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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서 일하려면

하이브리드 시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by 윤덕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의 방식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특히 팀 단위의 협업은 더 이상 물리적인 공간에 머무르지 않는다. 원격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사람들은 집, 카페, 여행지 등 다양한 장소에서 일하게 되었고, 이 흐름 속에서 워케이션( work+vacation)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하나의 근무 전략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발맞춰 지자체들도 앞 다퉈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만들어 유치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연한 환경이 늘어난 만큼, 그로 인해 생기는 소통의 단절과 몰입도의 저하라는 과제도 동시에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원격과 하이브리드 근무에서 자주 지적되는 문제들은 구성원 간의 연결이 약해진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서로 다른 부서 간 소통이 크게 줄어들었고, 그 결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새로운 정보가 오갈 기회가 감소했다(Yang et al., 2022).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하나 등장한다. 바로 ‘브리징 타이(bridging tie)’다. 이 개념은 쉽게 말해 ‘팀 외부 사람들과의 연결고리’를 의미하는데, 서로 다른 배경과 정보를 가진 이들과 연결되어 있을 때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원격 근무가 늘면서 이 연결고리가 약해지고, 협업의 다양성이 줄어든 것이다.


또한, 실시간 소통은 줄고 이메일이나 메신저처럼 ‘시간차를 두고’ 주고받는 방식, 즉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이 늘어났다. 물론 이런 방식이 편리할 수는 있지만, 감정 전달이나 긴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한계를 드러낸다. 결국 같은 팀이라 해도 점점 고립감을 느끼게 되고, ‘같이 일하지만 따로 노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쌓이면 심리적 거리감도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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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구조적 문제 속에서도, 몰입감을 향상하고 협업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분명 존재한다. 미국의 한 연구는 원격 근무 환경에서 성과가 높은 팀의 공통점을 분석했는데, 그 중심에는 ‘협업 역설(collaboration paradox)’ 개념이 흥미롭다(Luciano et al., 2024). 이는 팀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통일된 방향으로 움직이되, 동시에 각자의 아이디어와 전문성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역설적 상황을 의미한다. 이 균형을 잘 잡아가는 팀이 결국 높은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팀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피드백을 받고, 협업 방식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조정하는 ‘지속적인 점검 과정’에 있었다.


이처럼 팀워크와 몰입을 동시에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또 하나의 전략은 ‘브리징 전략(bridging strategy)’이다. 업무 외적인 만남이나 소통 기회를 통해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고, 협업의 토대를 다지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부서 간 협업 프로젝트를 기획하거나, 온라인 커피타임, 관심사 기반의 소모임을 운영하는 것이다. 한 스타트업에서는 매주 금요일 오후를 ‘랜덤 커넥션 데이’로 정해, 서로 다른 부서의 직원 두 명을 무작위로 연결해 15분 동안 잡담을 나누게 했다. 이 단순한 프로그램이 시행된 이후, 사내 협업 요청 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선배와 신입을 멘토링으로 연결하거나, 사내 콘텐츠 제작 프로젝트에 다양한 직무의 인력을 참여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요한 건 ‘일 이야기’만 하지 않는 것이다. 함께 웃고, 서로를 이해하며 관계를 다지는 것이야말로 진짜 협업의 기반이 된다.




결국, 워케이션의 본질은 단순히 일과 여행을 병행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물리적 장소의 제약을 벗어나, 더 깊이 몰입하고 더 창의적으로 협업하기 위한 새로운 환경을 설계하는 일이다. 장소를 옮겼다고 업무 환경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연결되고, 어떻게 소통하고,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유지하느냐가 협업의 품질을 결정짓는다.


‘놀면서 일한다’는 말은 일을 가볍게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더 잘 몰입하고, 더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워케이션이 일과 삶 모두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 그 연결이 곧 몰입이고, 몰입이 곧 성과다.



우리 팀은 괜찮을까?


협업 역설을 잘 관리하고 있는가?

우리 팀은 다양한 의견을 잘 수용하면서,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 간에 의견이 조화롭게 반영된다.
팀원들은 자유롭게 말하면서도 팀 전체의 목표를 의식하고 있다.


심리적 거리감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 팀원들과 서로 심리적으로 가까운 느낌을 받는다.
원격으로 일할 때에도 팀원들과 소통이 편하다고 느낀다.
일 말고도 팀원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눌 기회가 많다.



Reference


Luciano, M. et al. (2024). Improving virtual team collaboration: Paradox management. Organization Science.

Yang, L. et al. (2022). The effects of remote work on collaboration. Nature Human Behavi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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