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아직 유치원생, 영국에서 초등학교 입학하다
한국에서는 아직 유치원생, 영국에서 초등학교 입학하다
큰 아이 현우가 학교에 간다.
한국 나이로는 다섯 살, 만으로는 네 살.
한국에서는 아직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닐 나이이지만, 영국에서는 만 5세부터 1학년을 시작하고, 그 전 만 4세는 학교 준비과정인 리셉션(Reception)이라고 불리는 과정이 있다. 현우는 리셉션 과정에 입학했지만, 어쨌든 학교 안에 있고, 똑같이 교복을 입고, 똑같이 아침 9시부터 3시까지 수업을 한다. 학교는 학교이다.
등교 첫 날, 교복입고 학교 앞에서 사진을 찍어주는데, 교복을 입으니 좋은지, 입이 찢어진다. 영국에 와서 두 달간 집에만 있다가 드디어 다시 사회생활을 하려니 기대도 되면서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는가보다.
며칠 전, 자기 전에,
“엄마, 근데 나 영어 못 하는데 학교 가면 어떻게 하지?”
라고 묻는다.
나도 대답해 주었다.
“괜찮아. 여기 사람들은 한국말 못 해.
그리고 재우는 한국말도 못 하고 영어도 못 하잖아.
현우도 아가 때는 한국말도 못 했는데 조금씩 배워서 지금은 이렇게 잘 하잖아.
영어도 처음에는 못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현우가 한국말 배웠을 때처럼 조금씩 배우면 나중에는 영어도 잘 할거야.”
내 대답에 안심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린 나이에 영어 못 한다고 걱정이라니, 조금은 안쓰럽기도 하다. 그래도 곧 적응하고 영어도 조금씩 늘어 한국에서 어린이집 다닐 때처럼 학교에서도 씩씩하게 놀기를 기대 해 본다.
힘들어하지 않고 자신감 갖고, 좋은 선생님, 좋은 친구들 만나고, 잘 배우고 지혜로워지고, 영과 육이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기도하며.
학교 끝나고 나도 떨리는 마음으로 데리러 갔더니 선생님이 처음 15분 정도는 현우가 계속 울었는데 좀 지나니 괜찮아졌다고 알려주었다.
현우도 나를 보자마자,
“나 엄마 보고 싶어서 눈물도 계속 나고 콧물도 나고 입도 이렇게 됐어.”
라며 입모양까지 흉내를 낸다. 말 그대로 눈물콧물 질질 흘렸나보다.
“근데 선생님이 울지 말래서 안 울었어.”
뭐라? 분명 못 알아들었을텐데? 선생님이 울지 말래서 안 울었다니, 나도 신기해서 다시 물어보았다.
“선생님이 뭐라고 말 했는데?”
그러자 대답이 없다.
그러다가 나중에 이야기한다.
“선생님이 너무 어려운 말만 해서 하나도 모르겠어.”
그래도 눈치껏 알아들었다는 것이 기특하기도 하다.
집에서도 중간 중간에 문득 생각이 나는지, 놀다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오늘 우유도 먹었어.”
“선생님이 건포도도 주셨어.”
“다른 친구도 울었어.”
“친구들이 눈썹 없는 친구도 있고, 눈이 동그란 친구도 있고...”
“눈썹 없는 친구”이야기 하다 현우도, 나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트려버렸다. 사실은 눈썹이 없는 아이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금발 머리의 아이는 눈썹도 금발이어서 흐릿하게 보였던 것인데 아직 다섯 살 현우는 그것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밤에 침대에 누워서 또 이야기한다.
“나 이제부터 엄마랑 영어로 이야기할래. 마미~”
근데 그러고 할 줄 아는 말이라고는,
“노,” “예스,”“마미” 정도.
그러다가
“엄마, ‘이건’은 영어로 ‘이권~’이야?”
하더니 혼자서 또 낄낄거린다.
학교 가니 어떠냐고 하니 그래도 좋다는 말에 진심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안심이 좀 된다. 선생님이 옷에 붙여준 스티커는 절대로 떼지도 못하게 하고. 내일도 또 학교 가겠다는 말에 나도 다시 안심이 된다.
by dreaming m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