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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맘 Sep 10. 2017

영국에서 엄마로 살아보기 #15

눈물의 자장면

눈물의 자장면


현우가 학교간지 일주일 째 되는 날.      


본격적으로 종일반 시작하고 나서 학교 갔다 오기 힘들어하는 현우를 위해 저녁은 있는 재료, 없는 재료 다 넣고 현우가 좋아하는 자장면을 손수 만들어 대접했다. 한국 식품점이 없는 맨체스터이므로 한국의 춘장이 아닌, 중국 마트에서 산 중국산 춘장을 사용해서 만들어서 그런지 색깔이 약간 흐리고 면이 중국 면이어서 식감이 약간 덜 했지만, 맛만큼은 끝내주었으나..     


현우는 자장면 먹는 내내 학교가기 싫다고 징징 우는, 말 그대로 눈물의 자장면이었다.     


“학교 가기 싫어.. 엉엉...”

“사람들이 영어만 써서 불편해.. 엉엉...”     



아침 까지도 학교 가기 싫다고, 배 아프다고 징징거리는 현우에게 내가 내린 처방은, 차렷 자세로 세우고, 두 손 꼭 잡아주고 눈높이 맞추고 마주보며 큰 소리로 따라해 보라고 시키기였다.     


“권현우는 씩씩하다!”

“권현우는 용감하다!”

“권현우는 영어 잘 할 수 있다!”

“I'm strong!”

“I can do it!”     


처음에는 울며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하더니, 엄마한테 화 낼 때처럼 큰 소리로 소리 지르며 하라고 했더니 목소리가 조금 커 진다. 


그렇게 구호 외치듯 계속해서 큰 소리로 반복시키니 신경이 분산되었는지 징징거리는 것을 멈추고 손을 잡고 학교로 향했다. 나는 13킬로나 되는 무거운 재우는 아기띠에 안고, 한 손은 뒤로 잡아끌며 안 가겠다고 버티는 현우를 휘어잡은 채,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재우를 유모차에 밀고 가기에는 뒤에서 버팅기는 현우를 감당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현우를 감당하려면 유모차 없이 재우를 데려가야 했는데, 전쟁 같은 아침에 종종걸음의 재우까지는 신경 쓸 여유가 없어 무거워서 허리가 아파도 아기띠에 안아서 데리고 가는 방법 밖에 없었다.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서 10분 거리를 거의 30분을 씨름을 하며 겨우겨우 다다랐다. 그러나 데려다주고 나오자 대성통곡을 하는 소리가 교실 밖에까지 들린다.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왔지만, 그렇게 집에 와서는 나도 마음이 불편해 안절부절이다.  

정말 지금 상황에서는 내가 대신 해 줄 수 없는 것이 없었다. 현우는 아직 어린 아이지만, 아무리 어려도 이 상황을 스스로 극복하도록 지지해 주는 수밖에.      


현우야, 지금 조금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기!

어려서 더욱 힘들 수도 있지만, 그래도 파이팅! 

엄마 아빠 닮았으면 너도 “깡”은 좀 있을거야.      


한국인이라면 어려서든 나이 들어서든, 언젠가는 극복 해야만하는 “영어”라는 장벽의 현실.     

그렇지만 현우가 “영어”라는 문제점만 보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 즐기고 배울 수 있는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Discover what you can enjoy and learn beyond the problem.


by dreaming m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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