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의 허접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타버스 교육을 하는 이유
"도대체 PS5를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야?"
"그래픽이 진짜 멋있어. 사실 이거 하다 로블록스 하면 좀 허접해 보이긴 하지."
PS5를 하다 로블록스 하면 허접해 보인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메타버스 교육을 하며 수없이 많은 책을 읽고, 영상을 보며 공부 하지만 미래의 메타버스와 현재의 메타버스 교육에 거리가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공기청정기 옆에 나란히 놓인 공기청정기를 가장한 PS5는 정말 놀라운 그래픽을 자랑한다. PC 게임과는 또 다른 현실감과 그래픽으로 청각과 시각을 사로잡는다. 캐릭터의 시선을 움직이면 화려한 배경 그래픽이 캐릭터의 시선에 따라 움직인다. 스파이더맨이 거미줄을 탈 때는 조이스틱의 진동까지 느껴져 더욱 실감 난다. 게임 속 실감 나게 생긴 수많은 캐릭터가 내 캐릭터에 맞게 반응도 한다. 닌텐도 스위치가 아기자기한 느낌이라면 PS5는 거대한 세계의 느낌이다. 한참을 보다 다시 돌아와 메타버스 교육을 준비하다 보면 피식 웃음이 나긴 한다.
"메타버스가 허접하다고? 그런 면도 있지."
PS5를 하다가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 작업을 하면 한없이 허접하다. 그럼에도 메타버스 교육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만들어가는 세상이라는 점이다. 주어진 세상에서 선택에 따라 바뀌는 게임의 스토리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세상을 만들어가는 그 과정이 주는 매력이 다시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를 찾게 한다. ZEP이나 게더타운과 같은 메타버스도 마찬가지다. 내가 과정을 기획하여 선보인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물론 여기에 PS5의 그래픽이 들어간다면 더욱 환상적이겠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컴퓨터의 구동 사양 등의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그래픽에 익숙한 아이들은 처음에 메타버스 교육에 사용되는 플랫폼을 보고 허접하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이 하는 게임의 그래픽이 얼마나 위대하고 멋진지 자랑한다. 그 안에서 자신이 얼마나 멋지게 활동하는지 자랑한다. 그러나 그런 아이들도 메타버스 교육을 시작하면 퐁당 그 매력에 빠져든다. 자신이 직접 세상을 만들고 구축해 나가는 창작의 기쁨을 맛보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교육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메타버스 교육은 아이들이 다가올 미래에 대해 체험한다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사실 그래픽이나 기술상으로는 메타버스 플랫폼은 게임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 수많은 투자금이 들어갔고, 지금도 들어가고 있는 게임과 이제 막 걸음마를 내딛는 메타버스 플랫폼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창작의 기쁨, 내가 만들어 가는 세계라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요즘 아이들은 무언가를 만들어 보는 경험이 드물다. 레고도 조립 설명서대로 따라서 만들고, 장난감도 이미 만들어진 것을 가지고 논다. 우리가 어렸을 때처럼 상자로 장난감 자판기를 만들고, 우산으로 나만의 텐트를 만드는 기쁨의 경험이 적다. 아이들은 만들어진 것을 소비하는 데 익숙하다. 과거의 우리가 놀이의 생산자이자 소비자였다면 요즘 아이들은 놀이의 소비자에 가깝다. 그런 아이들을 생산의 경험으로 돌려놓는 것. 아이들이 가장 익숙한 컴퓨터로 생산의 경험을 맛보게 하는 것이 메타버스 교육이다.
하지만 메타버스 교육이 아이들 놀이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우리가 상자로 이것저것 만들듯이 메타버스를 활용해 이것저것 만들어 볼 수 있다. 매일 상자만 가지고 놀지 않듯이 매일 메타버스만 가지고 놀지는 않는다. 수많은 창작 도구 중의 하나가 메타버스인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창작의 기쁨을 맛보고 그 안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
사실 지금도 엄청나게 많은 메타버스 교육 관련 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메타버스 교육과는 거리가 있다. 주로 지금 이루어지는 메타버스 교육들은 교사가 만들어놓은 판에 아이들이 들어와서 체험을 해 보는 형식이다. 아무래도 교육청이나 기관에서 만드는 메타버스는 여러 사람이 손쉽게 사용해야 하고, 보여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제작할 수밖에 없는 한계점이 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메타버스 교육의 핵심은 아이들의 창작이다.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보는 기쁨을 누리는 데 그래픽이 허접한 메타버스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손쉽게 만들어보고 변형해 볼 수 있는 그 차이점에서 메타버스 교육의 의미가 있다.
그래서 허접해도 아이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만든 세상을 보며 아이들은 새로운 뿌듯함을 느낀다. 사실 우리나라는 칭찬에 굉장히 인색하다. 아이들이 자랄수록 칭찬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어렸을 때는 동그라미만 그려도 박수를 치며 칭찬받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웬만한 그림으로는 박수를 받을 수가 없다. 그러나 메타버스에서는 가능하다. 아이들이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오브젝트를 재배치하는 것만으로 창의성을 인정받고 칭찬받을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재미있어하고, 행복해한다.
무엇이든 시작은 항상 어설퍼 보인다. 메타버스도 허접한 이미지가 지금은 어색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많은 과정을 거쳐가며 점점 더 멋진 모습으로 새로운 의미로 우리의 삶 속에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아이들의 환희에 찬 창작의 기쁨을 느끼는 그 표정을 보면 누구라도 메타버스 교육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