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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기획가 Jul 21. 2021

너무 얌전하거나 너무 나대거나

여성의 직장생활


회사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칭찬 아닌 비난이 있었는데 바로

"김대리는 너무 얌전해"

"김과장은 너무 여성스러워"

였다.

이 말을 들었을때 굉장히 혼란스러웠는데 학창시절과 입사 초기만 해도

여성 리더감이다, 잔다르크다 뭐 그런 평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모로코며 수단이며 새로운 나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가장 먼저 손들어 지원하던 나를,

남들이 모두 한식을 선택할때 현지식을 기꺼이 선택하던 그렇게 도전적이고 진취적이었던 나를

얌전하다고 말한다고?

몇 년 사이에 내 인격이 바뀐 것인가 아니면 조직에서 계속 밟혀 찌그러진 것인가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어쨌든 내가 성향을 바꾼 것도 아니고 회사 안에서 의도해서 제 2의 페르소나를 연출한 것도 아닌데

그런 평을 들으니 당황스러울 밖에.


그렇다.

직장 생활 5년이 넘어가니 조직생활에서의 나는 나도 모르게 다른 인격으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어쨌든 나에게 여성스럽고 얌전하다고 말한 상사들의 뉘앙스에는 분명 칭찬이 아님을 알았기에

어떻게 해야 "안"여성스럽고 "안"얌전할 수 있는지.

나는 조직의 요구에 의해 나의 본성을 버리고 쌈닭이 되어야 하는가.


그 고민을 거의 5년 가까이 한 후에야 나의 상사들이 했던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내가 여성스럽다, 얌전하다라는 말을 집중적으로 들을 때가 막 기획부서로 옮기고 5년이 안되던 시기였다.

그 때 나의 상사들은 내가 기획자로서 개발자들을 마구 휘두르길 바랬다.

상대방 일정에 관계없이 기획부서가 회의를 소집하면 무조건 다 참여하길 바랬고,

금요일 오후 5시에 수정 사항을 알려주고 월요일 오전 10시에 업데이트 된 현황을 보자고 당당하게

요청할 수 있기를 바란 것이다. 하지만 개발을 4년하고 나서 막 기획부서로 옮긴 나로서는

개발자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기에 그런 말도 안 되는 지시를 전달하기가 마음이 불편했다.

게다가 나는 대리 나부랭이인데 내가 상대하는 개발자는 석박사 출신의 책임, 수석급이니

동방예의지국의 유교걸이었던 나는 그들을 대하기가 조심스러움이 많았다.

그런 나의 모습이 소극적이고 자신없어 보였는지

상사들은 나를 여성스럽고 얌전하다고 했고 그런 모습을 고치기를 바랬다.

2,30대의 고민을 거쳐 40대가 된 지금 나는 테러리스트이자 쌈닭이 되었는가?

그렇지 않다. 난 그때나 지금이나 나의 모습이다.

고민은 했지만 내가 연기자도 아닌데 노력한다고 본성을 바꿀 수 있겠으며, 

바꾼다고 자연스러울 수 있겠는가.

다만 연륜과 경험이 쌓이니 웃으면서 되받아치기와 같은 능글맞은 부분은 생긴 것 같다.


재미난 사실은 나에게 여성스럽고 얌전하다고 했던 그들은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다른 여직원에게는 "너무 나댄다"는 평을 한다는 것이다.

그들에겐 흑백논리처럼 여직원을 평가할때 단 2가지 잣대로 나눈다.

너무 얌전하거나 너무 나대거나.

그렇다.

모든 사람에게 맞출 수 있는 딱 맞는 적당한 수준은 환상이다.


아마 성격검사를 해도 낙천전/비관적, 내향적/외향적 두 가지 중 하나로 나올 것이고

부모양육태도검사를 해도 허용적/강압적 둘 중 하나로 나올 것이다.

딱 맞는 중간은 없다.

혹여나 딱 맞는 중간 수준이라도 또 개성과 특징이 없다느니,

박쥐같다느니 그렇게 입을 대는 사람이 분명이 존재한다.

그러니 너무 남의 시선과 평가에 흔들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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