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아이디어로 시작된첫걸음
미처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다. 길어지는 온라인 수업으로 지친 아이들이 교실 첫걸음으로 메타버스 온 책 읽기를 제시했다. 역시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은 디지털 원주민이다. 요즘 세대는 스마트폰을 아이 때부터 만지는 디지털에서 태어나고 자란 디지털 원주민이라더니 그 말이 딱 맞다. 우리 세대는 어릴 때 스마트폰이 없어서 뒤늦게 합류한 디지털 이주민이라고 하던데 메타버스를 활용하면서 실감한다. 매일 공부하고, 또 공부하지만 원주민을 따라잡을 재간이 없다.
아이들이 공부를 하면서 하고 싶은 것을 말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연구해 보고 대부분 오케이 한다. 온 책 읽기를 하려면 모둠별로 공간을 나누어야 하는데, 그 공간은 충분히 나올 것 같다. 샘플 템플릿을 활용하면 되니 말이다. 교실 하나를 만들고 모둠별로 방을 하나씩 주면 딱이겠다. 다소 버벅되기는 했지만 클릭 몇 번으로 우리들의 온라인 교실이 처음 마련되었다. 첫걸음 치고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밤새 준비해 다음날 짜잔 하고 들고 나왔다.
"우와, 신기하다. 엄청 재미있어. 빨리 들어와서 앉아. 책 읽게."
이토록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작년 그 기나긴 코로나의 어둠 속에서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간 느낌이다. 친구와 교실에 앉아서 오손도손 이야기하고,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얼마 만에 보는 것인가. 줌에서 수없이 많은 모둠 수업을 했지만 이건 좀 달랐다. 줌에서는 아무래도 공간적인 거리가 있었는데, 메타버스 안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움직이면서 친구의 얼굴을 보며 대화할 수 있었다. 아바타가 있기 때문에 같은 공간에 있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었다. 게임을 하듯이 왔다 갔다 거리면서 아이들은 신이 났다. 나란히 아바타로 의자에 앉아서 책 읽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사실 처음에 이 시도를 한다고 동학년 선생님들께 말씀드렸을 때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너무 게임 같은 거 아닐까.
아이들 중에 못하는 아이들이 있지 않을까.
선생님이 아이들의 돌발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을까.
다양한 우려들은 모두 내가 컨트롤할 수 있었다. 게임 같은 모습이긴 하지만, 화상으로 얼굴이 함께 나오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같은 공간의 느낌을 줄 것이다. 게임에서는 보상이 있어서 자극적이지만 이건 그런 즉각적인 보상이 따라오지 않기 때문에 자극적인 면이 훨씬 덜하다. 아이들 중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줌을 틀어두고 동시에 게더 타운에 접속하도록 했다. 학급에서 접속을 어려워하는 학생은 놀랍게도 2명뿐이었다. 아이들의 적응력은 정말 놀라웠다. 2명도 한번 설명해 주니 금세 접속하여 게더 타운으로 옮겨갔다. 아이들의 돌발상황은 Spotlight라는 기능을 활용했다. 이 기능을 켜면 모든 아이들의 얼굴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또 실제 교실처럼 모둠별로 돌아다니며 지도했다. 이로서 가장 우려하던 부분들이 해결 가능했다.
사실 이 작업을 하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아이들의 빠른 적응력과 흥미도였다. 아이들은 내가 처음 접속해서 버벅되던 것과는 달리 정말 빠르게 입장하여 버튼을 조작했다. 모둠별로 금세 모여 온 책 읽기 도서에 몰입했고, 자신들의 감정을 줌에서보다 훨씬 솔직하고 자유롭게 표현했다. 오히려 교실보다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이야기했다. 아바타가 있어서 자신의 앞에 보호막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온 책 읽기를 하며 이토록 반짝이는 눈이라니 놀라웠다.
사실 온 책 읽기를 함께 읽으면서 교실에서도 고민이 많았다. 마스크를 써서 서로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아서 우리는 내용을 이해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읽는 행위 자체에 집중해야 했다. 그만큼 몰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메타버스 안에서는 달랐다. 아이들의 입모양도 보이고, 아바타가 같은 공간에 앉아 있다. 우리는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 것에 보다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40분이라는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갔다.
각 교실에 있던 아이들을 불러 냈다. 모두들 쪼르르 쫓아 나왔다. 우리는 실제 교실과 같은 공간에 앉아 소감을 자유롭게 이야기했다. 아이들의 환한 얼굴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었다.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벌써 다음에 할 것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로 인해 교실과 온라인 상에서 제한적으로 했던 것들을 오히려 발전시킬 수도 있겠구나. 잘만 활용하면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해내는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들이 나를 다시 한번 설레게 했다.
동시에 직감적으로 또다시 일이 커질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의 온라인 상 예절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메타버스 내에서의 예절교육의 필요성과 사용법들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교사인 나의 노력은 더욱 커질 필요가 있었다. 그래도 아이들의 환한 웃음을 보니 다시 한번 시작해 보고 싶은 욕심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