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은 회의로 소통한다
앞에서 '30분회의'가 업무지시 및 의사소통의 도구로 쓰인다고 언급했다. 이번에는 그 효과를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회사에서 하는 업무는 끊임없는 의사소통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회사에서, 특히 사무실에서 하는 업무의 대부분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사소통과 지시에 대한 수행으로 이루어진다.
업무들이 점점 다양화되는 양상을 보이므로 소통 역시 다양한 모습으로 일어나고 있고,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의사소통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부분들이 점점 더 많이 생기게 되고, 이것들이 쌓이면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도 자주 발생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의사소통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는 말이다.
최근에는 SNS와 메신저를 이용하여 업무 소통을 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스마트폰과 웹에서 두루 제공하는 의사소통 도구들도 빠르고 효과적인 소통 수단은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관리(정리)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직의 모든 의사소통과 업무지시는 회의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
무의미한 시간 낭비였던 회의를 떠올려보자. 어떤 안건이 있을 때 참석자들이 적극적으로 맡아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서로에게 떠넘기려 한다.
이런 회의에서는 참석자들이 본인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한 의견 제시도 하지 않는다. 소신 발언을 하다가 자신에게 추가 업무가 주어지는 상황을 만드는 것도 싫고, 괜히 누군가에게 새로운 업무가 주어지게 되면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인식한다.
업무를 많이 하는 사람의 공로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문화가 없는 조직에서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는 회사의 문화와 조직 리더십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회의에서 건설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업무를 책임지게 되는 과정을 기록으로 제대로 남기지 않고, 공유하지 않으면 성과에 기여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점을 아무도 발견할 수 없고, 결국 구성원들은 의욕을 잃게 된다.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고 진행하는 회의도 비슷한 결과를 초래한다. 해결할 이슈를 참석자들에게 정확하게 각인시키고, 안건마다 책임을 명확히 부여해 준 다음, 공유까지 철저히 한다면 참여자들을 움직여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다.
회사에서 하는 일은 어느 것 하나 의미 없는 일이 없다. 회의는 여러 사람이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모이고, 귀중한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는 곳이므로 반드시 기록하고, 그 내용을 관련자들에게 공유해야 한다.
커피와 담소를 나누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라면 10분의 짧은 미팅도 회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즉흥적으로 진행되는 짧은 회의라도 업무와 관련되어 있다면 회의록에 기록하고, 공유해야 한다. 익숙하지 않을 때는 힘들 수 있지만 몇 번 시행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업무가 진행되는 속도과 품질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30분회의'를 도입할 때 간과하기 쉽지만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점은 회의에서 나온 모든 안건을 현장에서 가감 없이 기록하고 공유하는 '소통 관리'다. 회의 참여자들이 함께 기록하고 바로 공유해야 내용에 객관성이 확보되고, 회의 후 진행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오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당신은 개인사업자일 수도 있고, 어떤 회사의 직원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이든 아랫사람들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방법을 떠올려 보자. 아래는 당신의 업무지시 및 수행관리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몇 가지 질문이다.
수많은 인터뷰 사례를 종합해보면, 대다수 조직의 업무는 구두 지시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지시 내용도 실제로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인 탑 다운(Top-down; 위에서 아래로 상명하달되는) 형식인 경우가 많다.
일을 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지시를 받는 사람이 지시 받은 내용을 기록하고, 숙지하고, 잘 모르거나 미심쩍은 내용이 있으면 다시 질문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본인 위주로 생각한다.
'Trash In, Trash Out'이라는 말이 있다. 형편없는 재료를 사용하면 산출물도 형편없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업무에서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시켜야 제대로 수행된다.
업무 지시자가 기대한 수준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많은 사람과 조율하여 방향을 잡고, 누가, 왜, 어떤 일을, 언제까지, 어떻게 할지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지시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요청한 내용을 제대로 기록하고, 추적 관리하는 것을 보기도 쉽지 않다. 많은 상급자들은 지시를 받은 사람이 내용을 열심히 받아 적고, 알아서 수행하길 바란다. 그런데 이런 일은 실제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지시 사항을 받는 사람은 피동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런 현상이다. 특히 지시를 내린 사람이 지시 사항을 기록도 하지 않고, 결과도 제대로 체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지시를 받은 사람의 의욕 또한 사라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일하도록 하는 방법은 지시자가 자신이 지시한 내용을 명확하게 기록하고, 그 수행 내용을 추적 관리하는 것이다.
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을 할 일 목록으로 명확하게 기록하고, 그 내용을 추적 관리하면 지시한 업무의 수행이 관리되게 된다. '30분회의' 회의록의 핵심 부분인 할 일 목록에 대한 관리가 곧 업무지시 및 실행 관리다.
업무 지시를 제대로 하려면 관련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특히 업무를 수행할 실무자의 의견을 최대한 많이 반영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결론을 내렸다 하더라도 참석자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일에 추진력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련한 리더들은 '의도적 객관화' 기법을 자주 사용한다. 의도적 객관화란, 여러 사람의 동의를 얻음으로써 개인의 의견에 설득력을 부과하는 것이다.
노련한 리더는 이미 최적의 답을 가지고 있는 경우라도 회의 참석자들로부터 고르게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모습을 취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개인의 의견이 아닌 많은 사람들의 의사가 민주적으로 반영된 공론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개인의 독단적인 의견이 아닌 공론으로 결정된 의견은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아 추진이 쉬워진다.
의견 취합과 논의의 과정들은 회의록의 드래프트 부분에 가감 없이 기록한다. 이렇게 하면 회의 참석자들은 소속감을 느끼게 되고, 일을 추진할 때 더 큰 책임감과 적극성을 가지게 된다.
프로젝트나 업무 등을 진행 시에 이슈 리스트를 별도로 관리하는 것이 보편적인 프로세스다. 이것의 문제점 중 하나는 이슈의 원인과 배경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면 원인과 배경을 파악하느라 많은 시간이 소모된다.
'30분회의' 회의록의 할 일 목록은 해결할 이슈와 해결 방향을 명확하게 정리하는 장소이고, 드래프트 부분은 그 이슈가 도출된 배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쉽게 원인을 파악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해결책도 빠르게 정립할 수 있다.
이제 '30분회의' 회의록이 왜 업무지시 및 의사소통의 도구로 제대로 쓰일 수 있는지 이해했을 것이다. '회의한 내용의 기록'이라 하기에 '30분회의' 회의록은 너무 많은 기능과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제대로 작성된 '30분회의 회의록'은 업무지시 및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가장 간단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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