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책쓰기는 닮은점을 참으로 많습니다.
여행은 떠나는 일이고 책쓰기는 앉아서 하는 일이라고들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두 활동이 생각보다 많이 닮아 있다고 느낍니다. 여행을 준비할 때와 글을 쓰기 시작할 때의 마음이 묘하게 겹쳐지기 때문입니다.
여행을 앞두고 짐을 싸다 보면 이미 마음은 목적지에 가 있습니다. 지도도 찾아보고, 숙소도 알아보고,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풍경을 보게 될지 미리 상상합니다. 책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제를 정하고 자료를 모으며 제목이나 구성을 고민하는 순간부터 이미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떠나보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길을 나서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행도 글도 계획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갑자기 비가 내리기도 하고 길을 헤매기도 하며,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예상치 못한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글 역시 처음 생각했던 방향에서 벗어나거나, 쓰다 보면 전혀 다른 문장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둘 다 완벽한 계획보다는 여백과 여유가 필요합니다. 어쩌면 진짜 재미는 그 예측 불가능함 속에 숨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여행이 낯선 풍경과의 만남이라면, 책쓰기는 낯선 ‘나’와의 만남입니다. 여행에서는 처음 보는 길과 사람, 다른 음식과 문화를 경험합니다. 책쓰기를 하다 보면 잊고 있던 기억, 묻어두었던 감정, 깊은 생각의 조각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바깥세상을 걷는 여행과 마음속을 탐험하는 여행은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작은 순간들이 기록으로 남습니다. 여행에서는 사진 한 장, 영수증 하나, 짧은 메모가 나중에 이야기가 됩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밑줄 그은 문장 하나, 떠오른 단어 하나, 지우고 다시 쓴 문장이 모여 한 편의 글이 되고, 결국 한 권의 책이 됩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보면 모든 순간이 재료였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물론 둘 다 쉽지는 않습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걷느라 다리가 아프고 짐은 무겁고 몸은 피곤해집니다. 책을 쓰다 보면 문장이 막히고 지겨움과 싸우며 스스로를 의심하게 됩니다. 그런데도 끝나고 나면 이상하게도 같은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래도 하길 잘했다.” 그리고 잠시 쉬고 나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다음엔 어디로 갈까? 다음엔 무슨 이야기를 쓸까?”
여행과 책쓰기는 결국 나를 확장하는 일입니다. 떠나기 전과 다녀온 후의 내가 같지 않듯, 쓰기 전과 써낸 후의 나도 달라집니다. 풍경은 나를 넓히고 문장은 나를 단단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길을 혼자 걷는 것 같아도 사실은 누군가와 연결되며 걷는 여정입니다. 함께한 여행 동행처럼, 책쓰기도 나를 읽어줄 누군가와 나란히 걷는 과정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여행을 꿈꾸면서 글을 쓰고, 글을 쓰면서 또 여행을 떠올립니다. 떠나는 일과 써내는 일은 결국 같은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세상을 발견하거나 나를 발견하거나, 그 여정의 이름만 다를 뿐입니다.
오늘도 한페이지 글쓰기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