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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49m. 에베레스트 원정팀의 비극

팀과 리더

by 윤덕수


1996년 5월 11일,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Mount Everest, 8,848m)에서 발생한 재난은 상업적인 원정팀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사건 중 하나였다. 로브 홀(Rob Hall)이 이끈 어드벤처 컨설턴트(Adventure Consultants)와 스콧 피셔(Scott Fischer)가 이끈 마운틴 매드니스(Mountain Madness) 두 원정대는 총 37명의 등반가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날 23명의 등반가가 정상에 올랐지만, 하산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눈보라로 로브 홀과 스콧 피셔를 포함해 총 5명이 목숨을 잃게 된다. 이 사건을 조직행동의 시각에서 살펴보면,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목표집착의 함정

사건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리더의 ‘목표집착’이었다. 로브 홀은 클라이언트인 더그 한센(Doug Hansen)이 발가락 동상과 후두염으로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정상 등정을 독려했다.


로브 홀은 자신의 회사 어드벤처 컨설턴트(Adventure Consultants)를 통해 여러 차례 성공적인 에베레스트 원정을 이끈 경험 많은 등반가였다. 그러나 전년도인 1995년, 그는 고객들을 정상에 올려놓지 못해 실망감을 가지고 있었다. 1996년 원정에서는 반드시 성공을 거두어 회사의 명성을 다시 회복하고자 하는 강력한 동기를 갖고 있었다.


더그 한센은 이전해(1995년)에 로브 홀과 함께 정상 도전에 나섰지만 정상 직전에 하산해야 했던 경험이 있었다. 이로 인해 한센은 경제적인 투자를 이미 크게 한 상태였고, 두 번째 도전인 이번 등반에서는 꼭 정상에 오르겠다는 강한 집착이 있었다. 이러한 배경은 로브 홀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밝혀졌다.


996년 5월 10일, 에베레스트 정상 등정은 애초 오후 2시가 데드라인으로 설정되었다. 그 시각을 넘기면 어떠한 경우라도 등반을 중단하고 하산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더그 한센은 이미 발가락에 동상이 있었고, 후두염으로 호흡조차 힘든 상황이었음에도 로브 홀은 계속해서 그를 격려하며 정상까지 등반을 지속시켰다.

결국 로브 홀과 한센은 오후 4시가 넘어서야 정상에 도착했다. 이는 원래 설정된 데드라인을 두 시간 이상 초과한 것이었다.


정상 등정이 늦어진 것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 늦은 하산은 예기치 못한 급격한 기상 악화와 맞물려 위험한 상황을 만들었다. 하산 도중 더그 한센의 상태는 급격히 악화됐고, 결국 그는 더 이상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로브 홀은 한센을 구하기 위해 끝까지 그와 함께 있었지만, 눈보라가 강력해지면서 둘 다 하산이 불가능해졌다. 로브 홀은 무전을 통해 베이스캠프와 마지막 통화를 했으며, 구조팀은 기상 악화로 접근할 수 없었다. 그 과정에서 한센은 절벽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고, 로브 홀은 계속 눈보라 속에서 홀로 남아 구조를 기다리다 결국 저체온증과 산소 부족으로 사망했다.


목표집착이란 이미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상황에서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초기 결정에 집착하는 경향을 의미한다. 로브 홀은 이미 투자된 감정적, 물질적 자원과, 성공에 대한 압력 때문에 더그 한센을 정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결정에 계속 집착했다.


연구에 따르면, 목표집착은 특히 리더가 개인적, 사회적 압력을 많이 느끼고 있을 때 극대화된다(Staw, 1981, AMR). 로브 홀은 고객과의 약속, 자신의 과거 실패 경험, 그리고 자신의 회사 명성과 같은 여러 가지 압력 때문에 정상 등정이라는 결정을 포기하지 못한 것이다.


팀 의사결정과 팀 응집력의 문제

에베레스트 등반 로트

1996년 에베레스트 원정 당시, 정상으로 향하는 마지막 500m 구간(특히 힐러리 스텝_Hillary Step)을 포함한 정상 부근의 가파른 지형은 매우 위험한 구간으로, 일반적으로는 원정대가 미리 셰르파(Sherpa)를 보내 로프를 설치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로브 홀(Rob Hall)과 스콧 피셔(Scott Fischer) 역시 본래는 셰르파를 미리 보내 로프를 설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당시 원정팀 리더들은, 이전에 정상에 오른 다른 원정팀이 이미 로프를 설치했다는 근거 없는 소문만 믿고 독자적인 로프 설치 계획을 취소했다. 이 결정은 매우 무책임하고 치명적인 실수였다.



