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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기획가 Jul 22. 2021

이직 시 고려사항 - 하나에 집중하라

직장의 이해


다음은 미혼인 친구에게 소개팅을 주선할 때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소개해줄 사람이 어떤 사람이면 좋겠느냐고 원하는 스펙이 뭔고 물었을 때

본인은 눈이 높지 않고 크게 바라는 것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속내를 따져보면

(배경 안 본다고 하지만) "양친 모두 살아계시고 집안이 여유로우며 화목했으면" 좋겠고,

(학벌, 직업 안 따진다고 하지만) "그래도 인 서울 대학 출신에 전문직 아니어도 남들이 들으면

아는 대기업 다니면" 좋겠고,

(외모 안 따진다고 하지만) "키는 180 정도면" 좋겠고,

(재산 안 본다고 하지만) "결혼할 때 집 한 채 정도는 마련해올 수 있으면" 좋겠고...

이런 요건들을 합집합으로 생각하면, 즉 "하나라도 만족하면 OK"라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교집합으로 여기면 누가 들어도 '아, 이 사람은 결혼하기 힘들겠구나' 생각할 것이다.

이런 조건들을 모두 만족하는 사람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우선순위가 있으면 나머지는 적당히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외모를 중시한다면 재력은 후순위로 미룰 수 있어야 하고,

재력을 중시한다면 상대방의 머리숱이나 배 나온 것, 아재 같은 스타일은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나 역시도 상대방에게 간택(?)당할 수 있다. 결국 선택과 집중이다.


이 소개팅 법칙은 이직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자신의 가치관에 준하여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명예인지, 연봉인지, 시간적 자유인지 솔직하게 까놓고 생각해봐야 한다.


첫 번째 케이스, 국내 전자회사에 다니는 이 책임.

박사학위가 있는 재원이나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는 더 이상의 성장 가능성이 보이질 않는다.

임원은커녕 수석 진급마저 어려울 것 같은 상황이라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

연봉이 2~3배로 뛰면서 임원 대우를 해주는 파격 조건이면 고민이 없겠으나

그렇게 물 좋고 정자 좋은 내 입맛에 딱 맞는 곳은 없는 셈.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세 가지이다.

1번, 수도권에 위치한 공기업. 정년이 보장되는 장점이 있으나 연봉은 현재 다니는 회사보다 부족하다.

현재의 70% 정도로 오히려 연봉이 몇 천만 원 떨어지는 격.

2번, 지금 회사보다 네임밸류가 조금 떨어지는 동종업계로 연봉을 현재 수준에서 1.2배 정도로

협상 가능하며 현재의 경력에서 몇 년을 더 인정하여 수석 직급으로 맞춰주는 조건.

3번, 가지고 있는 학위를 활용해 지방에 위치한 대학의 교수로 부임하는 방법도 있다.

교수라는 명예와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으나 연봉은 현재의 절반 수준.

결국 이 세 가지 옵션을 요약하면

1. 정년보장 2. (살짝 애매하지만) 연봉 3. 명예

이 책임은 2번을 선택했다.

연봉이 깎이는 것은 직접적인 타격이 되므로 가장 금전적인 손해가 적은 쪽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선택에 만족했을까.



처음 3개월은 만족했다. 현재 조건에서 손해 보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고 몇 개월 지나자 아쉬운 점이 계속 떠올랐다.

연봉 1.2배 상승은 그렇게 큰 메리트가 아니었다.

몇 달 지나고 보니 그 금액이 익숙해지며 당연하게 느껴졌고, 이전 회사에 계속 있었으면

몇 년 후 받을 수 있는 금액이라는 생각이 계속 났던 것이다.

동종업계다 보니 일하는 것이 비슷하다는 것 역시 처음에는 새로운 조직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장점이었지만

임원이 아닌 이상 다른 사람의 지시를 받아 일하는 건 어차피 똑같았다.

결국 콩깍지가 씌어 모든 것이 좋아 보이던 허니문 기간이 끝나자

구관이 명관이라며 예전 회사로 다시 돌아갈까 이런 생각이 계속 들며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게 되었다.

그만큼 사람 마음은 간사하고 움직이기 쉽다.


두 번째 케이스, 국내 제1 통신사에 근무하는 김 부장.

그녀 역시도 회사에서 보내주는 해외 MBA에 다녀올 정도로 재원이기는 하나,

동기들이 하나둘씩 임원으로 진급하는 동안 본인은 계속 부장으로 머무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결국 그녀는 외국계 기업 임원으로 이직에 성공한다.

2년마다 한 번씩 소속을 바꾸던 그녀는 회사의 규모나 네임밸류는 점점 작아지고 있지만

대신 상무에서 전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직급을 높여갔다.

그녀의 노선은 확실했다. 연봉은 적어지더라고 실리보단 명예를 선택한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절대 가치가 아닌 비교우위에 의한 선택은 시간이 지나면 아쉬움을 남기게 한다.

자신의 절대 가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후회 없는 선택이 된다.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미래 배우자감으로 외모냐 vs 배경이냐 vs 능력이냐 처럼

이직할 회사의 근무 연한 vs 연봉 vs 명예 확실히 노선을 정해야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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