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프루스트,『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 스완네 집 쪽으로 1』
마르셀 프루스트의 대하소설『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제1권『스완네 집 쪽으로 1』을 읽었다. 이 책은 풍부한 주석과 등장인물 소개가 잘 정리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차분한 마음으로 읽어 내려가다 보면 포근한 유년의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배경은 콩브레라는 마을로, 낯선 인물이 없는 듯 익숙하고 친밀하게 그려진다.
콩브레는 허구의 마을이지만 실제 배경은 프루스트가 어린 시절을 보낸 일리에이다.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이 지명은 ‘일리에-콩브레’로 바뀌었다고 한다. 1913년 자비로 출판해야 했을 만큼 주목받지 못했던 제1권이었지만, 제2권『꽃피는 아가씨들의 그늘에』가 1919년 공쿠르상을 수상하면서 비로소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프루스트는 1922년 폐렴으로 51세에 세상을 떠났으며, 이후 5편에서 7편(9권~13권)까지는 사후에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민음사에서 총 13권으로 완간되었고, 번역은 프루스트 전공자인 김희영 교수가 맡았다.
1편 스완네 집 쪽으로(1~2권)
2편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3~4권)
3편 게르망트 쪽(5~6권)
4편 소돔과 고모라(7~8권)
5편 갇힌 여인(9~10권)
6편 사라진 알베르틴(11권)
7편 되찾은 시간(12~13권)
『스완네 집 쪽으로 1』의 1부 ‘콩브레’는 두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과거의 냄새가 기억을 불러일으킨다는 '프루스트 효과'로 유명한 마들렌 장면이 어디쯤 나올지 기대하며 읽었다. 작품에 몰입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필요했지만, 필사를 부르고 싶을 만큼 인상적인 문장들이 많아 지루할 틈은 없었다.
이 소설은 자전적 요소가 짙다. 화자는 책을 읽으며 소설가를 꿈꾸는 인물로 그려진다. 어린 시절, 홍차에 마들렌을 적셔 먹었을 때 느꼈던 맛과 향은 그에게 유년의 추억을 선명히 불러일으킨다. 작품은 그러한 기억을 따라 전개된다.
"내가 책을 읽고 있을 때 내 의식은 내 자아의 가장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열망에서부터 정원 끝 지평선 너머까지, 다양한 상태를 동시에 펼쳤다. 그것은 내가 읽는 책의 철학적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에 대한 믿음이었고, 그 풍요와 아름다움을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망이었다." (153쪽)
일찍 잠드는 습관이 있는 화자는 잠에 들고 깨어나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어머니의 키스를 받으며 잠드는 화자의 모습은 사랑스럽게 다가온다. 콩브레 집에서의 기억, 손님들의 방문, 스완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스완은 증권 중개인의 아들로, 상류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으나 검소하고 예술에 대한 관심이 깊었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화류계 여성과의 사랑으로 인해 고뇌를 경험하게 된다. 화자 역시 그 고뇌를 간접적으로 배운다.
화자는 연극을 사랑하지만 극장에 갈 수는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 그는 친구들과 주로 배우에 대해 이야기하며, 문학적 스승으로는 베르고트를 꼽는다. 화자는 스완에게 베르고트가 좋아하는 배우에 대해 묻기도 한다.
"나는 다른 무엇보다도 그의 철학을 좋아했고, 그 철학에 영원히 내 몸을 바쳤다... 철학반에 들어가면 오로지 베르고트의 사상과 더불어 살며 그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174쪽)
콩브레 마을에는 상징처럼 여겨지는 생틸레르 종탑이 있다. 지붕 위로 솟은 종탑의 이미지는 인상 깊게 다가온다. 등장인물들을 살펴보면, 레오니 아주머니(실제 모델은 프루스트의 고모)의 요리사 프랑수아즈는 화자를 정성껏 보살폈다. 속물적 성향을 드러내는 르그랑댕과 베르뒤랭 부인은 부르주아의 계급 상승 욕망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인물들이다. 이처럼 프루스트의 소설에서 스노비즘은 핵심 주제 중 하나다.
좋은 가문 출신의 뱅퇴유 씨는 피아노를 가르치기도 하고, 화자의 집에 초대되기도 한다. 아돌프 할아버지는 화자에게 빅토르 위고나 볼라벨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격려한다.
‘스완네 집 쪽’과 ‘게르망트 쪽’은 두 개의 산책로로, 각각 화자의 감성과 정신을 키운 중요한 공간이다. 스완네 쪽, 즉 메제글리즈 쪽은 스완의 사유지를 지나야 하며 라일락, 산사꽃, 수레국화, 개양귀비, 사과나무 같은 식물들이 있다. 게르망트 쪽에는 비본 냇가가 흐르고, 올챙이, 수련, 금빛 미나리아재비가 등장한다. 그리고 화자의 첫사랑 질베르트가 등장한다.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된 순간, 화자는 날카로운 신선함을 느낀다.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움직일 수 없었다. 붉은빛 도는 금발머리 소녀가 방금 산책에서 돌아온 듯, 손에 정원용 삽을 들고 분홍빛 주근깨 투성이의 얼굴을 들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새까만 눈동자가 반짝였다." (248쪽)
위대한 문학작품을 쓰기 위해 철학적 주제를 탐색한 화자 마르셀에게 콩브레는 '향기 있는 장소'다. 내가 기억하고 싶은 문장은 다음과 같다. 이 문장은 유년의 풍경과 시간, 감각이 통째로 살아 있는 문장이다.
"매해 콩브레에 도착하는 날이면, 내가 확실히 콩브레에 있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 나는 밭고랑들 사이를 달리는 바람을 만나러 그곳으로 올라갔고, 그러면 바람은 내가 그 뒤를 쫓아 달리게 하였다." (256쪽)
걸작이라 불릴 만한 대하소설 제1권을 읽으며 문학적 설렘을 느꼈다. 문장의 수려함을 느낄 수 있다. 유년의 기억, 어린 시절의 공간을 환기시키는 아름다운 독서였다.
한 줄 평 : 콩브레의 향기, 홍차와 마들렌의 맛, 그리고 마르셀의 유년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