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 이해
개인의 간절함과 정성, 노력이 지극하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음은 당연하다. 그래서인지 "지성이면 감천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삼고초려", "끌어당김의 법칙"와 같이 그런 상황을 표현하는 속담과 일화가 많다.
하지만 때로는 너무 간절하지 않을 때 더 상황의 주도권을 내게로 가져오는 경우가 있다. 같은 부서에 프리젠터로 함께 일하는 외국인 동료가 있다. 그는 경력으로 회사에 입사했는데 초등학교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가 현지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혼자 한국에 돌아왔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영어강사가 적성에 잘 맞았고 몇 년이 지나 어느새 스타강사로 성장해 있었다. 본인의 일에 만족하며 지내던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우리 회사에 VIP 대상으로 영어전문 프리젠터를 채용한다는 소식과 함께 지원해 보라는 추천을 받게 된다.
적성 면접 이후 임원 대상 영어 프레젠테이션 면접이 있었는데 회사 대표 제품을 알려주고 1주일 뒤 그 제품에 대해 소개하는 형식이었다. 그때 그는 난생처음 파워포인트를 써봤다고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는 대학에서의 전공도 예체능 계열이고, 그전 커리어도 영어강사랑 전자회사의 신기술 소개와 큰 관계가 없었다. 심지어 강의는 많이 해봤지만 면접에서 프레젠테이션도 처음 해봤으니 서류상으로만 본다면 그의 합격을 갸우뚱하게 여길 만한 상황이었다.
그가 면접에 최종 합격하고 계약서를 쓴 이후 그를 채용했던 인사 담당자와 팀장으로부터 자신이 어떻게 합격할 수 있었는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게 되었다고 했다. 사실 영어 프레젠테이션 직전까지 90% 정도 채용이 내정된 후보가 따로 있었다고 했다. 전공과 커리어가 원하는 조건에 부합했기 때문에 큰 이변이 없으면 그 사람이 합격할 터였다. 하지만 영어 프레젠테이션에서 결과가 뒤집어졌는데 그 이유는 다른 후보자는 긴장을 해서 손이 떨리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고, 나의 동료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리드한 것이다. 긴장을 했던 그 후보는 우리 회사에서 일하기를 간절히 바라서 정말 잘하고자 하는 마음에 긴장을 했다. 동료는 지금 영어 스타 강사로 하는 일이 만족스러웠기에 면접에 떨어져도 '돼도 그만 안 돼도 그만, 좋은 경험이었다'로 넘길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여유롭게 평소 강의하던 대로 진행했고 그 부분이 크게 어필되었다고 했다. 기술이나 프레젠테이션 스킬은 가르치면 되지만 긴장하느냐 안 하느냐 이것은 마인드의 문제라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해석이었다.
이와 유사한 또 다른 선배 사례도 있다.
회사에서 상무 계약이 만료되어 한국 생활을 접고
다른 나라로 이민을 준비하던 도중에 타 회사로부터 전무 직급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게 된다. 직급 상으로는 승진이지만 업계에서의 위치, 본인이 이끌게 될 팀의 규모, 연봉 등의 조건으로 봤을 땐 '확' 업그레이드되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는 이미 한국 생활을 정리할 생각이기 때문에 '안되면 어쩔 수 없고'라는 마음으로 "연봉은 상관없다. 전무로는 만족할 수 없으니 부사장 타이틀을 달라"라고 역제안을 했다. 그리고 회사는 제안을 받아들여 부사장으로 스카우트되었다. 그의 사례는 두고두고 현명하게 이직한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이런 사례를 보면 가끔씩은 간절히 원할 때보다 '난 최선을 다했으니 어떻게 잘 되겠지, 될 대로 되라지' 하는 여유로운 마인드가 오히려 효과적일 때가 있다. 너무 간절히 원하면 작은 것 하나에도 신경이 곤두서고 실수를 할까 봐 긴장하게 된다. 그리고 그 긴장은 상대방도 쉽게 알아차리게 되어 상황을 주도하지 못하고 '을'의 입장에 놓이게 된다. 을의 입장이 되면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하지만 간절하지 않을수록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음을 알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