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를 위한 많은 시간들이 새학기를 알차게 한다는 것을 교사들은 안다
3월 1일이 되면 선생님의 마음은 콩닥거린다. 선생님도 새학기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평생 학교를 다니는 것이 선생님이다보니 매번 새학기를 맞이하지만 매번 콩닥거리며 걱정되는 건 막을 수 없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되는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니 당연하다. 학생 때는 어떤 선생님을 만날지, 어떤 반 친구들을 만날지가 걱정이었다면, 선생님이 된 후에는 어떤 학생들을 만날지가 걱정이다. 물론 어떤 동학년 선생님을 만날지, 올해 내가 맡은 업무는 어떨지에 대한 걱정도 함께 있다. 그래도 가장 큰 걱정은 어떤 학생들을 만날지이다.
석면해체공사로 방학 중 정신없었던 교실들을 정리하기 위해 어제도 많은 선생님들께서 나오셔서 교실을 쓸고 닦고 했다. 이사로 인해 없어진 물건들도 채워넣고, 혹시나 남아있을 공사 먼지를 위해 기꺼이 옷과 손을 버려가며 청소한다. 아이들이 교실에 왔을 때 자리를 찾지 못할까봐 정성스럽게 이름표도 써서 붙이고, 썰렁한 교실 뒷판을 보고 실망할까봐 교실 뒷판도 열심히 꾸민다. 아이들은 없지만 학교가 북적거린다. 몸과 마음이 모두 바빠지는 시기다.
준비를 위한 많은 시간들이 새학기를 알차게 한다는 것을 교사들은 안다.
나 역시도 방학에는 다음 학기를 위해 각종 계획서를 써서 내고, 수업 재구성을 구상하며 보냈다. 다음학기에는 어떻게 선생님들과 더 재미있게 연구를 할 수 있을지, 더 많은 선생님들과 함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연구했다. 그리고 어제는 교실 정리와 동시에 입학식을 위한 준비를 했다. 풍선업체와 일정이 맞지 않아 직접 선생님들과 졸업식장을 꾸몄다. 처음 만들어 보는 풍선기둥이었지만 학교가 낯선 아이들에게 좀 더 친근감을 줄 수 있을거란 생각에 힘들어도 만들었다. 포토존도 만들어 평생에 한번 있을 입학식에서 행복한 기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 학교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곳이다. 입학식도 정해진 순서에 따라 진행만 해도 그만이지만 아이들의 웃음을 한번 더 보려고 교사들은 좀 더 노력한다. 교실에 들어서는 아이들이 낯설지 않게 새심하게 준비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며 매번 감탄한다. 아이들이 좀 더 편하고 따뜻하게 교실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더 세심하게 준비하는 것이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외치며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것, 더 멋진 것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한다. 노력한 것이 아이들에게 닿을지를 걱정하며 오늘도 선생님들은 내일 새학기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