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까지 방영될 동안 <일타 스캔들>이라는 드라마를 그냥 지나쳐 왔었다. 학원가 사교육의 이야기 주제인 줄로만 알고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주말에 <일타 스캔들>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1화부터 몰아보기 하는 즐거움은 한 주간을 기다려야 하는 설렘 이상이었다. 어제는 13화를 본방 사수하기도 했다. 다음 주면 마지막 16화로 끝이 나지만, 다시 한번 돌려보는 시간을 가질 것 같다.
재미와 감동 그리고 생각해 볼거리까지 던져주는 <일타 스캔들>을 즐겁게 보다가 11화에서는 눈물샘이 터졌다. 남해이는 남행선 이모의 딸로 자랐다. "이모한테 그냥 엄마라고 하면 안 돼"라고 남해이가 말한 시점부터 남행선은 남해이의 엄마가 되었다.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하는 것처럼 남해이는 남행선을 엄마라고 불렀고 남행선은 해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런 남해이가 중학생 때 친한 친구에게 행선이 엄마가 아닌 이모라고 고백을 했고, 그 친구는 해이에게 등을 돌려버린 상처가 깊게 남아 있다.
고등학생이 된 해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학원 선생님(최치열)과 사랑하는 이모의 진실한 사랑을 느끼고 행선은 미혼이며 자신의 엄마가 아닌 이모라는 것을 핵인싸방송에서 밝히는 용기를 낸다. 그러고 다음날이 되어 학교를 가는 해이에게 행선은 친구들이 다 알았는데 괜찮겠냐고 묻고 해이는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행성과 해이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나 중학교 때의 상처에도 불구하고 이모의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밝힌 해이의 마음에 감동의 눈물이 나왔다. 고등학교 친구들은 해이에게 멋있다고 말해주었다. "니 탓이냐, 어른들 탓이지"하면서 해이를 응원해 주었다.
<일타 스캔들>에서 행선과 해이의 이야기 다음으로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이 수학 일타 강사인 1조 원의 사나이 최치열이다. 어쩜 그렇게 수학 일타 강사가 잘 어울리는지 배우 정경호라는 사람에게 눈길이 갔고, 정경호 배우의 인생 캐릭터처럼 느껴졌다.
최치열은 가난한 고시원 생활 시절 자신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시던 백반집 사장님을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사람 뱃속에 뜨신 게 들어가야 살만하다"라고 말씀하시던 백반집 사장님에게 자신의 성공을 알리고 싶었는데 백반집도 바뀌고 사장님을 만나 뵙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특별한 운명의 인연은 백반집 사장님의 딸인 남행선과 최치열을 만나게 한다.
최치열과 남행선의 치고받고 하던 만남이 어느 순간부터 러브라인으로 바뀌게 된다. 최치열이 묻는다. "언제부터인데요. 나 좋아한 거" 남행선이 답한다. "글쎄요. 뭐 저런 돌아이가 다 있나 했다가 재수까지 없네 했다가. 왜 저렇게 사람이 차갑지 했다가 추운 사람인가 보다 했다가 은근 따뜻하기도 하네 했다가 걱정했다가 많이 아팠다가 원망스러웠다가 애틋했다가 지금 여기 있네요" 이 대답에 최치열의 모습이 모두 담겨 있다. "나는 처음부터. 이상하게 마음 쓰였어요. 그쪽 보면서 신경 쓰이고 화도 나고 답답하고. 이제 내 인생이 재밌어졌어요. 중요한 걸 잃어버리고 사는 것 같고 잠도 안 오고 했는데, 나에게 귀인이에요." 최치열도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남행선에게 전한다.
해이의 용기 있는 고백이 없었다면 최치열과 남행선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최치열은 남행선이 유부녀인 줄 알고 정리하겠다는 말을 한다. 행선은 그 후 연락두절 된 치열을 찾아 캠핑장으로 가고 "왜요. 왜 그렇게 걱정을 시켜요. 자기 마음대로 사람 마음 휘저어놓고 정리할 거면 잘 좀 하던가. 왜 사람 미치게 해요. 내 말은 걱정했다고요."라고 말하지만, 치열은 마음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이다. "좋아해요. 아니라고 부정도 해보고 이런저런 합리화해 봤는데 피할 데가 없네요. 맞아요. 좋아해요. 그쪽 걱정하지 말아요. 좋아하면 안 될 사람인 거 알아요. 정리할게요. 이번에도 틀린 답을 찾은 건 나니까." 이랬던 두 사람을 해이의 고백이 스캔들이 아닌 로맨스로 만들어 주었다.
<일타 스캔들>은 입시 경쟁과 비리 그리고 어긋난 모정 등의 굵직한 주제도 담고 있고, 극적인 요소를 위한 쇠구슬 살인이라는 요소도 연출하고 있다. 오늘은 그러한 교육과 극적인 연출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최치열과 남행선의 삶과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