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가 핫해진지 벌써 3~4년이 된 듯 하지만 그 관심은 사그라들지 않고 않고 계속 높은 듯하다. 너 T야? 하는 영상도 여전히 조회수가 높다.
대략 10년? 15년 전에 회사에서 MBTI 검사를 2번 했다.
첫 번째는 부서 워크숍으로 동료 십여 명이 함께 했고, 두 번째는 부부 상담을 하면서 검사를 실시했다. 두 번의 검사에서 나는 모두 ESTJ가 나왔다. 그리고 부서 사람들의 80%가 ESTJ였고 남편 또한 같은 유형이었다.
게다가 10여 명이 검사를 했는데 공교롭게도 몇 년 후 ESTJ가 아닌 유형의 사람들은 부서를 옮기거나 퇴사했고, ESTJ만 계속 회사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이때 약간 소름이 돋으면서 회사가 면접을 볼 때 관상을 보는 게 아니라 MBTI를 보고 뽑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2~3년의 간격을 두고 실시한 두 번의 검사에서 같은 유형이 나왔으니 나는 ESTJ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늘 의심이 드는 부분이 있었는데 나는 과연 외향형인가 내향형인가 하는 점이었다.
리더, 운영진 역할은 학창 시절부터 수도 없이 해왔고, 내가 했던 해외여행의 대부분은 여행 카페에서 동행을 모집해서 간 것이었으며, 첫 책이 출간되었을 때는 만삭이든 수유 중이든 가리지 않고 홍보를 하고 강연을 하러 갔다. 수유 시간이 2~3시간 텀이었을 때는 중간중간 화장실에서 유축해서 버리거나 신랑한테 지하철 수유실로 아이 데리고 오게 해서 젖 먹이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는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지만 완전 다른 모습도 있었다. 혼자 조용히 책 읽고 글 쓰는 시간이 필요했고, 말보다는 글이 편했으며, 다른 사람을 소개하거나 연결해 주기보다 누군가 나를 추천하거나 소개해주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런 나는 내향인가, 외향인가.
이런 생각을 할 때 즈음 MBTI 강사로 맹활약하고 있는 장정은 작가님을 통해 다시 검사를 해보았다. 십 수년이 지나면서 나의 성향은 바뀌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였다. 그렇게 내돈내산으로 검사해 본 결과 나머지는 동일했으나 E에서 I로 달라져 있었다. 그리고 그냥 J가 아니라 파워 J였다.
이에 대해 정은 작가님의 해석은 J가 강하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고 밀어붙이는 게 강해서 외향형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하! 그런 것이었구나! 이때껏 나는 계획이 서야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 정도라 생각했는데, 그것을 넘어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게 실행하는 것이 인생의 가치관이라 여겨질 만큼 중요한 것이었다.
그래서 누군가가 예고 없이 당일, 그 자리에서 계획을 틀어버리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내가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과, 관계를 지속할지 여부도 고민하게 만드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