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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맹샘 Aug 03. 2021

선생님들은백신 접종을맞으면서도 걱정이다.

화이자 1차 접종을 하긴 했는데...

"맹샘 님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받으셨습니다."


국민 비서 구삐에게 카톡이 도착했다. 초등학교 3-6학년 교사들의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이제 점차적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있다. 전면 등교를 위해 교사들은 한 발 더 빠르게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혹시나 백신 접종을 맞지 못할까 봐 예약이 열리는 날, 많은 선생님들은 밤을 꼬박 새웠다. 혹시나 맞지 못하게 될까 봐, 혹시나 2학기 시작 후에 2차 접종을 맞아서 아이들에게 해가 될까 봐서 말이다. 나 역시도 새벽 3시에 졸린 눈을 비비며 겨우 예약한 소중한 예방접종이었다. 방학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모두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코로나는 안정되어가는 것처럼 보여고, 2학기에 정말 전면 등교가 가능할 것 같았다. 교사들의 예방접종도 이루어진다고 하니 점차 일상으로 돌아가리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희망은 우려로 바뀌었다. 백신 접종을 맞으면서도 나오느니 한숨뿐이다. 아이들이 정말 등교할 수 있을지. 전국에서 일일 확진자가 2000명이 넘으면 4단계 기준 원격수업 전환인데 과연 가능할 지에 대한 생각들이 머리를 스쳤다. 우리에게 일상이 돌아올 수는 있는 것일까.


6살 된 아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코로나에 걸린다며 외출할 때마다 마스크를 꼭꼭 눌러쓴다. 볼 때마다 참 마음이 아리다. 6학년 아이들도 교실에 들어와 코끝까지 마스크를 잘 가리고 있는다. 점심시간에 옆 친구와 이야기하지 않고 묵묵히 그 시간들을 견뎌낸다. 투명 가림막 사이에 아이들의 웃음도 대화도 모두 갇혀버렸다.


방학을 했지만 집에서 아이들이 혹시나 휴대폰만 보고 있는 건 아닐지, 그나마 진행되던 원격수업에서 벗어나 혼자 인터넷 세상을 헤매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다. 연락이 안 되는 아이들도 있고, 연락이 되더라도 선생님의 잔소리는 건성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코로나는 그야말로 감옥이다. 학교에 나와도 감옥이고, 집에만 있어도 감옥 이리라.


화이자 1차 접종을 맞고 뻐근해지는 팔보다 뻐근해지는 머리가 아프다. 2학기 교육과정은 어떻게 짜야할지, 프로젝트 수업은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엉망진창이다. 졸업앨범 촬영도 해야 하는데 가능할지, 작년보다 훨씬 심각해진 상황에서 아이들과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하얀 한글편집창을 띄어두고 몇 자를 썼다가 다시 지우기를 반복한다. 하고 싶은 것, 그동안 아이들과 해왔던 것들을 적다가 코로나에 부딪혀 다시 지운다. 아이들도 지금 그러고 있지 않을까. 백신 접종을 하긴 했지만 전면 등교를 했을 때 아이들과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 제약이 참으로 많다. 모둠활동도 할 수 없고, 체육활동에도 제약이 있고, 체험학습은 불가하다.


개인별 활동으로 아이들에게 필수 역량을 가르칠 수 있을지, 에듀테크를 활용하여 아이들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을 거듭한다. 연수를 듣고, 책을 읽고, 아이를 재운 밤에 컴퓨터를 켜서 작업을 해 보는 시간이 무한히 반복되고 있다.


백신을 맞으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걱정이 되는 상황이다. 돌파 감염으로 인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고, 화이자 2차 부작용으로 인한 2학기 준비가 원활하지 않을까 봐 걱정이다. 방학 중에도 학부모님들의 확진 소식이 전해지고 있고, 아이들도 자가격리를 하고 있다는 소식들이 들려온다.


학교는 가장 나중에 닫고, 가장 먼저 열어야 한다는 말에 깊이 동감하면서도,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여러 선생님들과 아이들도 안전하면서, 학력도 떨어지지 않는 방법들을 자구책으로 생각해 내야만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앞이 보이지 않는 컴컴한 터널을 더듬거리며 가고 있는 느낌이다. 내 뒤에는 우리 반 아이들이 나의 옷깃을 잡고 어두운 터널에서 힘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러니 백신 접종을 하면서도 걱정이 앞선다. 


보통 학교는 2월에 다음 학년도 준비를 마친다. 어떤 것을 어떻게 가르칠지 교육과정을 짜고, 시간 배정도 하고, 프로젝트도 짠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로는 이 과정 자체가 의미가 없어졌다. 등교일은 매번 바뀌었으며 등교 방법도 바뀌었다. 2학기가 전면 등교 일지 3/4 등교 일지 몰라 우선 두 안을 모두 준비해서 방학 때 교육과정을 다시 작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백신을 맞은 팔의 뻐근함이 걱정 가득한 머리의 뻐근함보다 덜 할 수 있겠는가.


아이들에게 일상이 돌아오길 바라며, 마스크를 쓰지 않고 아이들과 모둠활동을 행복하게 할 날을 바란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에서라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 바라며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다. 그간 글을 쓸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산재한 일들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머릿속이 복잡하여 글을 쓴다는 것이 마음의 부담으로 가득했다. 내가 정작 펼칠 교육과정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데 글을 쓴다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졌다. 


2주간의 치열한 고민 끝에 이제 어느 정도 마음의 방향이 정해졌다. 그런데 또다시 등교 방안이 바뀔 수 있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화이자 2차 접종을 할 때는 부디 여러 걱정들이 정리가 되기를 바라고 또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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