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해
나를 알고 탐구하는 과정은
꼭 청소년기에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어디에 강점이 있는지,
더 근본적인 질문인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나이 마흔이 넘어서도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활동은
다양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나는 나를 잘 알고자 하는 욕구가 있어서
어릴 때부터 다양한 검사를 했다.
학창 시절에는 AB0식 혈액형과 별자리,
이달의 운세를 확인했고
직장 생활하면서부터는
사주(?)도 보고 DISC 검사도 해봤다.
특히 검사결과에 따라 주도형(Dominance),
사교형(Influence), 안정형(Steadiness),
신중형(Conscientiousness)의
4가지 유형으로 나뉘는
DISC 검사는 회사에서 경험한
첫 행동유형 검사로 신빙성이 무척 높았다.
연수받을 때 전 신입사원에게 실시했던 검사니
회사에서도 공신력을 인정했을 터이다.
이 검사에서 나는 딱 DSC 유형으로 나왔다.
주도형이 압도적으로 높았는데
그 당시 나에 대한 평가는 역시나 여장부,
잔다르크, 여성파워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 말이 많았다.
하지만 4년의 시간이 흘러 다시 검사를 했을 땐
주도 유형이 완전히 바뀌었다.
신중형이 메인으로 나타났고
후배들은 과거 신입사원 시절
내가 D형이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나 역시도 사회생활에 찌들어
주꾸미가 되다 못해
성향까지 바뀌었구나 싶었다.
그 이후 30대 중반이 되어 5대 강점 검사도 하고
갤럽에서 주관하는 강점코칭워크숍도 참여했었다.
다시 5~6년의 시간이 흘러 MMPI와
TCI 검사를 해보았다.
심리 검사에도 유행과 트렌드가 있어
최근 가장 신빙성 있는 검사로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특히 우울증, 공황장애 등 심리적인 어려움에 대한
진단을 내릴 때 적절한 도구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기존에 한 번도 보지 못한 독특한 질문들이 있었다.
예를 들자면
< MMPI 질문 >
작은 소리에도 잠이 깬다
성생활은 만족스럽다
민감하다
내게 충고하면 화가 난다
고자질하기보다 혼자 책임지겠다
< TCI 검사 >
상처 준 사람에게는 갚아주려 하다
돈을 저축하기보다 있는 대로 쓰는 편이다
우는 걸 보면 도와주고 싶다
500개가 넘는 문항에
검사하는데 거의 3시간쯤 걸렸다.
MMPI 검사 결과 가장 강한 요소는
사회적 책임감과 남성적 성역할이었고,
TCI 검사 결과 기질 중에서
인내력이 가장 높게 나왔다.
성향은 바뀔 수 있지만 바뀌지 않는 그야말로
타고난 참 기질을 알아보는 검사랄까.
결과를 들으며 10년 전, 20년 전에 검사했어도
지금과 비슷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 판단의 기로에 섰을 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잘 참고 견디는 것,
그리고 책임감이 높은 기질로 인해
그런 판단을 하게 했구나,
그런 선택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구나.
요즘 유행하는 MBTI 검사도 있지만
TCI, MMPI검사도 해볼 가치가 있다.
전혀 몰랐지만 아이의 풀배터리 검사할 때
부모 양육 태도를 알아보기 위해
나도 이 검사를 했다고 한다.
다만 검사 결과 리포트가 너무 어렵게 나와서
전문상담사의 설명을 들어도 기억에 남는 건
키워드 2개뿐이라는 게 아쉬운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