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가벼운 고백』을 읽고
지난해 교보문고 이달의 책(8월)에 선정되었고 베스트셀러에 올라서 알게 되었지만, 저자는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냈고,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는 칼럼을 쓴 교수님으로 유명했다.『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와 『공부란 무엇인가』 등을 먼저 읽고 이 책을 봤다면 더 와닿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가벼운 고백』이라는 제목이 마음에 든다. 저자의 신간으로는 『한국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2007년 4월부터 2024년 6월까지, 무려 17년간 쓴 글 중 선별하여 엮은 책이라고 한다. 매일 한 줄의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저자는 “드립은 거짓말, 개소리, 훈계, 망언과 다르며, 기존 언어를 효과적으로 비틀어야 성공한다”라고 말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드립들이 감탄을 자아낼 정도는 아니었지만, 의도하는 바는 알 것 같았다. 다만 드립도 잘못 쓰면 부작용이 따를 수 있겠다. 어쩌면 드립도 재능의 영역일지도 모르겠다. 유행어를 만들어내는 사람, 농담을 잘하는 사람은 분명 따로 있다.
이 책은 계절, 대학과 수업, 영화에 대한 단상을 담고 있다. 산책을 ‘존재의 휴가’라 표현하며 극찬하기도 한다. “사람마다 다양한 재능이 있다. 혹자는 살아남는 데, 혹자는 사는 척하는 데, 혹자는 사는 데 일가견이 있다. 잘 사는 사람은 허무를 다스리며 산책하는 사람이 아닐까.”(218쪽) 허무를 다스리는 것도 재능일까? 나는 무엇에 일가견이 있을까?
“삶의 질을 측정하고 싶다면, 행복의 정도를 알고 싶다면, 근심 없이 아침 산책을 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라.”(39쪽) 여기서 핵심은 ‘근심 없이’일까, ‘아침 산책’일까, 아니면 둘 다일까? 나는 아직 아침 산책을 할 여유조차 없다. 아침을 먹고 나면 그저 설거지하고 쉬고 싶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어쩌다 아침 산책을 나가본 적도 있는데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어색했다. 그래도 '아침'산책을 못할 뿐이지 산책 자체는 즐기는 편이다. 하지만 온갖 자잘한 걱정거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언제 로봇은 인간처럼 되는가. 사리가 생길 때 된다. 언젠가 로봇에게도 스트레스로 사리가 생기면, 그때가 바로 특이점이다.” (163쪽) 스트레스가 많은 날, 이 문장은 묘하게 와닿았다. 스트레스받지 않는 로봇이 부럽기도 하고, 새삼 재발견한 느낌이다.
"소를 잃고 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람이 있고, ‘소 잃고 외양간’이라는 간판을 붙여 관광지로 만드는 사람이 있다.” (186쪽) 지금은 관광지로 만들 실행력이 필요한 시대다. 독서실을 브랜드화해 300억 자산가가 된 사람도 있다. 엠제이 드마코의 『부의 추월차선』도 그런 실행력을 강조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런 재능(사업, 경영 아이디어 등)이 없어서 공부만 했다고 말한다. 물론 공부도 재능이 필요한 영역이다. 우리 아이가 공부로 성공했으면 좋겠다. 김영민 교수님 같은 스승을 만났으면 좋겠다.
한 줄평 : 단문집의 간결함 속에서도 인생의 단상이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