혼란 속 의사결정의 실패


힐러스 스텝의 병목구간

실제 등반 당일, 존 크라카우어(Jon Krakauer)는 셰르파 도르제(Dorje)와 함께 일찍 정상 근처에 도착했으나, 예상과 달리 로프가 설치되지 않았음을 발견했다. 이들은 다른 팀원들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1시간 이상 지체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때 로브 홀의 원정팀의 안전 규정상, 등반가 개인이 로프 설치나 장비 설치와 같은 작업을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다. 즉, 크라카우어와 도르제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독립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었고, 리더인 로브 홀의 지시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한편, 스콧 피셔는 당시 자신의 건강 문제와 체력 저하로 인해 뒤쪽에서 팀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는 팀의 마지막 주자(sweeper)로서의 역할을 맡고 있었는데, 이로 인해 정상 근처의 중요한 상황에서 적절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로프 설치 문제와 관련된 상황 판단과 의사결정에서 전혀 역할을 할 수 없었다.


등반팀 내부의 혼란과 심리적 압박


정상 등정이라는 명확한 목표와 강한 성취 욕구 속에서 등반대는 이미 지체된 일정과 로프 설치 문제로 인해 압박을 느꼈다. 등반대원들은 명확한 리더십 부재와 커뮤니케이션 부족으로 인해 혼란스러웠고, 각자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였다.


특히 로브 홀과 스콧 피셔의 팀 구성원 대부분이 등반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상업 원정팀의 클라이언트였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에서 자율적이고 즉각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또한, 등반대 내부의 응집력(cohesion)이 약해 구성원 간 서로 신뢰와 원활한 의사소통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원정대원들 사이의 낮은 응집력은 긴급 상황에서 서로를 돕거나 상황을 신속히 해결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되었다.


로프 미설치 문제


로프 설치의 문제로 인해 시간 지체가 발생하면서 예정된 하산 시간(오후 2시)을 훨씬 초과한 늦은 시간에야 정상에 도착했다. 이는 에베레스트의 예측 불가능한 날씨 조건을 고려했을 때, 극히 위험한 상황이었다.

늦은 하산 출발은 급격히 나빠진 기상 상태와 맞물려 등반가들의 체력을 극도로 소진시켰고, 급기야 악천후(눈보라)에 휘말리게 했다. 결과적으로 이 로프 설치 문제와 의사결정 지연은 로브 홀, 더그 한센(Doug Hansen), 스콧 피셔 등 여러 인명의 사망을 초래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바는 고위험 상황에서 팀 리더는 소문이나 불확실한 정보에 기반한 결정이 아닌 확실한사실과 원칙에 입각한 명확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팀 구성원들이 명확한 역할과 책임을 가지고 독자적인 판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훈련받아야 하며, 심리적 안전을 통해 자유롭게 의견을 제기하고 즉각적인 대응책을 논의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결론적으로, 이 로프 설치 사건은 에베레스트 원정에서의 팀 의사결정 및 응집력 부족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내며, 조직의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명확한 소통 구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교훈적인 사례이다.



심리적 안전과 대인 영향


등반가들은 리더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심리적 안전(psychological safety)을 느끼지 못했다. 특히 가이드는 리더의 명령을 의심하지 않았으며, 등반가들도 이를 맹목적으로 신뢰했다. 팀 내부의 대인 영향력(interpersonal influence)이 강력하여 객관적인 판단을 흐리게 했다.


당시 원정대를 이끌었던 로브 홀과 스콧 피셔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등반 리더였다. 이들의 등반 실력과 경험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그들 곁에는 그들의 판단을 의심하거나 수정하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클라이언트 등반가들은 물론이고, 전문 가이드들조차 리더의 결정에 맹목적으로 따랐다. 그것이 곧 생존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이다.


왜 누구도 ‘아니요’라고 말하지 못했을까. 그 대답은 바로 심리적 안전의 부재에 있다. 심리적 안전이란, 팀 내에서 개인이 비판이나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나 에베레스트 원정대는 이 안전지대를 갖추지 못했다. 누군가가 위험을 감지했어도, 그걸 말하는 순간 팀의 분위기를 깨뜨리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 침묵했다.


더구나 등반가들은 단지 등산객이 아니라 고객이었다.로브 홀은 더그 한센이라는 고객에게 ‘이번엔 꼭 정상에 오르게 해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미 건강이 악화된 그를 끝까지 이끌었다. 그것은 리더의 역할이 아니라 친구나 감정적 동반자의 선택이었다. 이처럼 정서적 약속은 객관적인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다. 가이드 역시 리더의 결정을 의심하지 않았다. 앤디 해리스는 산소 탱크가 비어 있다는 잘못된 정보를 반복적으로 주장했으며, 무전기를 통한 정확한 확인도 하지 않았다. 만약 그가 한 걸음 물러서서, 리더의 판단을 검토하고 문제를 제기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조직에서는 이런 현상을 ‘집단사고(group-think)’라고 부른다. 비판적 사고가 사라지고, 전체가 하나의 방향만 바라보게 되며, 이견은 조직의 적으로 간주된다. 그 결과 팀은 외부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잃고, 내적 정당성만 강화된 채 위험 속으로 들어간다. 에베레스트 원정대가 그랬다. 날씨는 악화되고 있었고, 산소는 부족했으며, 하산 시각은 이미 지났다. 그럼에도 누구도 돌아가자고 말하지 않았다. 그들은 리더를 절대적으로 신뢰했으며, 침묵을 택했다. 침묵하며 사라진 목소리는 결국, 눈보라보다 더 위험한 것이었다.


