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영상 창작소, 실패는 도전이 된다.
"선생님, 영상을 찍긴 찍었는데 어지러워요."
이게 무슨말인가? 어지럽다니. 원인은 화면의 흔들림이었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휴대폰은 아무래도 저가모델이다 보니 카메라에 동영상 흔들림 보정이 잘 되지 않았다. 또 휴대폰을 손으로 들고다니려니 넓은 각도의 촬영이 잘 되지 않았다.
아이들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 때 함께 하는 선생님께서 '짐벌'을 이야기했다. 이름도 생소한 '짐벌'. 셀카봉 같은 모양에 카메라가 흔들릴 때마다 수평을 유지시켜주게 움직이는 기구였다. 역시 세상은 넓고 배울 것은 많다. 아이들의 눈이 반짝 거렸다. 셀카봉 정도의 가격이겠거니 하며 흔쾌히 "그래. 한번 알아보자."를 외쳤다.
아이들이 귀가 후, 알아본 짐벌의 가격은 최저 5만원부터였다. 현재 가진 예산도 적지는 않지만, 이것으로는 택도 없었다.
문제는 항상 돈이다.
학교에서는 사실 거의 항상 돈이 문제다. 예산을 사용하려고 하면 거쳐야 하는 단계가 너무도 많다. 결국 포기하고 개인 사비를 털어 해결하는 선생님도 있다. 예산의 사용처는 또 어떠한가.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된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러 활동을 위해 돈을 쓰는 데 교사가 거쳐야 할 단계는 참으로 많다. 그래도 짐벌은 이 과정을 거치기 싫다고 사비로 해결하기는 너무 큰 돈이다.
공문을 뒤지기로 했다. 아직 학기 초이니 분명 우리를 지원해 줄 예산이 있을 것이다. 100개가 넘는 공문을 요목조목 뜯어보다가 보니 추가모집 공문이 하나 눈에 띄었다. 학교 주변 안전 지도를 만드는 동아리에게 지원해 주는 예산이 있었다. 바로 이거다.
마감이 당장 오늘 12시까지였다. 쉬는 시간에 후다닥 신청서와 계획서를 작성하고, 교감, 교장선생님께 구두 허가를 우선 맡았다. 교감, 교장선생님의 빠른 결제에 공문이 무사히 나갈 수 있었다.
짐벌을 사고도 남는 돈이 생기게 되자, 다른 장비를 찾아본다. VR카메라가 눈에 띈다. 이걸로 안전맵을 만들어 학교 공식 유튜브에 올리면 새로운 시도가 될 것 같다. QR코드를 활용해 지도를 인쇄하여 배포하고, 이를 다른 아이들과 함께 공유한다면 아이들의 성취감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사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내가 수당을 더 받거나, 대단한 지위가 생기는 건 아니다. 그냥 작은 실패를 딛고 더 큰 도전을 하는 것, 도전하다가 넘어지기도 하지만 일어서서 성취하기도 하는 그 과정을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을 뿐이다.
아이들과 함께 이 과정을 하며 나도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그 기분이 참 좋다. 문제인 돈을 해결하니, 다가올 다른 문제들이 걱정되긴 하지만 뭐 어떠한가. 가장 큰 문제인 돈이 해결되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