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팀은 끈끈할수록 좋다?

팀 응집성(cohesion)

by 윤덕수
끈끈할수록 좋다는 함정


사람들은 보통 팀의 끈끈함이 강하면 강할수록 좋다고 믿는다. 특히 축구처럼 팀워크가 중요한 스포츠에서는 서로가 가족처럼 단단히 연결되어 있을 때, 경기력이 올라가고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팀에서 선수들은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며 같은 목표를 위해 헌신하려 든다. 이것이 바로 팀의 응집력(Cohesion)이다. 그런데 이 끈끈한 응집력도 지나치면 오히려 팀워크를 저해시킬 수 있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왜 그럴까?


지나치게 응집력이 강한 팀의 가장 큰 부작용은 바로 ‘집단사고(Groupthink)’다. 만약 축구팀에서 선수들이 너무 가까워지면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할까 봐 중요한 비판이나 다른 의견을 잘 제시하지 못하게 된다. 예를 들어 팀의 주장이 전술을 제안했을 때, 다른 선수들은 이 전술에 문제가 있더라도 주장과의 관계가 깨질까 두려워 입을 다물게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잘못된 전술을 그대로 실행하게 하고 경기에서 패배를 부르는 원인이 될 수 있다. 1972년에 심리학자 어빙 재니스(Irving Janis)는 이 현상을 집단사고라고 명명하며, 너무 끈끈한 팀에서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어려워진다는 역설을 강조하였다.


또한 응집력이 너무 높으면 팀 외부와 소통이 단절되기 쉽다. 외부의 새로운 시각이나 정보를 수용하기보다 내부의 익숙한 방식에만 의존하게 되어 변화에 대한 민감도와 적응력을 떨어뜨린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트렌드, 기술 변화에 뒤처지는 팀이 되기 쉬워지는데, 이러한 내부지향성이 혁신성과 환경 적응력을 저하시킨다는 것이 다양한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축구팀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조직, 팀에서도 비슷한 양상이다.


팀의 응집력이 과하면 생산성을 저하시킨다

캐나다의 조직행동 연구자 션 와이즈(Sean Wise, 2015)는 연구를 통해 응집력과 성과 간의 관계가 단선적인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와이즈 박사는 캐나다 전역에 분포된 한 기업의 187개 팀을 대상으로 이메일 소통 패턴을 분석하여 각 팀의 구조적 응집력(network density)을 측정했다. 연구 결과, 고성과 팀은 밀도 높은 소통 구조를 보였지만, 지나치게 응집력이 높은 팀은 오히려 성과가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그는 이 관계가 역 U자형 곡선(inversely curvilinear)을 그리며, 응집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정보 과부하(information overload)와 인지적 고착(cognitive lock-in) 같은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Wise, 2015). 즉, 응집력이 높을수록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성과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응집력이 높은 팀은 ‘심리적 안전(Psychological Safety)’과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를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는 리더십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리더는 의도적으로라도 다른 의견이나 비판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팀원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팀 회의에서 일부러라도 특정 팀원에게 "오늘 경기 전술에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을까?"라며 반대 의견을 요청하는 방법이다.


둘째, 감독은 선수들의 역할을 주기적으로 바꿔보거나 로테이션(rotational system)을 통해, 늘 고정된 시각에서만 생각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격수와 수비수의 역할을 훈련에서 교차시켜 서로의 어려움과 장점을 이해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법은 새로운 관점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게 해 준다.


마지막으로 외부의 관점을 적극적으로 유입시켜야 한다. 감독은 다른 팀 출신의 외부 전문가를 초청하여 전술에 대한 평가를 받거나, 해외의 혁신적인 훈련법을 소개하는 등 내부에 신선한 관점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팀은 지나치게 내부로만 향하는 폐쇄성을 극복하고, 균형 잡힌 응집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팀의 응집력은 강할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적절할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끈끈함은 팀의 성과에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지나친 응집력은 팀을 무너뜨리는 치명적인 덫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팀은 이러한 특성이 있다.



Reference


Wise, S. (2015). Can A Team Have Too Much Cohesion?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