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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기획가 Jul 20. 2021

당신에게 글쓰기 좋은 장소는 어디인가

직장인의 글쓰기

전업 작가나 글 쓰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보통의 성인이라면 

한 번에 2~3시간씩 집중하며 A4용지 한 장 이상 쓰는 것을 어려워한다. 

나는 학창 시절부터 글을 썼기에 그것이 어렵지는 않지만 어쨌든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는 직장인이며 

주부이자 엄마이기 때문에 연속된 몇 시간을 보장받기 어렵고 집중하기도 예전보다 쉽지 않다.

그리고 실타래 꼬인 것 마냥 글이 안 풀릴 때도 당연히 존재하다. 

그럴 땐 머리를 싸매고 끙끙 앓다기 보단 잠깐 중단한다.  

그리고 틈이 날 때마다 글을 쓴다. 


어떤 날은 제목만 써놓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문장 하나, 단어 하나 써놓고 덮어둔다.

그렇게 하루 이틀 묵힌 글도 있지만 1, 2년이 넘어가는 글 쪼가리들도 있다.

시간이 지나도 다시 이어 쓸 수 있으면 살아나는 글이지만,

다시 들여다봤는데도 계속 한 단어, 한 문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다시 덮어둔다.


그럴 땐 장소를 바꿔가며 쓴다. 새로운 장소는 나에게 글을 쓸 의욕과 영감을 주기도 한다. 

다음은 내가 글쓰기 좋아하는 여러 장소들이다.  


1. 호텔

내가 좋아하는 최애 장소는 호텔이다. 호텔 침구만큼이나 좋은 것이 호텔 책상이다. 

호텔 책상의 안락함을 한 번 경험하고 나면 내 책상은 시시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그래서 호캉스를 가게 되면 노트북이나 블루투스 키보드는 항상 챙겨간다.  

조금 일찍 일어나 다른 가족들 자는 모습을 바라보며 글을 쓸 때면 

마치 내가 인세로 가족을 부양하는 전업작가라도 된 것 마냥 무한 자긍심이 느껴지면서 글이 술술 써진다. 

또한 호텔에서는 잘 차려진 조식이 있어 아침식사 준비를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이 여유로움 또한 글쓰기의 원천이 된다.



2. PC방

요즘도 PC방이 있나 잘 모르겠다. (점점 없어지는 추세인 듯) 

아이가 어릴 땐 신랑 하고도 한참 많이 싸웠다. 

주로 신랑이 퇴근하고 나서 저녁때 싸우게 되는데 싸운 날은 밤새 열 받아서 씩씩거리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잔 날이다. 새벽 5시고 6시고 일어나자마자 세수도 하지 않고 밖으로 나왔다.

(아이와 남편이 깨기 전에 몰래 나와야 해서 물 트는 것도 조심스러웠기 때문)

그 시간에 갈 곳이 어디 있겠는가. 새벽 산책 겸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PC방으로 가서

분노의 타자질로 맘 카페에 신랑 욕을 잔뜩 써놓았다. 

그렇게 걷고 타자질하면 스트레스가 풀려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집으로 돌아와 아침을 차렸다. 

그러고도 다들 자고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다.

그 경험 이후로 PC방에서 글이 잘 써져서 회식하고 예정보다 빨리 끝난 날도

집에 가기 전에 글 하나씩 쓰고 가기도 했다.


3. 카페 (키카와 붙어 있는 카페)

키카의 이용시간은 보통 2시간. 아이가 힘들게 노는 시간은 나 역시도 힘들게 글 쓰는 시간이다. 

주로 읽던 책 마무리하고 서평 작성하는 것을 목표로 잡으면 그야말로 키보드에서 불날 듯 

바삐 움직여야 한다. 

아이가 땀에 젖어 나올 때 나 역시도 책과 키보드를 덮을 수 있으면  만족스러운 2시간이 된다. 



4. 공항 / 비행기

코로나 이전에 창작력이 가장 샘솟는 공간이었다. 

라운지며 비행기 안, 호텔 등 오롯이 나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임과 동시에 이국적인 경치와 

외국인을 접할 수 있는 곳. 또한 행동의 반경이 넓지 않고 몸을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으니 

손가락이 모든 활동을 대신했던 곳. 출장이 7박 8일이면 소소한 일상부터 글 한 꼭지까지 

1일 1포 스팅으로 8개의 글이 가능했던 곳이다. 지금은 출장이 거의 없어져서 아쉽다. 



5. 도서관과 스터디 카페

요즘 신축 도서관은 시설이 아주 좋다. 전원과 스탠드가 있는 책상과 노트북 전용 자리가 있어 방해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 도서관의 단점이 휴관일이 있다는 것인데 그땐 스터디 카페를 이용한다. 

역시나 도서관만큼이나 조용하고 다들 열공하는 분위기라 나 역시도 덩달아 집중할 수 있다. 

노트북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서 목표한 분량을 채우고 집으로 돌아올 때의 뿌듯함은 학창 시절 공부를 

많이 한 날 느꼈던 그 감정과 비슷하다. 단점은 키보드와 마우스 클릭 소리에 예민한 다른 고객의 

클레임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인데, 그것 또한 키보드스킨과 조용한 마우스를 빌려주니 

어느 정도 감수할만하다.   


6. 코인 빨래방



예전에는 겨울 이불 빨래를 돌리기 위해 코인빨래방을 찾았다. 

14년 전 원룸 자취 시절에 구입한 10kg짜리 통돌이 세탁기는 왜 이렇게 튼튼한 것인가. 

아직도 거뜬히 제 역할을 하고 있는데 가장 못 미더울 때가 바로 겨울 이불 빨래할 때이다. 

그야말로 세제물에서 겉도는 느낌이라 집 근처 대학가 인근의 빨래방을 정기적으로 찾았다. 

다행히 작년에 이사 온 아파트에는 커뮤니티 센터에 빨래방이 있다. 

세탁기 두 대, 건조기 두 대에 세탁 시간 30분 건조시간 10분 내외이다. 

처음엔 누가 이용할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줄 서서 대기하는 사람들도 있기에 빨래와 건조가 끝나면 

빨리빨리 방을 빼줘야 한다.  


처음엔 빨래를 작동시켜놓고 집에 다녀오곤 했다. 

그런데 빨래 시간이 30분인데 집에 오가느라 도보 왕복 10분 쓰다 보니 남은 20여분의 시간이 

참 애매했다. 이런 자투리 시간 쪼개어 쓸 때 생각 없이 있다 보면 킬링타임으로 웹툰, 유튜브 보게 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면 가장 보람차게 시간을 쓸 수 있다.

특히 빨래하는 동안 한정된 시간 내에 마무리하겠다는 생각을 가지니 집중력 폭발, 

끝날 때쯤이면 아쉬움으로 다음 글감과 영감이 폭발하는 장소이다.  

적당한 기계음은 덤.




익숙한 공간은 편안함을 주지만 그만큼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거나 생각을 정리하기엔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약간의 변화만 주어도 불편함, 긴장감, 또는 새로움은 막혔던 생각을 뻥~뚫리게도 해준다.


한 자도 써지지 않을 땐 잠깐 밖으로 나가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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