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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맥스 Aug 21. 2024

코칭 실패 이야기

 아들의 코칭 실패담 2/2

   너무 오랜만에 후속 글을 올리다 보니 내용 연결이 잘 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지난번 편을 먼저 읽어 보시면 도움이 되실 거 같습니다. 다시 전편에 이어서 이야기를 이어가  봅니다.


   아들의 학창 시절 부모로서의 코칭 실패담을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고교 시절의 아들은 부모와 높은 담을 쌓고 살았습니다. 더 이상 대화도 오고 가지 않았고 마치 남남이 되어 버린 것 같았습니다. 부모에게 반항이라도 하듯이 학업 성적은 더욱더 나빠졌습니다. 어렵게 수시로 대학 진학했습니다.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고교 시절의 서먹함이 어느 정도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그 여파는 남아 있었습니다. 서로의 대화는 극히 드물었고 마음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꼬여있을 때 사람의 마음은 다가가면 갈수록 멀어져 버리는 듯했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다가갔느냐 일 겁니다. 소통을 한답시고 일방적인 생각 전달에 급급했던 지난 시간들 속에서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아들과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딱히 관계가 틀어졌다고 서로 말은 하지는 않았지만 느낌으로 알 수 있는 서먹함이 존재하고 있었죠. 고등학교 시절에 코칭을 한답시고 쏟아 내었던 다양한 말들 속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가 여전히 크게 자리 잡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쉽사리 마음의 문이 열리지는 않았습니다. 어느 날 해병대로 군입대를 했습니다. 군대 다녀오면 생각이 많이 바뀔 거 같다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평소 대화를 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요즘 군대는 18개월로 짧기도 하지만 병영 생활동안 휴대폰을 쓸 수 있게 바뀌어서 예전의 우리 때의 군생활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부모로서 군에 보내는 아들을 애처롭게 바라봤지만 그 속마음을 알 수 없으니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제대를 하고 또 시간이 흘러서 어느덧 대학 4학년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마음의 벽이 많이 허물어졌지만 여전히 깊은 대화는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빠진 아들은 집에서도 여전히 저와의 깊은 대화는 없었습니다.


   제가 코칭을 배우면서 다시 학창 시절의 아들과의 상황을 복기해 보았습니다. 그 당시 성적에 대한 부모의 불만을 있는 그대로 아들에게 쏟아 내며 마치 코칭을 한다고 생각했던 어리석음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어떻게 하면 좋겠다는 충고나 조언을 한다고 해도 정작 우리 자신은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어찌 보면 단순한 사실인데 저는 그동안 잘 몰랐습니다. 순수한 부모의 마음으로 조언을 한다고만 생각했지 아들의 입장이 되어보지를 못했던 것이지요.


   코칭을 배우게 되면 제일 중요한 부분이 코칭 실습입니다. 제가 코치가 되어 보기도 하고 고객 역할이 되어 보기도 합니다. 코치는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야만 상대방인 고객이 충분히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며 성찰을 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 단순한 원리를 코칭 고객으로의 실습을 해 보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코치가 하는 조언이나 제안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코칭 질문처럼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위 열린 질문을 받았을 때 저의 생각의 회로가 긴박하게 돌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조언해 주는 이야기들은 흘려듣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아들 상황에 대입을 해 봅니다. 학창 시절 당시에 본인도 답답하고 힘들었을 텐데 왜 공부를 안 하냐는 부모의 조언이나 다그침이 귀에 들어 올리가 만무했습니다. 오히려 마음의 문을 더 꼭 닫게 만들어 버리는 말들이었습니다. 공감의 경청도 없이 그냥 부모인 제 생각만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면 알아들을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말입니다. 물론 생각을 얘기해 보라는 말을 여러 번 했었지요. 그건 이미 감정의 골이 파이고 난 뒤였습니다. 코칭 실습을 해 보니 이제야 느껴지더군요.


   고객 역할을 할 때 제 생각을 얘기하는데 코치가 자신의 얘기들을 덧붙이는 경우에는 그냥 듣기가 싫어지더군요. 그래서 코치의 역할에서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이 경청을 하되 충조평판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고객 스스로 생각하고 깨닫게 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마음의 변화나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는 원리였습니다.


   조금만 더 일찍 코칭을 배웠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들과의 대화에서 제 생각을 빼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생이 된 아들에게 여전히 인생의 뒤에 올지 모르는 후회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언을 하려고 하는 저의 생각들을 중단했습니다. 이때부터는 아들의 생각을 들으려고 했습니다. 강요하는 듯한 제안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하도록 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놀라운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이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과 여동생과는 이미 친근한 대화를 하고 있었지만 유독 저와는 대화를 피하는 듯한 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화의 방법을 바꾸고 난 뒤부터는 마음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더군요. 제 생각을 빼고 나니 희한하게 대화가 시작되고 얘기를 하게 되더군요. 놀라운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거리를 두니 거리가 가까워지는 역설적인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요.


   우리는 흔히 내 생각을 어떻게 잘 전달할까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지식적인 대화인 티칭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지요. 하지만 상대방의 생각과는 상관없는 일방적인 생각을 전달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내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해 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열린다는 그 단순한 진리를 왜 모르고 대하고 있었을까요?


   주변에 의외로 자녀와의 관계가 좋지 않아서 개선해 보고 싶다는 코칭 주제를 가지고 오시는 분이 많았습니다. 그만큼 자녀와의 관계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흔히 하는 부모들의 착각이 있습니다. 자녀가 마치 나의 일부라고 생각해서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방적인 잔소리로 흐르는 것 같습니다. 또 문제는 이런 것이 부모의 문제 이전에 자녀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또 잔소리를 하는 악순환의 무한 반복에 빠지는 것입니다.


   이런 경험을 겪어 있는 분들이라면 잠시 자녀와 멀어질 것을 제안드립니다. 그리고 진정으로 자녀가 무엇을 원하고 생각하고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모의 생각을 전달하려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대화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자기 원하는 얘기만 할 것 같은 걱정이 들 겁니다. 놀랍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보모의 진심을 느끼게 되면 자녀는 자신들의 생각을 무조건 고집하지만은 않을 겁니다. 그때부터 대화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런 대화가 시작되기까지의 '라포' 형성이 무척이나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사전 관계 형성도 없이 그냥 쏟아 내는 얘기들은 듣기 싫은 잔소리가 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하고 싶은 얘기가 많더라도 입장 바꿔놓고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집중해 보면 분명 진솔한 대화의 장이 시작되고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내게 될 가능성이 커질 것입니다.


   지금도 저는 여전히 아들과의 관계 회복이 진행 중입니다. 그렇다고 원수가 진 정도의 그런 관계는 아닙니다.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는 그냥 평범해 보이는 관계 말입니다. 이런 단계에서는 더 깊이 있는 마음의 대화는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하고 싶어 하지도 않습니다. 다음 단계인 마음의 소통 관계로 가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나의 생각을 줄이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경청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소통 전문가를 추구하는 드림맥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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