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짱, 오토바이 택시

유일하게 못 타본 방콕의 이동수단

by Mong

"어스름 저녁길. 총총 걸음위로 들썩이던 짧은 숨이. 가로등에 깜빡거려"




태국에는 정말 엄청나게 다양한 탈 것들이 있다.
버스, MRT(지하철), 스카이트레인(sky train, 지상철), 수상버스, 공항철도 같은 대중교통은 물론 툭툭, 썽태우, 랍짱(오토바이 택시) 같은 이색 교통수단도 많다.
여기에 북미의 우버와 비슷한 그랩과 볼트 같은 on call 교통수단, 공유 자전거와 킥보드도 있다.

참고로 그랩의 지분 약 27%를 우버가 보유하고 있다. 2018년 우버는 동남아 시장에서 그랩과의 소송을 취하하고 철수하는 대신 지분을 넘겨받았다. 볼트는 유럽의 에스토니아에서 시작된 우버의 글로벌 경쟁업체다.

위의 사진 속 상황은 랍짱(오토바이 택시) 기사가 학생 하나를 태우고 승강장에서 막 출발하려는 모습이다. 요금은 15바트. 랍짱 기사들은 주황색 조끼를 입고 있는데, 이 조끼는 정부에서 발행하는 오토바이 택시 기사 신분증과 같은 역할을 한다. 조끼 뒤에는 기사의 고유번호와 운행 지역, 사진 등이 부착돼 있다.

최근에는 이 랍짱 기사들 역시 점차 그랩 서비스 안으로 편입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원래 그랩에서 호출되는 오토바이 기사들은 사복으로 운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지역에 따라 통일된 복장을 갖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멕시코나 태국에서는 우버나 그랩 같은 차량 호출 서비스와 기존 택시가 비교적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다. 반면 우리 사회에서는 개인 차량 기반의 공유·호출 서비스가 여전히 강한 규제의 틀 안에 묶여 있다.

서비스 초기 태국에서도 그랩은 불법으로 규정되었고, 기존 택시업계와 특히 공항 서비스를 두고 사생결단에 가까운 영역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다 차츰 택시들이 그랩과 볼트의 플랫폼 안으로 서서히 편입되었고, 2021년 전후로 태국 정부는 차량 호출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공항 서비스에서는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지만, 태국 정부는 호출 차량을 등록하고 기사들에게 영업용 면허를 발급하도록 하는 규제를 통해 그랩의 ‘택시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며 기존 택시업계에 만연했던 바가지요금, 불친절, 승차거부 같은 문제들이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기사들에 대한 리뷰와 운행 기록이 투명하게 공유되면서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 역시 높아졌고, 필요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차량들이 on call 서비스에 합류하게 되었다.

방콕 여행 중 숙소를 옮길 때 골프 짐이 꽤 있었는데, 대형 SUV를 호출하니 여간 편리한 게 아니었다.
북미의 우버, 동남아의 그랩, 유럽의 볼트 같은 서비스와 구글 지도가 없는 한국의 관광은 외국인들에게 얼마나 불편할까,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랍짱 역시 이제는 기존의 승강장 웨이팅보다 그랩 호출을 잡는 쪽이 기사나 승객 모두에게 더 효율적인 시대가 된 듯하다.
도로 교통 체증으로 악명 높은 태국에서 오토바이 택시는 여전히 가장 현실적인 이동 수단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는 오토바이의 승객 탑승이 불법이다. 사실 차량 위주의 우리나라 도로 환경에서 차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오토바이들은 언제나 위험해 보인다.

그래서일까.
태국에 머무는 동안 온갖 탈 것들을 빠짐없이 타보았지만, 유일하게 끝내 타보지 못한 것이 랍짱이었다. 나 홀로 여행이 아니었기도 했고, 같은 거리를 이동하는 데 있어서 그랩보다 랍짱이 더 저렴하다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가끔 동남아에서 오토바이를 대여해 라이딩을 하는 유튜버들을 보게 된다. 화면을 보는 내내 마음이 조마조마해진다. 어릴 적 스쿠터를 타고 동네를 누비던 기억과 그때의 상쾌함을 떠올리면서도, 지금의 나는 오토바이라는 탈 것 앞에서 선뜻 몸을 싣지 못했다. 막연한 거부감 같은 것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는 동네 마실 다닐 때 스쿠터를 한 번 이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치듯 들었다.




#태국여행 #방콕여행 #방콕교통 #태국교통 #그랩 #Grab #볼트 #Bolt #우버 #Uber
#오토바이택시 #랍짱 #동남아여행 #동남아교통 #여행에세이 #브런치에세이
#도시의이동 #도시풍경 #여행기록 #느린여행 #일상의사유 #탈것의풍경
#플랫폼경제 #공유경제 #모빌리티 #도시와기술 #여행중생각 #이동의자유
#방콕일상 #태국생활 #여행중문득 #사소한생각 #길위의기록



화요일 연재
이전 07화Wat 버거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