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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 Oct 09. 2023

오늘의 첫 식사는 맑음

휴일 아침은 여유를 부릴 수 있다.


휴일 아침 나의 첫 식사는 무엇으로 할까. 전날 산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소모임 사람들과 거나하게 먹은 지라, 아침에 눈을 뜨고나서고 아직 부른 배를 두드렸다. 허기질 때까지 기다리고 드디어 배가 고프다.  전날 만들어 둔 치아바타에 어울리는 가벼운 메뉴가 뭐가 있을까를 떠올렸다. 집에 있는 재료를 이용해 최상의 맛을 내보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토마토다. 토마토가 몸에 좋아 매일 하나씩은 먹자고 했는데 최근에 토마토가 떨어지고 나서 구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직장 근처 시장을 지날 때마다 토마토를 사려고 했는데, 품질이 좋지 않은 것을 싸게 팔고 있어서 사고 싶지가 않다. 인터넷 마트에서도 여러 번 장바구니에 넣다 뺐다를 했다. 시장에 가면 더 저렴한 토마토를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다. 그러는 사이 토마토가 집에서 떨어진 지 이주일이 다 되었다. 집 근처 시장에 다시 가보자고 길을 가다 들른 마트에서 괜찮은 토마토를 저렴하게 팔아 7800원에 구매했다. 그래서 다시 냉장고에 토마토가 채워졌다. 이 토마토를 가지고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나는 토마토 한 알을 꺼내어 씻고 대강 잘라 물과 함께 믹서기에 넣고 갈았다. 그대로 푹 익힐 생각이었다. 토마토는 익어야 몸에 좋은 영양소 라이코펜이 나온다. 푹 끓여 좋은 영양을 만들어 내어 먹을 작정이었다. 여기에 얼마 전 일본 생협에서 사 온 수프 가루를 넣어 걸쭉하게 만들어야지 싶었다. 수프 가루 레시피와 상관없이 내가 상상하는 대로 재료를 쓴다. 토마토 크림 수프라면 버터와 양파를 빼놓을 수 없다. 양파를 캐러멜라이징하여 볶은 뒤에 끓여야 고소한 수프가 된다. 냄비에 버터와 양파를 넣고 볶은 후 토마토 물을 붓고 한참을 끓이다가 수프가루를 넣어 걸쭉하게 만들었다. 나만의 토마토 크림 수프다.


이번엔, 어제 만든 치아바타를 내 입맛에 맛게 만드는 일이 남았다. 치아바타를 높은 온도로 오래 구운 바람에 겉이 딱딱하다. 부드럽고 향긋하게 먹어야겠다 싶어서 빵을 잘게 조각내고 그 위에 바질가루와 치즈를 갈아 뿌리고 전자레인지에 1분쯤 돌렸다. 빵이 부드러워지고, 치즈가 녹아 짭조름하니 고소해진다. 향긋한 바질향까지 풍미가 일품이다. 빵 한 조각을 입에 물고 씹으니, 미소가 번진다. 내가 원하는 맛을 집에 있는 재료로 꾸미고 나니, 행복감이 마음에 스며단다.


마지막으로 계란 한 알을 꺼내 프라이를 한다. 반숙을 좋아한다. 새로 산 프라이팬에 예쁜 반숙 프라이를 하려고 했는데 실패다. 계란 노른자가 깨어 넣자마자 푹 퍼진다. 신선하지 않은 계란이었나? 마트에서 자전거에 넣어 운반한 계란인데, 운반하는 사이 금이 간 계란이 있었는지, 계란 상자에 달라붙은 녀석이 세 개나 됐다. 계란이 깨진 것이 속상했는데, 신선도가 떨어지니 실망이 컸다. 탱글한 노란 계란 반숙 프라이는 상상 속에서 지우고 넓적한 계란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소금을 조금 뿌리고 후추를 뿌려 완성했다.


나의 첫 식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나를 위해 정성껏 차린 음식을 올려 두니, 마음이 맑아진다. 가장 예쁜 컷이 나오도록 사진을 찍고, 식탁에 앉아 나의 하루를 지탱해 줄 음식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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