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말하듯 나중에 한국어 말고 타국어를 잘하게 되면 나에게 누군가 물어봐줬으면 하는 질문 중 하나다.
"작가님 몇 개 국어 하세요?"
질문을 듣고 질문에 답을 할 때 어깨에 뽕이 가득 차고 코가 길어지면서 답을 하게 될 듯하다. 마치 다국어를 하면 뛰어난 사람인양 자랑하듯 말이다.
저 여러 개 할 줄 알아요
우리는 아이들이 한글을 빨리 깨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른 나이에 외국어 교육을 받게 합니다. 하지만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을 잘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러니 타인의 생각 또한 이해할 수 없고,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요.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을 밀어붙이느라 바쁘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화부터 내는, 서로 저마다 다른 말을 하는 광경을 주위에서 자주 봅니다. 그것은 결국 외국어의 문제로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모국어로 안 되는 건 외국어로도 안 됩니다. 게다가 모든 언어 공부가 결국 시험으로 귀결됩니다. '언어'를 알기는 아는데 그 언어를 '제대로 쓸 줄'은 모른다고 해야 할까요?
저는 소통의 도구로서 언어는 배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배가 항구에 정박되었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항구를 떠나 먼바다로 나가면 크고 작은 문제가 일어나기 시작해요. 어쩌면 그것은 배가 지나간 자리에 생기는 물거품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배와 배가 나아가는 방향을 보아야 하는데 물거품을 보는 데서 생기는 문제라는 것이죠. 이는 정작 메시지를 읽지 않고 그 파장에 집중하는 것과 같아요. 그래서 오해가 쌓이고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라틴어 수업 - 한동일 저 - p. 45~46
책을 읽으면서 문득 생각에 잠겼다.
모국어를 깨우쳐야 하는 나이 5~7세.
언어가 폭등하는 나이 3~5세.
그 나이 때 많은 부모들은 "자녀"를 위한답시고 모국어와 외국어를 배우게 한다.
그 시기에 언어가 노출되면 자연스럽게 언어를 습득할 수는 있겠다.
말의 의미는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느낌을 이해하면서 맥락을 파악해야지 말로써 가치가 생기게 된다. 아직 자국의 문화에 대해 이해하기 전에 외국의 문화를 받아들인다면 후에 어떤 일이 생길까? 그리고 말의 느낌도 알아채기 전에 외국어의 느낌을 먼저 알아채면 어떻게 될까?
나에게 이렇게 반박을 하는 사람이 있을 거다.
"다 내 자녀를 위하는 일이다"
부모 - 자녀의 일상이 아닌 자녀의 학교 생활에서 주로 쓰는 언어를 살펴보면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과 같은 외국어가 많은가? 아니면 한국어가 많은가? 한국어가 많다.
내 초등학생 때를 떠올려보면 그때도 부모님이 했던 말들의 의미, 맥락, 느낌도 몰랐다.
부모님은 A라는 말을 했는데 나는 B로 이해를 했고 부모님은 C를 이야기했는데 나는 Z를 이해했다. 동상이몽으로 이해한 것이 많았다.
위의 "다 내 자녀를 위하는 일이다"라는 말은 과거 내가 부족한 것을 자녀라는 "부캐"로 투사하는 듯하다. 다른 이에게 보여주기 위한 용도로 외국어를 가르치는 것인지 나를 한번 돌아보자.
작금의 시대 학생들이 글은 읽을 수 있지만 뜻을 파악하기 어려운 실질 문해력인 낮다고 한다. 단어도 몰라 단어의 뜻을 알려주느라 시간이 다 간다고 한다. 반대로 영어 단어는 잘 알고 있다고 한다. 이 글을 보고 좋다고 박수 치는 사람이 있을 거다. 대학 가서 편할 거고 직장 가서 편할 거라고 말이다. 좋은 현상이라고 보긴 어렵다.
한글(일상에서 부를 때는 한국어나 한글이나 구분 없다. 글 속에서 구분 없이 부르겠다) 속에는 한자가 많이 녹아져 있다. 평소에 말할 때도 한자로 된 단어들을 스스럼없이 내뱉는다. 내 눈앞에 있는 몇 가지 용품만 얘기하더라도 책(冊), 산(山), 녹차(綠茶), 충전기(充電器), 자동차(自動車), 지하철(地下鐵) 등 다양하다.
세계화된 사회에서 타국의 언어를 일찍 알게 되면 편한 것은 사실이다.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글 속의 참 뜻을 알지 못한다면 대화를 할 때 사람들의 말의 뜻을 모른다. 그리고 서로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다며 화를 내며 불통하게 된다.
이르면 만 나이로 3세, 늦으면 4세 때 우리의 아이들은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자기 생각을 말하게 된다. 부모와 대화하고 자랑하기 위해서 말이다. 처음 사회라고 하며 세상이라고 하는 부모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부모의 생각을 읽게 된다. 말의 뜻, 느낌을 파악하며 단어를 이해하기 위해 말이 생겨난 문화를 의식 저변에 깔려있는 본능으로 파악하게 된다.
이 시기에 부모가 본인 욕심으로 외국어를 잘하면 좋을 듯하여 자녀에게 외국어를 강요하게 되면 위의 시기는 놓쳐버리게 된다. 한국의 문화, 정서, 말의 뜻, 느낌을 손쉽게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를 놓쳐버린다.
이 글은 부모나 예비 부모, 아니면 관심 있는 사람이 읽을 거라 생각해 본다. 그래서 질문해 본다.
여러분은 영어 공부 언제 했나요? 누군가 시켜서 하면 잘했나요? 그게 남았나요? 단어는 남았습니다. 열심히 외웠으니까요. 외국어라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고 잘 보였나요? 안 보였을 겁니다. 어린아이들도 마찬가집니다. 자녀들은 부모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무조건 합니다.
'내가 이것(외국어)을 하면 엄마, 아빠가 행복할 거야'
'지금 이것만 하면 엄마, 아빠가 놀아줄 거야'
'엄마, 아빠가 하라고 했으니 아마 기뻐하시지 않을까?'
위의 생각들이 자녀의 목소리다.
현재는 들어준다. 그 자녀는 결국 지친다.
배터리의 수명이 서서히 닳듯 아이의 내면에 있는 배터리의 수명이 서서히 닳는다.
이런 말이 있다.
자녀는 부모의 욕망을 채워주는 허수아비가 아닙니다.
나중에 되어서, 중학생이 되어서 그 자녀는 부모랑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한다. 이건 다 알거라 믿는다.
하지만, 본인의 욕심 때문에 본인의 희망을 이뤄줄 거라는 욕망 때문에 자녀에게 투자할 거라면 본인이 해라.
본인이 지금까지 해왔던 경험이 있기에 자녀보다 더 빨리 할 수 있다.
다시 제목의 질문을 나에게 던져보면 이렇게 답변할 듯하다.
저는 1개 국어 잘하고 싶어요
글을 쓰는데 한국어, 한글을 공부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
내가 글을 쓰는데 나도 모르게 나오는 단어들이 있다. 사전을 통해 단어의 뜻을 찾아보고 한자가 나오면 한자 뜻을 찾아보고 파자까지 해본다. 그래도 모르는 단어들이 많다.
영어를 잘하는 것도 좋지만 나에겐 한국어를 잘하고 싶은 욕망이 더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