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이해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미 지나간 시간에 대해
뒤늦은 답을 얻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를 둔 후배들이
“뭘 더 가르쳐야 할까요?”라고 물을 때면
나는 한때의 나를 떠올린다.
나 역시 불안했다.
뭔가 더 준비시켜야 할 것 같았고,
뒤처질까 봐 조급했다.
하지만 아이가 초등 최고 학년이 된 지금,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는 영어도 수학도 조금 내려놓고
예체능을 먼저 선택했을 것이다.
초등 저학년의 학교생활은
생각보다 공부보다 몸과 손을 쓰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만들기, 그리기, 노래, 연주, 달리기.
그리고 그 결과는
교실 벽과 복도에 그대로 걸린다.
아이들은 아주 이른 나이부터
비교되는 세계 안으로 들어간다.
예체능 활동은 대부분 함께 한다.
속도가 느리면 눈치가 보이고,
잘하지 못하면 표정이 먼저 굳는다.
장기자랑, 운동회, 수행평가까지.
아이의 부족함은
의도치 않게 많은 사람 앞에 드러난다.
그래서 더더욱
기본적인 예체능 경험은
아이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안전망이 될 수 있다고 느꼈다.
줄넘기 학원에서
“3개만 해보자”라는 말을 들으며
하나씩 늘려가던 아이의 표정,
피아노 앞에서
지루해하면서도 끝내 한 곡을 완주하던 시간.
그 과정에서 아이는
기술보다 중요한 걸 배웠다.
반복해도 괜찮다는 것,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는 것.
공부도 결국은 반복이다.
하지만 그걸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아이는 많지 않다.
그래서 나는
초등 저학년 시절 예체능을 통해
먼저 연습하고, 실패하고, 다시 해보는 경험을 쌓는 것이
아이의 긴 학습 여정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준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