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경험, 새로운 시각
"선생님, EBS미래교육플러스팀입니다. 메타버스 관련 교육한 내용 영상으로 담고 싶어서 연락드렸어요."
"학교에서 메타버스 활용하는 모습 촬영하고, 선생님과 잠깐 방송국에 모셔서 이야기 듣는 방송이에요."
방과 후 아이들을 보내고 정신없이 교실을 정리하던 시간, 교실 전화가 울렸다. EBS미래교육플러스팀 작가라고 소개하는 목소리를 들었다. 메타버스로 영상회도 하고, 통일 방탈출 게임도 하면서 학생들과 활동한 것들 관련해서 기사가 여러 번 났었는데, 그것을 보고 연락이 온 것이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였다. 우선 관리자분들께 의향을 물어봐야 할 것 같다고 하고 연락처를 주고받고 전화를 끊었다.
동료 선생님들께서는 좋은 기회라고 하시면서도 우려의 말씀을 표하셨다. 아이들의 얼굴이 나가는 일이니 민감한 일 일 것 같다. 혹시나 부정적인 피드백이 오면 상처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의 말씀을 더해주셨다. 교감, 교장선생님께도 가서 조언을 구했다. 교감, 교장 선생님께서는 좋은 기회이니 한번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하셨다. EBS미래교육 플러스 방송을 찾아보니, 나도 이미 여러 번 시청한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교사가 잠깐 나가서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었다. 꽤 길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사실 부담이 좀 되었다.
고민 끝에 아이들에게 슬쩍 의사를 물어봤다. 코로나로 인해 1/2등 교만하고 있어서 5일 중 3일만 나오는 아주 작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촬영을 해도 될지 사실 고민이 많았다. 학부모님들께서도 어떻게 받아들이실지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그런데 이런 나의 걱정과는 달리 아이들의 대답은 호쾌했다.
"와. 선생님. 좋아요. 나가고 싶어요."
사실 내심 아이들이 거부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나같이 밝은 얼굴로 좋다고 한다. 아주 자연스럽게 나가는 것으로 확정되었다. 혹시나 있을 서면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 부모님들께 일일이 전화를 드려 설명드렸다. 방송의 취지는 무엇인지, 어떤 활동으로 나가게 되는지에 대해서 상세히 말씀드리며 상담도 함께 겸했다. 부모님들의 반응도 내 생각과는 다르게 아주 좋아하셨다. 아이들에게 너무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하시며 본인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분도 계셨다.
방송 촬영은 생각보다 길게 이루어졌다. 5분이 나간다고 해서 길어야 2시간 정도를 예상했는데, 동아리 아이들의 내용까지 담 자하니 10시부터 17시가 넘게 촬영이 이어졌다. 교실에서 2시간 정도 촬영을 하고, 동아리 아이들을 또 2시간 촬영하고, 우리반 학생 중 한 명의 집에 가서 또 촬영을 했다. 처음 피디님을 만났을 때 꽤 긴 과정이 될 것 같다고 한 말이 절로 이해되었다. 정말 촬영은 엄청난 체력이 요구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학교에서의 촬영이 끝났다. 사실 메타버스를 방송에 담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그 안에서 활동하는 복잡성과 소재의 낯섬,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디테일함 등을 방송에 담기 쉽지 않았다. 미리 연락 주신 작가님들도 그 부분을 고심 중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인지 최대한 다양하고 많은 장면을 담아가셨다.
촬영본을 방송 전에 미리 보내주셔서 확인하였는데, 정말 우리의 많은 활동들이 압축적으로 잘 드러나있었다. 물론 디테일한 방탈출 규칙까지는 담아내기 어려웠다는 PD님의 말씀이 있었다. 그래도 메타버스에서 이루어지는 내용을 이 정도로 담아내 주시다니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도 인터뷰를 한 모습을 보며 너무도 좋아했다. 자신들이 말을 너무 잘한 것 같다며 귀여운 웃음을 지어 절로 행복해졌다.
스튜디오 촬영을 위해 다른 선생님께 수업을 부탁하고 스튜디오 촬영에 갔다. 처음에는 긴장이 되었지만 영상에서 아이들 얼굴이 나오니 절로 웃음이 지어지며 긴장이 풀어졌다. 대본을 미리 쓰긴 했지만 대본보다는 그때 그때 질문에 답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스튜디오는 방송에서 나오는 것보다는 작게 느껴졌고, 내 얼굴은 아주 크게 느껴졌다. 모니터링용 화면을 보니 얼굴이 달덩이처럼 뽀얗고 커다랗게 나왔다. 방송에 나오는 연예인들이 실제로 보면 엄청 말랐다던데, 모니터링용 화면을 보니 정말 모든 것이 이해가 갔다.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했던 메타버스 내용을 이야기 나누어 재미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방송이 드디어 방영되는 날, 우리의 줌 수업은 13시 10분에 끝나지만 13시에 벌써 방송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함께 10분 정도 시청을 하다가 각자 티브이로 보라고 하니 정말 쏜살같이 다들 나가 티브이 앞에 앉았다. 연신 아이들의 연락을 받으며 나도 함께 시청했다. 조리 있게 말한 부분만 편집해 주시는 능력 덕분에 우리의 이야기가 잘 전달되었다. 아이들도 너무 재미있는 추억이 되었다고 좋아했다.
항상 새로운 것은 부담이 있다. 설레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이번 방송 출연도 그랬다. 아이들과 힘든 코로나 시기에 재미있는 추억을 하나 남길 수 있어 설레었다. 하지만 낯선 내용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두렵기도 했다. 방송날까지 내심 마음을 졸였다. 방송이 나가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들도 있었다. 아이들과 후속 활동으로 메타버스 안에서 지켜야 할 메티켓 메타버스 구축하기, 패들렛에 메타버스 활용할 때 주의할 점 적어보기 등 우려의 목소리들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어른들이 걱정하는 것보다 아이들을 훨씬 성숙하고, 자기 절제가 가능하다. 어른들이 어떤 울타리를 만들어 주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능력은 천차만별로 반영이 된다. 나는 보다 큰 울타리를 만들어 주었고, 그 울타리 안에서 지켜야 할 규칙들을 함께 고민하면서 울타리의 범위를 점점 넓혀갔다. 그렇기에 메타버스에서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아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었다.
다음 주에는 동아리 학생들이 만든 VR메타버스 안전지도 박람회가 예정되어 있고, 아이들과 직업 세계 탐험 메타버스 만들기도 마무리 지어야 한다. 세계지도 메타버스도 완성해야 하고, 그 사이에 학예회도 진행해야 한다. 숲 체험도 정리해야 하고, 팝아트도 해야 하고, 젤 캔들도 만들어야 하고, 졸업앨범 편집도 해야 하고 정말 할 일이 태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 때문이다. 방송 출연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 한편에 따뜻하고 행복한 기억이 가득 차 있기를, 그 기억으로 힘들 때 어려움을 넘어설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할 새로운 수업을 준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