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의 나
선생님이 20대때 했던 가장 큰 고민은 사실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였다. 너도 그러니? 물론 결혼이 필수는 아니지만 선생님이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려보니 나를 온전하게 세워줄 수 있는 평생 친구가 생기는 거더라. 나의 꿈을 응원해 주고 옆에 평생 같이 있어줄 친구말이야.
그래서 너에게도 그런 친구가 하나 있었으면 해. 너의 고민을 털어놓고, 너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친구말이야. 너의 아이도 낳고. 선생님은 결혼을 하면서 정말 많이 바뀌었어. 조금 쌀쌀맞았던 성격도 둥글둥글해지고 다른 사람의 실수도 좀 더 너그럽게 봐주게 되었지.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좀 더 귀기울여 듣게 되었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좀 더 생각하게 되었어. 진정한 어른이 되었달까?
네가 꼭 결혼을 하지 않아도 너를 온전하게 세워줄 수 있는 친구는 꼭 있었으면 해. 인생이 외로운 거라고 하지만 그 인생을 외롭지 않게 해주는 건 친구더라. 선생님은 선생님의 배우자가 그런 친구가 되었어. 물론 교사 생활을 하는 다른 친구들도 있지만 매일 옆에서 같이 이야기하는 친구와는 또 다르긴 하지. 그리고 아이를 낳으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 아이가 자라나는 모습,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을 보다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
한번은 선생님이 힘든 아이의 이야기를 마구 풀어놓았더니 선생님의 배우자가 한마디 하더라.
"정말 힘들었겠다. 그래서 그 친구가 미워?"
그런데 그 힘들었겠다는 위로 한마디가 어찌나 마음의 위로가 되었는지 몰라. 그리고 그 친구가 밉냐고 하는 데 그렇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친구가 미운게 아니라 그 친구를 더 많이 품지 못하는 내가 미운거였더라고. 그렇게 내 생각을 깨우쳐 주는 친구가 있어 지치지 않고 이 일을 할 수 있는 거 같아.
그리고 또 선생님이 학교일도 하면서 다른 외부활동도 같이 하는데에 대한 힘든 점을 이야기하면 또 이렇게 이야기하더라.
"정말 힘들겠다. 힘들면 일도 줄이고 쉬었다가 해도 돼. 그런데 진짜 하고 싶은 일인거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확히 짚어주는 말이었어. 정말 일도 줄이고 쉬웠다가 하면 되는 거잖아. 그런데 진짜 하고 싶은 일도 맞고 말이야. 오래 가려면 쉬면서 가야한다는 말을 들으니 훨씬 위로가 되더라.
그러니 너도 너를 온전히 세워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렴. 네가 사랑을 마음껏 줄 수 있고, 또 사랑을 마음껏 받을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이야. 너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너의 기분을 잘 읽어주고 함께 힘든 일을 해도 괜찮은 그런 사람이 너의 곁에 있었으면 좋겠어. 그런 사람이 있으면 삶이 훨씬 풍요로워진단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힘들어도 함께 하면 왜인지 해낼 수 있는 그런 사람. 내가 학교에서 힘든 일이 있어도 훌훌 털고 같이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 말이야.
아이로부터도 정말 많이 배운다. 어제는 선생님이 음악실을 청소하느라 너무 힘들었거든. 그래서 아들한테 오늘 엄마 너무 힘들었어. 음악실 청소하느라 말이야라고 했더니 선생님 아들이
"그러게. 진작 조금씩 했어야지. 팔 주물러줄게."
하는 거야. 7살 머리에서 어떻게 그런 생각이 날까. 근데 정말 아들 말대로 미리 조금씩 했으면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거잖아. 작은 팔로 조물딱 거리는게 어찌나 예쁘고 힐링이 되는지 모른단다. 그러니 너도 그런 기쁨을 누렸으면 좋겠어. 그렇게 작은 사랑으로 힘을 내서 또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있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