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정해진 요일 정해진 시간 큰 아이를 데리러 학교 앞에 간다. 교문 앞에서 비슷비슷하게 생긴 중학생들이 우르르 나올 때는 여러 감정이 드는데
모두 내 아들딸같이 애틋하고 귀엽다.
징글징글 진자 외계인이 따로 없구나~
얼마나 오늘도 애쓰며 지냈을까?
하이고 세상 좋다. 나 때는 나일론 땀도 흡수 안 되는 긴팔 체육복 입고 다녔는데 통기성 좋은 반팔에 무려 반바지라니! 부럽구먼!
아니 저노무 아들은 덥지도 않나? 긴팔 집업에 긴팔 바지라니 와우!
그 외 다양한 생각을 한다. 오늘은 여학생들 셋이 쫑알쫑알 대화를 나누며 걸어가는데 유독 덩치가 크고 머리를 산발한 여자아이 혼자 멜론 빵 큰걸 툭 하고 까더니 입에 아주 야무지게 넣는 거다. 아~ 맛있겠다. 나는 요즘 다이어트 중이라 사실 질투와 부러움이 점철된 감정을 하고 뒷좌석에 앉은 둘째에게 말했다.
“아니 그래도 어찌 친구들하고 같이 가는데 빵을 혼자 먹냐? 나 같으면 친구들 없을 때 먹을 것 같은데 그치? 으뉴도 그래?”
어쩌면 내 생각을 강요함과 동시에 공감을 유도하는 문장이다. 하지만 야무진 으뉴는
“응 엄마 나도 그래”
“잉? 친구들도 먹고 싶잖아. 같이 먹자고 하던가 다른 친구들이 돈이 없어서 나만 사 먹어야 하고 나눠주고 싶지 않을 땐 혼자 있을 때 먹어야 하는 거 아니야?”
“엄마! 친구들이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지금 먹고 싶지 않을 수 있지~ 그리고 나눠 먹으려고 해도 너 혼자 먹어 나는 괜찮아.라고 할 수도 있잖아~ 저 언니들도 그냥 안 먹고 싶은 거 같은데?”
아뿔싸! 10살의 생각이 참으로 대견하다.
그저 혼자 먹는 학생이라고 낙인을 찍은 성인 엄마는 부러움에서 부끄러움으로 홀라당 몸과 마음이 변했다.
“아 그러네! 듣고 보니 으뉴 말이 맞네. 꼭 혼자 먹어야 할 것 같지 않다. 하하하 으뉴야 엄마한테 알려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며 오늘의 대화를 끝맺었다.
나는 정말 우리 딸들이 하늘만큼 우주만큼 더 좋다. 내가 본인들 키운 대로 사람들을 대할 때도 많아서 좋지만 내가 키워낸 것보다 더 훌륭한 생각을 해낼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아, 이거 진짜 나만 알기 아까워 ‘여러분! 10살도 이런 생각해요. 여러분 어린이라고 해서 꼭 천둥벌거숭이 같지만 않아요.’라고 세상에 외치고 싶다.
그런데 중1 외계인은 매일 같이 엄마 속을 뒤집어 놓는 건 반전이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