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맹샘 Oct 30. 2022

사실 선생님도 아직 성장 중이야.

  내가 너에게 이야기를 쓰며 많이 망설였어. 고작 12년 차인 내가 너에게 해줄 말이 있을까. 내가 갈 앞길은 아직도 20년이 넘게 남았는데 그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까? 그런데 생각을 고쳤어. 12년 차니까 누구보다 잘 말해 줄 수 있는 것들을 말하자. 내가 여태까지 했던 것들을 말하자고 말이야. 오히려 10년 뒤의 너를 보는 거니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사실 선생님도 아직 성장 중이야. 썩 괜찮은 교사가 된 거 같긴 한데 더 괜찮은 교사가 될 수 있을 거 같기도 해. 그래서 젊은 선생님들을 모아 그 선생님들이 자랄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밭을 만들어 주고, 함께 꽃을 피워보려고 노력하기도 하지. 교감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 옆에 붙어서 계속 물어보고 생각하고 답변해. 사실 생각의 차이가 커서 당연히 답답할 때도 있지. 그런데 그게 성장하는 과정이야. 비고츠키의 비계 이론은 평생 적용되는 거더라. 나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딱 그만한 비계를 올려주는 비계 이론 말이지. 그래서 선생님의 이런 말들이 너에게 비계가 되지 않을까? 그동안 선생님에 비계가 되어 준 수많은 일들과 말들을 정리해 본거야.


  아마 선생님이 20년 차가 되면 너에게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지 않을까? 그때까지 같이 교직에 있는 너를 보며, 성장하는 너를 보며 함께 이야기하는 그 순간을 생각하면 벌써 설렌다. 그동안 우리에게는 수많은 제자가 생길 거야. 수많은 너와 같은 제자가 생기고 또 생기겠지. 그래서 교사는 참 좋은 직업이야. 내 생각이 계속 이어지거든. 내가 했던 열정이 아이들과 제자들에게는 계속 남게 된다. 그 남겨진 열정을 보며 교사는 힘을 내. 그게 선생님이더라.


  사실 아직도 가끔 신규 때 했던 생각을 하기도 해. "내가 진짜 선생님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내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일까?" 웃기지? 그런데 더 웃긴 걸 알려줄까? 퇴직을 앞둔 선생님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하신대. 모든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해. 그래서 사람이 성장하는 거야. 교사는 아이들 앞에 더 자주 서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을 하는 거구. 아이들은 그대로인데 나만 계속 나이를 먹는 거잖아. 그러니 함께 변해야지. 함께 성장해야지.


  선생님은 네가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주는 사람이 되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모든 것을 주는 사람을 다른 것을 받을 기운이 없어져. 그리고 애써 고상한 척, 훌륭한 스승인 척할 필요도 없어.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것들을 나누어주고, 네가 행복해지는 교사가 되는 것. 그게 아이들에게도 너에게도 좋아. 그래야 오래도록 함께 갈 수 있단다.


  수업 준비를 한다고 밤새서 준비하고 주말에도 일한다고 훌륭한 교사일까? 매일 교사의 권리를 주장하며 학교의 구성원들과 설전을 버린다고 훌륭한 교사일까? 난 아니라고 생각해. 주어진 근무시간에 성실히 일하고, 그 시간 안에 다른 구성원들과 학생들과 생각을 나누고. 그리고 퇴근하고 주말이 되면 나를 다시 채우는 시간을 갖는 것. 말 그대로 워라밸을 갖추는 게 정말 중요해.


  사실 학교에서 촌각을 다툴 만큼 급한 일은 없어. 가끔 밤에 전화나 연락이 오는 학부모님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다음날 학교에서 처리해도 되는 일들이야. 그거에 스트레스를 받을 거 같으면 안 받아도 된단다. 콜센터가 24시간 하지 않잖아. 그거랑 똑같은 일이야. 너무 친절하거나 너무 다정하려고 할 필요 없어. 내가 지치지 않을 만큼 나누어주는 게 정말 중요해.


  그래서 선생님도 아직 성장하는 중이라고 말하는 거야. 선생님이 20년 차 때는 또 모른다. 밤새서 일하고 또 일하라고 할지도. 그런데 지금은 그래. 그렇게 일해봤는데 지금이 더 행복해. 그리고 아이들도 더 행복해해. 선생님이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해. 알게 모르게 쌓이는 피로는 아이들에게 부담감을 준단다. 그게 제일 중요해. 그래서 선생님은 네가 네 할 일도 열심히 하면서 네가 행복할 만큼 나누었으면 좋겠어. 너의 모든 것을 내어주지 말고, 네가 나누어 줄 수 있는 것만 우선 나누어주면 좋겠어. 시간이 지날수록 나누어 줄 수 있는 게 점점 커질 거니까 너의 그릇을 늘리는 데 집중했으면 좋겠어. 


  선생님은 네가 참 자랑스럽다. 그리고 그런 너를 키운 나도 자랑스러워. 우습게도 교사는 그런 존재야. 제자들의 성장을 자신의 성장으로 여기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존재 말이야. 앞으로 힘들고 어려운 일도 있을 거고, 속상한 일도 있을 거야. 그때 선생님의 이 이야기들이 너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했다. 2년 차일 때나 12년 차일 때나 잔소리 많은 건 여전하지? 직업병이니 이해해주렴. 항상 사랑하고 사랑하는 나의 제자, 너의 앞날을 응원한다.



선생님이 된 나의 제자에게

작가의 이전글 나를 온전하게 세워줄 수 있는 친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