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6년 독일, 새벽 3시. 한 청년이 몰래 집을 빠져나왔다. 그날은 청년의 생일이었다. 수많은 친구가 생일을 축하해 주러 달려온 그날 그는 집을 빠져나와 1년 8개월 동안 이탈이라 곳곳을 여행했다. 대체 그는 무슨 사연으로 길을 떠나게 된 걸까? 이 청년은 바로 대문호 괴테다.
더욱 놀라운 건 당시 그가 바이마르 공국의 장관이었다는 사실이다. 만약 당신이라면 '장관'이라는 높은 지위를 버리고 떠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괴테는 변화가 없는 정체된 삶에 회의를 느끼고 떠남을 선택했다.
떠난다는 건 고독을 선택한다는 말이고, 고독해진다는 건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창조의 시작은 단절되고, 혁명은 그렇게 시작된다.
그는 1년 8개월의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자신을 혁명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그는 전과는 다른 내면의 언어를 구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괴테를 이해하지 못한 지인들과 멀어지면서 스스로 고독에 빠져 지내며 세상을 놀라게 할 대작을 써냈다.
'떠남을 스스로 결정한 자만이 사색가가 되어 나를 혁명할 수 있다.'
- 김종원 <생각 공부의 힘> 중에서
2011년 10월.
아내와 저는 이지성, 정회일 작가님의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를 읽고 난생 처음으로 정성을 다해 책이란 것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한 권의 책은 이후 지속적으로 다른 저서를 읽는 데 에너지가 전이가되어 결국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이지성 작가님의 <꿈꾸는 다락방>에서 발견한 '꿈'이라는 키워드!
우리 내외는 한 지인과의 식사속 대화를 통해 '꿈'을 발견하기 위해 바로 이사를 결심합니다.
파주로 가자!
당시 시흥에서 교편을 잡은 지 5년 반이 흘러서 다름 인맥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었고, 생활하는데도 너무 편안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인고도 없는 불편한(?) 곳 파주로 갔습니다.
당시 파주의 이미지는 '승진을 위한 곳'으로 주로 인식이 되어 있었는데 저는 그런 의미보다는 소규모 작은 학교(6학급)를 경험하기 위해 매우 좋은 곳이었기에 발령이 나지 않았지만 12월 27일 이사를 감행합니다. 무조건 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일단 이사부터 한 것입니다. 결론은 대 성공! 원하던 전교생 56명, 6학급에 발령이 나서 아이들과 동고 동락을 2년 6개월 동안 하였습니다.
그곳에서 6명되는 친구들과 지내면서 아이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고, 저는 저대로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지속적인 독서와 독서기록 일지를 작성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를 영상의 세계로 충분히 인도하면서 나름의 교육 영상을 다수 제작 + 공모전 선정 등 다양한 선물을 받은 시기입니다.
제 기억속 최고의 영상 작품을 꼽으라면 전교생이 함께 만든 겨울왕국을 패러디한 '겨울 왕초'입니다.
https://youtu.be/y7CnoSBrRqY
유치원을 포함한 모든 친구들의 얼굴이 나와서 그런지 볼 때 마다 당시 느꼈던 행복한 감정이 느껴집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2년 반만 그곳에 있었고, 6개월은 육아휴직을 통해 전적으로 육아만 하며 지냈습니다.
이것이 저의 첫번째 고독 여행입니다.
2014년 10월.
우리는 또다른 고독을 향해 파주에서 평택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처형이 평택 송탄에 계시기에 함께 육아도 하면서 즐거운 가족 문화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갔지만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서로 다른 스타일과 각자의 내면아이가 만나면서 서로 다른 길을 가야했지요.
우린 예기치 못한 고독을 경험하게 되면서 더욱 고독과 친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평택도 연고가 없는 덕분에 더 처절한 고독의 시간을 갖게 되었지만 감사한 것은 책이 늘 함께 옆에 있었습니다. 감사한 선물로 철저한 독서가의 길을 가게 된 것입니다.
2015년 8월.
우리는 평택에 올 때 집을 너무 쉽게 판단하여 이만 저만 불편한 것이 한 두개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조용한 곳을 찾아 이번에는 안성으로 이사를 결심합니다.
그곳에서 엄청난 선물을 받게 되었습니다. 바로 진짜 독서의 힘과 글쓰기의 힘을 알게 된 것입니다. 고독이 가져온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베토벤을 베토벤 답게 만든 것은 그 무엇도 아닌 고독이었습니다.
청력을 잃은 다음에도 베토벤의 작곡 능력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고, 심지어는 더 향상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세상에서 베토벤은 방해하는 외부 환경의 소리 없이 물질 세계의 경직성에 영향을 받지 않고, 마치 몽상가 처럼 자신이 바라는 대로 자유롭게 현실을 결합하고 재결합해, 이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형태와 구조를 만드는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수 있었다.
- 베토벤을 지켜본 비서이자 전기 작가인 신들러
괴테를 괴테 답게 만든 것은 고독이었습니다.
고독은 좋은 것입니다.
나 자신과 평화롭게 살아가며
무언가 해야 할 것을 확실히 갖고 있다면
- 괴테 / 슈타인 부인 앞으로 보낸 편지
영감은 오직 고독 속에서만 얻을 수 있다.
샤를 단치 <왜 책을 읽는가>에서의 고백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독서는 독특한 본질상 고독 속의 대화가 만들어 내는 유익한 기적이다.
하버드 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던 신학자 폴 틸리히의 말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외로움이란 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하는 말이고, 고독이란 혼자있는 즐거움을 표현하는 말이다.
고독은 내가 부르는 것이고, 외로움은 끌려가는 것이다.
- 김종원 <사색이 자본이다> 중에서
혜민 스님의 말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루 종일 사람들에게 치여 힘들어하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나를 또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가족들 때문에 짜증날 수 있어요.
이럴 때 짜증을 내버린 자신을 너무 탓하지만 말고
혼자 있는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세요.
책방이나 커피숍에 가도 좋고, 성당이나 교회, 절에 가도 좋고, 혼자 조용히 산책을 해도 좋습니다.
홀로 있음은 세상을 잠시 멈추게 해주고 나를 정화시켜 줍니다.
- 혜민스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중에서
쇼펜하우어의 말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혼자일 때,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느낄 수 있다.
초라한 자는 자신의 초라함을, 위대한 정신은 자신의 위대함을 온전히 느낀다.
- 쇼펜하우어 / 김종원 <사색이 자본이다> 중에서
니체의 고백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그대의 과일은 익었으나, 그대는 그대의 과알에 어울릴 만큼 익지 못했구나!
그러므로 그대는 다시 고독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
앞으로 더 무르익어야 한다.
- 니체 / 김종원 <사색이 자본이다> 중에서
고독은 저에게 인생을 살아가는데 무엇이 가치있는 삶인지를 알게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이 새벽이 저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절처하게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나'라는 사람과 대면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주어진 모든 고독한 시간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고독아!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