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가요정

팅커벨

by 별하늘


별하늘의 창작글입니다.



팅커벨. 우리는 그녀를 그렇게 불렀다. 요정 가루가 뿌려져 나올 것 같은 비주얼, 허리 라인을 강조한 섹시하지만 단아한 원피스, 통통한 볼살에 왼쪽에만 보조개가 들어가는 그녀는 웃을 때 더욱 귀여웠다. 우리는 그녀에게 먼저 말을 걸 순서를 가위바위보로 정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우리의 마음을 들킬까 봐 안절부절못했다. 그녀에게 매료된 우리는 마치 사랑에 굶주린 하이에나 같았다. 이것이 그녀에 대한 첫 기억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유지는 아니어도 시골에 논밭이 좀 있는 집에서 성장해서 S시티로 대학 진학을 했다. S시티에 겨우겨우 적응해 갈 때쯤 그녀가 나타났고, 그녀와 결혼한 사람은 나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나는 그녀, 미희와 혼전계약서를 작성했다. 나만의 팅커벨이 될 수 있다는 데 못해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물론 받아들이기 힘든 조항도 있었다. 3번 양가 모두 명절, 생신 등 기념일을 챙기지 않는다. 미희는 꼭 일이 있어야만 부모님을 찾아뵙느냐면서 가고 싶을 때 언제든지 가기로 하고, 대신 꼭 명절, 생신날이라고 가지는 않겠다고 했다. 우리의 자식 역시 언제든 찾아오는 사람으로 커가길 바라지 꼭 기념일에 만나는 사이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나는 가문의 전통을 중요시 여기는 시골집 장남이다. 가풍을 이어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부모님을 살아생전 설득시킬 방법은 하나도 없어 보였다. 사실은 나부터 생각을 바꾸어야 하는 일이기도 했다. 내가 당연하게 물려받은 역할을 하지 않아도 나는 괜찮을 수 있을까? 결혼을 하고 신랑각시가 되어서 명절 때 나타나지 않는 불효를 나는 할 수 있을까?








미희는 초등학생 때 가족이 하와이로 이민을 갔고, 미희만 S시티로 다시 돌아온 상황이었다. S시티에 전세를 놓고 간 아파트는 몇 번 세입자가 바뀌는 동안 한 번의 내부 리모델링을 했고, 가격은 10배가 올랐다고 했다. 우리가 결혼하면 들어가 살아도 좋다고 부모님께 허락도 받았다고 했다. 남자 체면에 얼씨구나 좋다고 어깨춤을 추며 입지가 좋은 고급 아파트에 들어가는 것을 반길 수만은 없었다. 미희는 이 집을 우리가 살 수 있도록 자산을 불리자고 했다. 그녀는 뭔가 남달랐다. 괜히 팅커벨이라 불린 것이 아니었다. 1번 잠은 각자의 방에서 잔다. 미희는 혼자 편하게 잠드는 습관을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그녀를 안을 수 있는 시간들은 많기에 잠자는 것까지 붙어서 잘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2번 자녀가 생기면 육아휴직은 필수고, 모든 양육을 함께 해야 한다. 이것은 남자의 직장생활도 맘대로 해서는 안된다는 말과도 같았다. 많은 눈치를 봐가며 일을 열심히 해도 승진을 할까 말까 한 생태계에서 반드시 육아휴직을 해야 한다는 조항도 쉽게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4번 가정 경제는 미희가 관리하고 상민이는 적극 협조한다. 미희는 이미 미국주식 배당금이 매 월 오십만 원씩 들어오고 있었다. 미희는 자신이 불합리한 것을 못 참는 성격이라서 일찍부터 자본주의에 눈을 뜨고 돈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나는 그녀가 주식을 하는 줄도 모를 정도였다. 아마도 그녀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몰랐을 것이다. 주식을 한다고 하면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부터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이지 않겠냐며 알릴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인간의 심보가 잘 될 때만 일시적으로 고마워할 뿐 욕심은 자신이 부리고 화는 남한테 낸다는 것이 미희의 생각이었다. 그녀는 주식으로 무엇을 할 계획이 없지만 자신한테 배운 사람이 그것을 어떻게 이용할지 모른다며 자신은 그저 자신의 삶을 조용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때부터였다. 우리만의 작전이 시작된 것이.




No.100***

7,900원 이하

그녀의 작전명이 도착했다.



E통신사가 우크라이나 통신망 재건에 참여한다는 소식에 Q의 추세가 좋다고 했다. Q는 AP장비를 납품하는데 E통신사가 주요 고객사이기 때문에 수혜를 받는다고 말했다. 세력이 너희들 나가라면서 상한가를 말았다 풀었다 하는데 이러다 수틀리면 정말 풀어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종가에서는 유지를 해도 시간 외에서 풀어버리는 경우도 있다면서.

미희는 그러니까 백만 원만 탑승할게요 하면서 데려가 달라고 한단다. 미희가 세력에게 직접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희가 감이 올 때면 나에게 작전명을 보낸다. 일명 상한가 작전명이다. 그녀는 나의 상한가요정이다. Q는 9월 13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 본 소설에 등장하는 설정은 모두 허구이며, 실제 대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C) 별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