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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 Jun 19. 2023

일하며, 공부하며 - 늦깎이 대학원생?

‘늦깎이’라는 표현을 쓰기 싫어서 여러번 썼다 지웠는데, 딱히 표현할 말이 없어 다시 썼다. 40대 후반을 향하는 나이에 도전하는 공부라 ‘늦깎이’라는 표현이 맞는데, 완전히 생소한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니 ‘늦깎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나에게 대학원 공부는 10년 동안 몸으로 겪어 온 일을 이론으로 체계화 하는 과정이다. 새로운 삶을 꿈꾸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지금의 일을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하기 위한 업그레이드 과정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것일까?


마침 오늘 종로 거리를 거닐면서 20년 전 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이 떠올랐다. 촛불집회, 진보, 정치, 시민, 사회변화 등등. 나에게 그런 키워드들은 너무나 중요했고, 내가 내 일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사회 변화에 내가 조금이나마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으로 단체 활동을 하고 협동조합 활동을 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됐나? 오늘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60대는 다 되어 가는 듯 보이는 분들이 학생인권조례 폐지 시위를 하는 것을 보고 절망스러웠다. 10여 년전 학교 인권을 위해 인권 교육을 하고, 인권조례를 만들던, 그 시간들은 어디로 가버렸나? 이 분들은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 걸까.


오늘 함께 거리를 걷던 지인께 우리 사회가 완전히 보수화 된거 같지 않냐고 물으니 보수화가 아니라 우경화 같다고 하신다. 이런 사회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나는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논릴와 연구를 기반하여 사회를 향해 발언하고 싶다. 20여 년 전부터 진보적인 지식인에 기대어 수동적으로만 살아왔던 것은 아닌가를 반성해 본다. 그들은 지금 어떤 모습인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어떤 멋진 ‘지식인’, ‘리더’, ‘정치인’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변화의 중심이자 주체가 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알겠다. 요즘은 1인 미디어 시대가 되어서 사람들 스스로 자기를 표현하고 하나의 중심이 되는 데에 많이 익숙해졌다. 누군가 깃발을 든다고 해서 그리로 몰려가는 세대가 아닌 것이다.


내가 하는 공부가, 내가 하는 일이, 나라는 한 사람이 조그맣게 들고 있는 하나의 깃발이 되길 바란다. 어떤 방향과 흐름, 우리가 가야할 길을 단단하게 표현할 수 있는 그런 깃발. 너무 거창한 것같지만, 아무리 작은 일을 하더라도 내가 왜 하는지에 대해 잘 알고 그 철학을 기반하여 움직이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저 자격증 하나를 따는 그런 과정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그런 역량을 갖추어 나가고 싶은 것이다. 그런 마음을 생각하며, 오늘 하루도 대학원 공부를 잘 지나쳐 가야겠다. 이렇게 의미심장한 글을 쓴다고 해서, 공부를 아주 잘하거나 매일 전투적으로 공부하는 것은 아니다. ^^: 한 걸음씩, 왜 하는지를 잊지 말고 나아가자는 다짐을 기억하고 포기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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