이 있다고 다시 똑같은 질문을 했느냐?
무릇 책 한권을 볼 때 오직 나의 학문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으면 추려 쓰고, 그렇지 않다면 하나도 눈여겨볼 필요가 없는 것이니 백권 분량의 책일지라도 열흘 정도의 공을 들이면 되는 것이다.
- 정약용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중에서
개인적으로 책이라 함은 모든 것이 순수한 창작인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창작활동에 머리가 지끈 아팠던 저는 글을 쓴다는 것은 감히 엄두도 낼 수 없을 정도로 저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 인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많은 저서들을 접하면서 비슷한 이야기가 인용이 되어 각자 나름대로 살을 붙여서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인용과 각색은 잘못된 것이 아닌 책속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혹자는 작가와 저자와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하기도 하였습니다.
"작가는 순수하게 창작물을 만든 사람이고, 그 외에는 모두 저자이다."
이 말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중요한 사실은 둘다 모두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글쓰기를 순수 창작이라고 보지 않고 다른 이의 좋은 문장을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여 승화시킨다고 생각하면 쉽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결국 그런 에너지가 쌓이면 자신의 생각의 글이 오롯이 나올 것이라고 여깁니다. 정약용 선생님의 위와 같은 논리를 만나니 더욱 글쓰기에 힘이 붙었습니다.
좋은 문장을 추려서 정리하라!
정약용 선생님 뿐만 아니라 수 많은 독서가들은 이미 그들만의 노하우로 매일 매순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노트에 베껴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는 감동적인 문장을 끼워 넣는 형태로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작문의 요령이기도 하다.
전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내면의 힘만으로 말을 엮어내는 일은 의뢰오 어렵다.
- 사이토 다카시 <독서력> 중에서
인용은 글쓰기 입문자들의 필수 코스다.
인용을 많이 하고 잘하는 사람이 되면 그 사람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5년 후, 10년 후에는 위대한 작가가 되어 있을 것이고 나는 확신한다.
- 김병완 <김병완의 책 쓰기 혁명> 중에서
전 제가 쓴 책들이 모두 온전히 제가 창작한 글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아닙니다. 그저 제가 살아오면서 읽고 경험하고 배운 것들을 재구성하여 낯설게 보이게 하여, 독자들에게 새로운 것으로 보이게 하여, 새롭다는 것을 느끼게 할 뿐입니다.
제가 읽고 배우고 경험하고 접한 모든 것들이 제 머릿속에서 인용되고, 융합되어, 제 의식이 되어, 사고 속으로 파고들어와서 새로운 남다른 시각으로 재정리가 된 것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제가 무에세 유를 창조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인용은 창작의 기초 체력이며, 재료이며, 원료인 것입니다.
- 일본의 편집공학 전문가 마쓰오카 세이고 <지의 편집공학> 중에서
정약용, 사이토 다카시, 김병완, 마쓰오카 세이고 등은 하나같이 이야기를 합니다. 100%의 순수창작이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을 다시 정리한다고!
발명왕 에디슨도 순도 100%의 발명을 하지 않고 그저 누군가가 마지막으로 걸어간 그 자리에서 시작했다고 고백합니다.
나는 마지막 사람이 떠난 지점에서 시작한다.
오늘도 '에버노트'에는 기억하고 싶은 문구들이 하나씩 쌓여 갑니다. 그것은 결국 제 삶을 영글어주는 큰 힘이 됨을 알기에 정리하는 기쁨도 함께 만끽합니다. 하나씩 더해질 때마다 저의 생각도 정리가 되니 1석 다조의 효과를 가져옵니다.
정약용 선생님의 책속에서 좋은 문구를 만나니 참으로 좋은 하루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