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혁신이 업무혁신이다
30분회의는 새로운 프로세스가 아니다. 사람들이 이미 익숙하지만 잘못 알고 있는 기존 방식을 조금씩 바로잡아가며 확대시킨 결과다.
이번에는 필자의 경험을 예로 30분회의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지와 그에 따른 30분회의의 효과를 알아보자.
J는 수십 명이 참여하는 대형 SI(System Integration ; 시스템통합) 프로젝트(이하 'A프로젝트')의 총괄 책임자를 수행한 적이 있다.
이 프로젝트는 관련 부서장들이 대부분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내젓는, 정말 구현할 수 있을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는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J의 입장에서는 힘드니까 도전해볼 만하고, 성공하면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오히려 자원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A프로젝트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진행하면 실패 가능성이 매우 높은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최대한 효율적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실행한 실행한 것이 그동안 준비했던 '회의 혁신을 통한 업무 혁신'을 프로젝트에 적용하는 것이었다.
1. 30분회의 방법 적용
우선 프로젝트의 참여자 모두에게 회의 운영 원칙을 공지했다. 공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프로젝트 운영을 효과적으로 하고,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앞으로 진행하는 모든 회의는 30분 내에 끝낼 것이고, 가능하면 모든 관련자가 참석한다."
최대한 참여; 처음에는 왜 모든 관련자가 회의에 참여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두 달 정도 지나자 관련된 모든 사람이 참여해서 의견을 취합하고,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단,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원칙은 꼭 30분 이내에 회의를 마치는 것을 전제로 실행되어야 한다.
최대한 공유; 모든 이슈를 회의록에서 관리하고, 또한 이 회의록을 모든 관련자들에게 공유한다는 것도 많은 사람들에게는 아주 생소한 프로세스였다.
하지만 회의록을 공유함으로써, 프로젝트의 진행 현황이 명확히 정리되고, 소통의 문제점이 크게 개선되는 것을 경험하고 나자 모두 동의하게 되었다.
회의록 작성 시 실시간 공유; 회의록을 철저하게 관리한다는 것은 30분회의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30분회의에는 프로젝터가 두 대 필요하다. 한 대는 자료 공유용, 다른 한 대는 회의록 공유용이다.
참석자들이 회의록을 함께 보며 회의를 진행하면 집중도가 놀라울 정도로 상승하고, 회의 시간에 결정된 내용에 대해 참석자들이 다 같이 확인하고 승인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와 같은 프로세스를 수행한 지 몇 년 후에 구글의 회의 방식도 이와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글의 회의실에도 프로젝터가 두 대 놓여 있는데, 하나는 데이터 등의 자료 공유용, 다른 하나는 회의록 작성 및 공유용으로 활용된다.
우연의 일치 일지 모르겠지만 2010년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한다고 인정받는 회사가 택한 회의 프로세스와 J의 회의 프로세스가 유사하다는 것은 30분회의 방법에 대한 자부심과 확신을 갖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
요식 행위의 제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가장 주의할 점은 불필요한 단계를 최소화하고, 중요한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다.
회의록 작성을 회의 중에 함으로써 회의록을 따로 보기 좋게 정리하는데 소모되는 시간을 절약하게 되었고, 회의 시간에는 결정 사항 도출 및 이후에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진행할지 결정하는데 집중하게 되었다.
A프로젝트는 이슈가 많았던 대형 프로젝트였지만 30분회의를 활용하여 업무를 진행한 결과 1년 만에 성공적으로 완료할 수 있었다.
성공 요인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책임자 관리를 철저하게 했다는 것이다. 어떤 작은 이슈나 업무가 생겨도 담당자를 명확히 하는 것을 필수 프로세스로 만든 것이 실행에 큰 도움이 되었다.
A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에는 '관련자 연락처'라를 파일을 중요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프로젝트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연락처 및 업무를 기록했는데, 리더가 이 파일을 관리하면서 변동 사항이 생길 때마다 업데이트하여 모든 관련자들에게 배포하였다.