팀 회복탄력성(Team Resilience)의 부족

팀 구성원의 건강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회복탄력성의 부족이 문제였다. 피셔는 클라이언트인 크루즈(Kruse)의 건강 문제로 팀 리더의 본분을 저버리고 직접 하산을 돕는 등 개인적 감정이 의사결정에 개입되었고, 이로 인해 팀 전체가 취약해졌다.


회복탄력성은 단순히 위기를 견디는 능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하고, 체계를 유지하며, 필요한 결정을 신속하게 내릴 수 있는 집단의 역량을 뜻한다. 하지만 스콧 피셔가 이끌던 마운틴 매드니스 팀은 그 힘을 갖추지 못한 채, 위기에 맞섰고 결국 쓰러졌다.


당시 팀의 핵심 리더였던 스콧 피셔는 자신의 클라이언트였던 크루즈의 건강 악화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전체 등반대의 지휘를 내려놓고 하산을 함께 감행했다. 문제는 그 순간부터 팀은 사실상 리더를 잃었다는 점이다. 누구도 일정과 장비, 산소 배분에 대한 결정을 내릴 권한이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팀원들은 각자의 속도와 체력에 따라 움직였고, 누구도 전체 흐름을 조율하지 못했다.


스콧 피셔의 선택은 인간적인 배려로 보일 수 있다. 그는 자신의 고객이자 동료인 크루즈를 끝까지 책임지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리더는 팀 전체를 위한 균형 잡힌 판단을 해야 하는 자리다. 리더가 특정 개인에 감정적으로 얽혀 판단을 흐리는 순간, 팀 전체의 운명은 흔들리게 된다. 피셔는 결국 체력과 의사결정 능력을 회복하지 못한 채, 정상 등정 당일 가장 후방에서 뒤처졌고, 이후 눈보라 속에서 생명을 잃었다.


이 사건은 단지 한 사람의 잘못된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팀 자체가 위기를 대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리더 한 명이 빠져도 시스템이 돌아가야 했지만, 그 시스템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대체 리더는 지정되지 않았고, 역할 분담도 명확하지 않았으며, 위기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이나 훈련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팀이 진정한 회복력을 갖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한 사람에게 모든 권한과 판단이 집중되지 않아야 한다. 둘째, 리더는 감정이 아니라 원칙과 기준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셋째, 팀은 상황 변화에 따라 즉시 전환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인식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효과적인 팀 설계 전략



에베레스트 원정 사례에서 드러난 실패의 원인을 바탕으로, 리더가 창의적이고 성과 중심적인 팀을 설계하고 운영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팀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정의하는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 팀원 각자가 무엇을 담당하고 어떤 결정 권한을 갖는지를 명확히 할 때, 위기 상황에서도 혼란이 줄어들고 자율적 판단이 가능해진다.


둘째, 심리적 안전감을 조성하는 소통 문화가 핵심이다. 팀원들이 리더의 판단에 대해 자유롭게 이견을 제시하고, 필요한 경우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집단사고를 방지하고 집단지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


셋째, 유연하고 양손잡이적인 학습 시스템이 요구된다. 탐색과 활용의 균형을 갖춘 팀은 변화와 불확실성에 민첩하게 반응할 수 있으며, 계획 외 상황에도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팀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시나리오 기반 훈련이 필요하다. 리더 부재, 자원 고갈, 건강 문제 등 다양한 위기를 가정한 반복 훈련을 통해 팀은 실제 위기 상황에서도 빠르게 안정화되고, 구조적으로 다시회복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이러한 요소들이 설계된 팀은 단지 성과를 추구하는 것을 넘어, 위기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지속가능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실존인물들 사진

Reference


Edmondson, A. (1999). Psychological safety and learning behavior in work teams.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44(2), 350–383.


O'Reilly, C. A., & Tushman, M. L. (2004). The ambidextrous organization. Harvard Business Review, 82(4), 74–81.


Alliger, G. M., Cerasoli, C. P., Tannenbaum, S. I., & Vessey, W. B. (2015). Team resilience: How teams flourish under pressure. Organizational Dynamics, 44(3), 176–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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