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전설적인 'L'Entrecôte'의 심플함을 타이페이에 담다.
타이페이의 중심지 다안(Da-an) 지구를 걷다 보면 낡은 건물들 사이에서 온통 새하얀 건물 하나가 모두의 이목을 끈다. 'Swiio Hotel Daan'이라는 이 감각 있는 부띠크 호텔 1층에 바다색 차양을 빼꼼 내린 곳이 오늘의 주인공, 로컬들 사이에서 입소문 꽤나 탄 스테이크집 'Le Blanc'이다.
Le Blanc
주소 : No. 183, Section 1, Da'an Road, Da’an District, Taipei City, 106
영업시간 : 11:30 AM-5PM, 5:30 PM-11:00 PM (매일)
예약 사이트 : https://www.resdiary.com/restaurant/leblanc *예약 필수
전화번호 : +886 2 2700 7770
자리에 앉으면 영문으로 적힌 메뉴가 테이블에 깔린다. 타이페이에서 제일 '힙한' 스테이크하우스인 르블랑은 왼쪽 모퉁이 'OUR STORY'를 통해 바로 스토리텔링에 들어가는데...
Take the stress out of steak. I just want a great steak dinner for a fair price. The rest is details. Let us worry about that.
Simplicity is key.
스테이크에 대해 우리 힘 좀 빼죠.
그저 합리적인 가격의 맛있는 스테이크를 원할 뿐이잖아요.
그 사실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은 한낱 디테일에 불과할 뿐.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해줄게요.
심플함이 답이니까.
르블랑의 모토는 글귀에서 보다시피 '심플함'.
왜, 처음 가는 레스토랑에서 페이지를 넘어 넘쳐나는 메뉴의 다양성에 머리가 하얘지며 만사가 귀찮아지던 경험은 누구나 다 있지 않은가... 음식 외에도 온갖 것의 선택 과잉 시대에 살아가는 손님들에게 르블랑은 속삭인다. "오늘 밤은 그저 힘 빼고 즐겨요. 내가 알아서 해줄게요"
메뉴는 간단하다. 스테이크, 랍스터, 아니면 반반.
그리고 아래 두 가지를 각각 선택.
1) 샐러드 or 수프
2) (스테이크를 골랐을 시) 굽기 정도
주문 끝.
이 심플함이 르블랑의 첫 번째 매력포인트.
샐러드를 고른 어느 날.
신선하고 상큼한 샐러드도, 항상 '따끈하게' 제공되는 저 주먹보다 큰 빵도 쫀득하니 별미.
미디엄-레어로 알맞게 구워진 스테이크와 뜨거운 감자튀김. 르블랑의 매력 두 번째, 저 감자튀김은 '무제한'으로 언제든 리필을 요청하면 다시 따끈하게 서빙된다.
좁은 타이페이인데다 워낙 인기가 좋은 곳이라 종종 셀럽들을 목격하거나 지인들을 만날 때가 있다. 어느 날은 우연히 옆 테이블에서 남편 회사 동료를 만났는데, 운 좋게도 같이 있던 그 동료의 친구가 타이페이에서 손꼽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홍보 매니저 겸 와인 수입업자여서, 테이스팅 차 가져왔던 맛있는 이태리 와인들이 우리 테이블에도 아주 여러 병 넘어왔더랬다. (수지맞은 날)
르블랑의 세 번째 매력포인트, 'Fair price'.
빵, 샐러드(or 수프), 스테이크, 그리고 무제한 뜨거운 감자튀김의 총가격은 NT$1,000원. 한화 38,000원이 채 안 되는 가격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은 르블랑의 빵, 샐러드, 수프는 스테이크의 구색 맞추기식 곁다리가 아니라는 점. 하나하나 단품으로 시키는 것처럼 퀄리티가 좋고 맛이 있다.
보통 첫 번째 감자튀김을 다 먹으면 한번 더 리필을 받아 맥주와 함께 무르익은 밤 2차를 시작. 르블랑에는 내가 대만에서 가장 좋아하는 맥주인 '타이후(臺虎)'를 팔기 때문에 안 시키고 지나갈 수 없다. (참고로 타이후 맥주는 신이취 W Taipei 호텔과 성품서점 가운데 있는 스탠딩 바에서 마셔주면 최고다.)
한국에서 온 엄마랑 함께 방문했던 날은 서비스로 달달한 크레페를 받기도. 한국인이라 생김새가 달라서 그런지 이따금씩 나를 기억해주는 집들이 있다. 한국에선 못 받아본 대접에 그저 황송할 뿐!
세 가지 뚜렷한 매력을 가진 르블랑은 전통적이진 않지만 정체성이 확실한 스테이크 하우스이다.
'Simplicity'와 'Fair price'라는 확실한 모토를 가지고 충실하게 고객을 서빙하는 곳. 장점이 확실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쉽게 각인이 되었고 재방문율도 높다. 오픈이래 3년간 쭉 성황리에 영업 중.
[번외_전설적인 파리의 스테이크 하우스 L'Entrecôte에서 타이페이 Le Blanc의 향기를 맡다...]
일 년 전 파리 신혼여행 때 어쩌다 두 번이나 들르게 된, 관광객이며 현지인이며 가릴 것 없이 밤낮으로 붐비는 전설적인 레스토랑인 'Relais de L'Entrecôte' 와 'Le Relais De Venise'. 두 개 모두 'L'Entrecôte 그룹'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으로 특제 소스를 뿌린 스테이크와 감자튀김으로 유명하다.
한 시간여의 힘겨운 웨이팅 끝에 자리에 앉은 후 '굽기'만 골라주면 주문 끝. 여기는 심지어 메뉴판도 없다. 10분이 안되어 겨자소스 샐러드, 빵, 그리고 특제소스가 뿌려진 스테이크와 감자튀김이 나온다. 감자튀김은 또 무제한이란다. 음, 이 일련의 프로세스를 보고 있자니 우리가 사는 타이페이의 어느 한 곳이 떠오른다.
동시에 남편이랑 눈 마주치고 "혹시 거기...?"
곧바로 핸드폰을 들고 찾아보니, 떡하니 르블랑 소개 첫 줄에 적혀있는 글귀.
Le Blanc is inspired by the hugely successful L'entrecote group of restaurants all around the world
우리는 L'Entrecôte에서 르블랑의 향을 맡았지만 사실 르블랑이 L'Entrecôte의 향을 먼저 맡았구나.
손님이 딱 따끈하게 먹을 수 있도록 스테이크를 두 번에 걸쳐 나누어 서빙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고로 스테이크 양은 저 두 배이다.)
실로 파리 이 레스토랑의 '심플함'에 영감을 받은 스테이크 하우스가 세계 각 도시에 존재한다고 한다.
가까운 홍콩의 'La Vache!' 스테이크 하우스가 그 예 중 하나.
L'Entrecôte와 Le Blanc,
Le Blanc과 L'Entrecôte.
접시에 남은 특제 소스를 바게트에 야무지게 찍어먹으며, 신기한 발견에 대해 한참 수다를 떨다 저문 파리의 첫날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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