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바다, 장로들의 가르침
"합장한 손 끝에 걸린 하늘이. 하루는 웃고, 하루는 울다가 오늘은 잔뜩 성이 나 있다."
태국은 불교의 나라다. 인도차이나반도 대부분의 국가가 불교국가다. 그중 국력 면에서 가장 앞서가는 태국이 현대 상좌부 불교의 심장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소승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대승불교의 입장에서 동남아의 불교를 다소 낮춰 부르던 용어였으나, 최근에는 그들 스스로 각성하여 자신들의 불교를 상좌부 불교라 부른다. 이를 테라바다, 장로들의 가르침이라 하며 이는 부처님의 원형을 지킨다는 깊은 자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들의 불교는 모든 중생의 구제에 초점이 맞춰진 대승불교와 달리, 아라한 즉 개인의 해탈에 종교적 지향점이 있다.
그래서 상좌부 불교에서는 수행이 매우 중요하다. 태국 남성들은 일생에 한 번 단기출가라는 수행 과정을 겪는다. 하안거 기간에 주로 이루어지며 전통적으로는 3개월 정도의 수행을 마친다. 최근에는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의 짧은 단기 출가도 용인된다고 한다. 승려가 되지 못하는 여성의 경우, 아들의 수행 공덕으로 다음 생에 좋은 곳으로 간다고 믿으므로 아들의 수행은 곧 어머니에 대한 효도다.
태국의 부처님은 깡말라 있다. 두툼하고 후덕한 대승불교의 부처님들과는 사뭇 다르다. 고타마 싯다르타의 원형은 풍요로움을 뒤로하고 스스로 고행과 해탈을 위해 정진한 수행자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지금 보고 있는 불상은 그러나 수행자의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비현실적일 만큼 바디라인이 가늘고 우아하다. 이는 수코타이 왕조의 건축양식에서 비롯되었다. 부처는 인간계를 초월하는 성스러움을 지닌 존재이며, 무엇보다 남성과 여성의 성별조차도 초월하는 중성적 존재라는 믿음이 수코타이 양식의 불상에 내재되어 있다.
여성의 바디라인을 연상시키는 불상에서 인도차이나반도 모계 중심 사회의 단면도 읽을 수 있다. 태국의 상속은 딸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불교 유입 이전의 토템 역시 여성 위주였고, 잦은 전쟁 속에서 가계를 유지하는 책임 또한 여성에게 주어져 왔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태국은 우리와 같은 유교문화권 국가들이 겪어온 젠더 갈등의 양상과는 상대적으로 다른 역사적 궤적을 밟아왔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심각한 젠더 갈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사회·문화적 유산을 물려받은 셈이다.
이들은 저 관능적인 불상 앞에서 손을 모아 합장을 한다. 단기출가를 통해 공통의 경험치를 공유한다. 이들에게는 최소한 불교라는 절대절명의 공통분모가 명확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수도 없이 많은 쿠데타가 일어나고, 빈부의 격차와 신분의 격차가 존재하는 이 나라에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이들을 끌어묶는 끈이 있다.
대한민국을 하나로 잇는 끈은 무엇일까.
민주주의일까, 5천 년 민족사일까, 한글일까.
훼손의 후폭풍이 곧 분열로 이어지는 이 키워드들이 과연 모두 안녕한지, 그런 생각이 앞서는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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