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함께한 조합원이 창원으로 전근을 갔다. 남쪽 끝 창원은 부천에서 5시간 이상 걸린다. 그분은 가족들과 떨어져 그 먼 곳으로 원하지 않는 전근을 갔다. 30년 넘게 일한 직장인데 생각지도 않은 일이었다.
그는 청년 시절 선박 조리사 일을 한 경력이 있었고 요리하기를 좋아하는 분이었다. 함께 밥 같이 먹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조합에서 사람들에게 따뜻한 밥을 많이 지어주었다. 조합이 사업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을 때에 밥심으로라도 살아야 한다며 나에게 밥을 지어 주었던 날들을 기억한다.
멀리간 그를 잊지 않고 있고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전할 겸. 쉽게 갈 수 없는 남쪽으로 여행을 떠날 겸. 조합 경영지원팀 네 명이 함께 그를 만나러 창원으로 떠났다. 남쪽 끝. 정말 멀었다.
동백꽃과 대우아파트
그분이 살고 있는 대우 아파트 주변에는 남쪽 지역답게 동백나무가 많았다. 크고 화려한 품종의 동백꽃이었는데, 이제 막 지고 있는 때였다.
창원 마산 어시장과 횟집거리
오후 6시쯤 찾은 마산어시장은 고요했다. 건물 대부분이 낡고 오래되었다. 조선후기에 해로를 중심으로 발달한 마산. 일제강점기를 지나 70년대까지 호황기를 누렸다. 오래된 낡은 커다란 건물과 간판은 화려한 과거의 흔적 같은 것이었다.
70년대 마산 어시장에 골목상권이 형성되었다. 수족관이 보급되기 시작한 90년대에 횟집 골목 상권이 형성되었다. 고요한 어시장의 풍경과 달리 횟집 골목은 활기가 있었다. 아무래도 물이 흐르는 수족관 소리덕이었는지 모르겠다. 그중의 한 곳으로 들어가서 참돔과 세꼬시를 먹었다.
마산 장구마을 장구항
바다 구경을 하러 마산 장구항으로 갔다. 소규모의 작은 항구였다. 작은 배가 묶여 있었고, 몇몇의 낚시꾼이 보였다. 장구항의 유일한 민박집 사진도 찍어 두었다. 가까이 작은 무인도들이 듬성 듬성 펼쳐져 있고 고요해서 바다라기 보다는 강가 같았다.
마산 콰이강의 다리
콰이강의 다리를 닮았다고 해서 콰이강의 다리라는 이름이 붙은 곳. 전쟁의 상흔이 있는 다리 이름을 그것도 바다 위에 있는 다리에, 콰이강의 다리라니 의아했다. 이 다리는 오로지 관광을 워해서만 만들어진 곳인데,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 같다. 우리는 관광 겸 콰이강다리 스카이뷰 다리를 건너, 건너편 뷰가 좋은 찻집에서 베트남콩커피를 한잔씩 했다.
창원 마산 저도 둘레길
배가 불러 좀 걷자고 한 말이 계기가 되어 저도 둘레길을 걷게 됐다. 처음엔 박정희 별장이 있고 박근혜가 방문했다는 그 저도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박정희 별장이 있던 곳은 경남 김해 저도이고, 우리가 있는 곳은 경남 창원 마산 저도이다. 생각지도 않게 바다 둘레길을 걷게 되었고, 풍경에 감탄했다. 산을 빙 둘러 바다가 보이는 비치로드를 2시간쯤 걸었다. 하산하여 마을 커피숍에서 아이스커피 한 잔으로 마무리하며, 목마름을 달랬다.
돌장어 구이
여행의 마무리는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다고 하는 돌장어 구이였다. 보드랍고 담백한 돌장어. 장어 특유의 기름진 비릿함이 없다도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나는 방풍나물, 양파, 생강, 매운 고추에 싸서 맛있게 먹었다. 꼬리 부분은 쫄깃하고 바삭했다!
그저 즐거운 만남 자체가 목적이었던 여행. 반갑고 즐겁고 맛있는 그런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