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소설
"현주야, 현주야, 뭐 하니?"
주식한다.
"무슨 종목?"
녹십자홀딩스.
때는 바야흐로 2021년 1월 4일 주식 시장의 새해 첫 개장일이다. 여전히 코로나19의 영향력 아래에 있기는 마찬가지인 새해이다.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 위탁 생산 국내 업체로 녹십자를 선택했다는 설이 돌고 있다. 거래량이 터지면서 주가가 상승세이다. 현주는 돌파매매 전략을 자주 사용했다. 비중이 많지 않기에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현주는 십만 원 벌기의 달인이 되고 싶었다. 하루 십만 원씩 적립하면 한 달 20 거래일에 이백만 원은 벌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현주의 주식 투자 소식을 듣고 2021년 여든이 되신 현주의 아버지도 취미로 주식을 하겠다고 선언하셨다. 현주의 아버지는 타자수가 있던 시절 회사 생활을 하셔서 문서 한 장 작성해 본 적이 없으셨다. PC는 물론 핸드폰 기능도 잘 모르시는 어르신이었다. 그래서 주식 HTS나 MTS는 생각도 못 하시고, 직접 증권사 지점에 가셔서 계좌를 만드셨다고 한다. 물론 주식 HTS나 MTS를 알았다 하더라도 누가 아버지 옆에서 늘 알려 드리지 않는 이상 혼자서는 매매를 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아버지는 지점에 직접 전화로 주문하시는 방법을 택하셨다. 현주도 독립을 했고 부모님 두 분이서 사시는 2인 가족이 되었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현주의 아버지는 오백만 원만 넣어두고 더 이상 원금은 늘리지 않기로 원칙을 정하셨다.
현주는 멀리서나마 아버지의 첫 주식 투자를 성공적으로 시작하게 해드리고 싶었다. 눈에 불을 켜고 종목을 찾았고, 드디어 현주에게 포착된 먹잇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녹십자홀딩스.
동시호가와 함께 새해 첫 개장이 준비 중이다. 다행스럽게 녹십자홀딩스가 시초가에 10% 이상의 갭이 뜰 것 같지는 않다. 아버지께 얼른 전화를 한다.
"아버지 50주 시가 주문 넣으세요."라는 말을 전하고 황급히 전화를 끊는다. 그러고 현주도 매수 준비를 서두른다. 43,850원으로 시가 형성 5.66%의 갭으로 출발했다. 이 정도면 양호하다. 현주는 매수를 완료하고 잠시 흐름을 살핀다. 1차 브이 아르를 순식간에 가면서 시간이 생겼다. 현주는 언제든 주식 MTS에서 손쉽게 매도를 할 수 있지만 아버지는 전화연결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아버지, 시가 주문 체결되었나요?" 체결이 되었다고 하신다. "아버지, 그럼 지금 53,900원에 50주 매도 주문 넣으세요. 지금 전화하셔야 돼요." 아버지의 전화 주문 속도는 느리기에 중간에 파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했고, 세력이 뻔한 상한가로 마감하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즉 상한가를 터치만 하고 흘러내릴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짜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현주는 벌써 매도 버튼을 눌렀다. 손가락 단속이 이리 힘든 줄 주식을 통해 알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주의 매매는 끝이 났지만, 아버지의 매매가 남았다. 현주가 제시한 53,900원은 그날의 상한가 가격이다. 온갖 세력들이 몰려든 것처럼 녹십자홀딩스의 주가는 춤을 추고 있다. 2차 브이 아르까지 도달하자 예스라는 생각과 함께 '너무 욕심을 부렸나. 2차 브이 아르에서 매도해도 되는 건데' 싶은 생각도 순간 들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도 잠시 상한가를 말아 올렸다. 월드컵으로 치면 골인 것이다. 감격의 축포, 새해 벽두부터 상한가의 축포를 쏘다니.
평정심을 찾고 있는데 아버지가 전화를 하셨다. "현주야, 팔렸다. 사십구만 원 수익이 났나 보더라. 상한가 처음 해본다. 고맙다" 그렇다. 아버지는 상한가의 맛을 제대로 보셨고, 현주를 달리 보게 되었다.
2021년 1월 4일 메모
오늘 '녹십자'가 들어간 종목은 전체적으로 주가가 올랐다. 녹십자랩셀[144510]은 가격제한폭(29.97%)까지 뛰어올랐으며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005250]도 29.16% 급등했다. 이 밖에 녹십자셀[031390](17.77%), 녹십자웰빙[234690](5.00%), 녹십자엠에스[142280](3.18%) 등도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녹십자가 코로나19 백신 위탁 생산을 한다는 결정적인 문서는 없다는 것이 현주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