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tar Writing을 아시나요

일상의 이해

by 꿈기획가

코로나의 거리 두기가 해제되던 즈음,
지금은 단종된 로블 카드를 막차로 발급받으면서
일 년에 한 번씩 발리 여행을 하고 있다.
로블 카드의 최대 혜택은 동남아 구간을 항공권 1+1으로 구매할 수 있는 것인데, 동남아에서 가장 먼 나라인 발리로 가는 것이 가장 큰 이득이다.
그래서 매년 1월, 올해까지 3번째 발리 여행을 다녀왔다.

ADHD인 딸과 함께 하기엔 도시 관광은 아직 무리이고,
리조트에서 느긋하게 쉬는 여행이 딱이다. 하지만 관광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수영하고 키즈클럽에서 놀기만 하면 하루 이틀 만에 지루해진다.
그래서 호텔 체크인하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호텔 내 키즈클럽 스케줄과 액티비티 프로그램이다.
기본적으로 요가 수업은 있고 아쿠아에어로빅, 아쿠아 발리볼, 아쿠아배스킷볼, 워터 워킹 (수영장 물 위에서 징검다리 건너기), 줌바, 양궁, 자전거, 골프, 폼 파티 등이 있고 유료로 요리 수업도 가능하다.

특히 요가 수업은 어느 호텔이든 인기가 있어서 미리 예약을 하지 않거나 시간 딱 맞춰 가면 빈자리가 없어서 허탕치기도 한다. 예약제 수업인 경우 호텔 체크인하기도 전에 왓츠앱으로 미리 예약하라는 꿀팁을 알려주기도 한다. 여행 가서도 부지런한 한국인 ㅋㅋ


이번 여행에서는 Lontar Writing이라는 체험을 해봤다. 처음 들어보는 용어라 사전으로 검색을 해봤는데 여전히 낯설었다. 나뭇잎에다가 글씨를 쓴다고?

액티비티는 호텔 한 중간의 정자 같은 곳에서 진행되었다. 나와 신랑이 5분 늦게 참여했는데 먼저 와 있던 남자 2명은 10분 정도 듣다가 다른 일정이 있다고 가버렸다. 그 이후로도 참석하는 사람이 없어 결국 신랑과 나의 private class가 되었다.

수업은 내가 쓰고 싶은 문구나 이름을 발리니스(발리어)로 써보고, 그 글자를 Tal leaf에 옮겨 쓴 후 칼로 조각을 한다. 그 틈새에 목탄을 문질러 검게 채운 후 휴지로 싹 닦으면 완성이었다.

이것은 견본으로 보여준 작품인데 호주 출신 장군의 생애와 약력을 써두었다고 했다. (장군 이름은 기억이...)



문구를 생각해오지 않았기에 내 이름을 발리어로 써보기로 했다. 나에겐 그저 낯선 꼬부랑글씨였지만 선생님은 한 음절 한 음절 발리니스의 알파벳인 악사라발리 (aksara bali)에 맞춰 열심히 설명해 주셨다.



나는 전에 캘리그래피 수업도 들어본 적이 있어 무척 흥미로워했지만 남편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하품을 겨우 참아냈다.
설명 들어가며 한 글자 한 글자 써보고 조각칼로 파내고 검댕이 묻히고 어언 한 시간 반이 흘러 완성되었다. 구멍을 뚫어 색실을 끼우면 나만의 북마크가 된다.

강사는 호텔 내 키즈클럽의 선생님이었는데 영어, 인도네시아어, 발리어 3가지 언어를 할 줄 알았다. 빨리 니스는 말 그대로 발리에서만 쓰는 언어이고 발리 안에 있는 학교에서도 가르치지만 필수과정은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발리어를 말할 수는 있지만 쓰는 것을 못하는 사람도 많고 점점 사라지는 추세라고. 그래서 본인은 그 언어가 조금이라도 남아있길 바라는 마음에 이런 활동을 한다고 했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문화유산인 언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뭉클했다.

이제 관광 온 외국인들에게 자기 나라 고유의 언어를 체험하게 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왜 안 들겠는가. 하지만 무너지는 마음을 스스로 다시 세우며 수업을 꾸준히 진행하는 모습이 숭고해 보이기까지 했다. 나 또한 그것이 문화인지 유산인지도 잊고 사는 것은 없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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