최종본의 버전이 v62였으니, 총 62회 개정하여 배포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통상적으로 30분회의 회의록 앞부분에는 업무 관련자 리스트가 들어가고, 회의록을 공유할 때 이 부분도 같이 공유된다.
그러나, A프로젝트는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예외적으로 관련자 리스트를 별도로 관리했다. 이렇게 프로젝트의 규모나 성격에 따라 관련자 연락처를 30분회의 회의록에서 분리하여 별도로 관리하기도 한다.
문제를 해결할 사람을 잘 찾아야 한다; 힘든 프로젝트를 진행해본 적이 있다면 '프로젝트는 사람이다'라는 말에 공감 할 것이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 중에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사람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큰 프로젝트에서는 그 사람 찾는 일 자체가 시간이 많이 소모 되는 일이기도 하다.
A프로젝트에서는 문제에 관련된 사람을 곧바로 찾을 수 있었고, 해결 또한 빨랐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관련자 연락처' 파일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진행 중에 누군가 문제 상황에 대해 물으면 J는 관련자 연락처의 몇 페이지에 그것을 담당하는 사람이 있으니 연락해보라고 답하며 되었다.
모든 문제의 80% 이상은 담당자만 명확히 파악하는 것으로 해결되었다.
프로젝트 사후 관리도 담당자 지정으로 해결; 전산 시스템 개발 관련 프로젝트는 수행도 어렵지만, 완료된 이후 프로젝트를 인수인계받아 운영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일이다.
프로젝트는 완료되었지만 이후에 일어나는 이슈들을 사후관리(A/S)하다가 개발사가 큰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프로젝트의 각 요소별로 담당자가 잘 지정되어 있고, 연락처 등이 잘 정리되어 있으면, 사후에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A프로젝트는 관련자 연락처를 이용하여 프로젝트 완료 이후에도 이슈를 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다.
대형 SI프로젝트에 참여해본 사람들에게 프로젝트 수행 중 어떤 것이 가장 어려웠냐고 물어보면 의외로 '보고서 작성 및 보고'라고 대답하는 직원들이 많다.
실제로 프로젝트 오너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정기적으로 하는 있는 월간, 주간 보고까지 하루 이틀을 혼이 빠지도록 걱정하며 준비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프로젝트의 일 자체보다 현식적인 보고가 더 힘들었다는 것은 업무가 잘못 진행되었다는 의미다.
A프로젝트는 연간 예산이 수십억 원 소요되는 대형 프로젝트였지만, 프로젝트 오너와 진행 팀이 협의하여 불필요한 보고서를 만들지 않기로 했다.
그 결과 주간 보고서, 중간 보고서 등 대부분의 보고서는 30분회의 회의록으로 대체되었으며, 문서 작성으로 인한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주간 회의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모든 관련자가 모여 30분 내에 마치기로 하였고, 외부 변수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실제로 그렇게 진행되었다.
실제로 주간 회의를 할 때 총괄 PM인 J가 회의 준비를 시작하는 시간은 오전 9시였고, 준비 시간은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그리고 본 회의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10시에 시작하여 10시 30분에 끝내는 것이 가능했다.
약 1년간 진행된 A프로젝트의 주간 회의 보고서는 약 50페이지의 파일 하나였다.
매주 진행된 일의 내용과 계획을 1페이지로 요약해서 정리하고, 이것들을 매주 누적하여 관리했으니 최종 모습은 50페이지 파일 하나가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간단히 정리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정량적으로 계산할 수는 없지만, 주관적으로 생각해보면, A프로젝트는 이전의 다른 프로젝트에 비해 2배 이상 효율적으로 운영되었고, 결국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이 바탕에는 경영진의 믿음과 신뢰가 있었다. 만약 경영진이 위와 같은 새로운 시도를 용납하지 않고, 기존의 방식대로 운영하길 고집했다면, 이와 같은 성공을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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