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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 Jun 18. 2023

고독이 내게로 왔다

외로움으로부터 도망치는 사람은 고독의 기회를 놓친다. 고독을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박탈당했고, 무엇을 버렸고, 무엇을 놓쳤는지조차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 지그문트 바우만


 

고독, 사전으로 찾아보니 "혼자라고 느껴 외로운 것. 외로움" 그리고, "부모 없는 어린아이와 자식 없는 늙은이"라고 되어 있다. 나의 고독은 후자와 가까울까? 아들과 남편, 시어머니와 함께 20년을 살았는데. 지금은 모두 각자의 공간으로 흩어졌다. 남편은 자본주의 사회 최고 경영진으로 일하다 모든 것을 버리고 살기 위해 농촌으로 떠났고, 시어머니도 아들밥을 해주기 위해 얼마전 부터 그 곁으로 갔다. 아들은 스무살이 되어 기숙사에 들어가고, 여자친구까지 생겨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고. 나는 이번 3월 부터 집에 혼자 있게 됐다. 같이 부대끼며 살던 가족이 흩어지고 나서 평소 느껴보지 못한 고독을 느끼고 있다.


고독은 조용하다. 고요하다. 강요된 침묵 같다. 나를 30년간 가까이 본 친구말로는 평소 너무 바쁘게 산 탓에 잠깐의 고요도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고 충고를 해주었다. 사람들 관계 속에서 무언가를 일구어 가는 나의 활동 특성상 혼자 있는 시간이 매우 적다. 그 적은 시간이나마 집에서 가족과 지지고 볶고 그렇게 쉴틈 없이 살았는데. 이제 그런 가족들이 곁에 없으니 잠깐의 고요가 나에게는 너무 큰 고독으로 다가온다.


갑자기 닥쳐온 고독의 시간 앞에서, 나는 나를 어떻게 일구어갈까를 고민한다. 고독할 틈이 없이 바쁜 나에게 이런 잠깐의 고독을 기회로 삼아 나를 살펴보련다. 강요된 침묵같은 고독이 아니라, 나에게로 걸어가는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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