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ngGong - 2024년 4월 10일 휴일날의 회의
서로 너무 바쁜 탓에 만나서 회의할 시간 조차 나지 않는다. 셋이서 조율하는 일정인데 만만치가 않다. 결국 투표일 오전으로 당첨. 우리는 모두 그 때가 가장 여유롭다며 투표일 4월 10일 오전 10시에 작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나는 조금 일찍 나와서 투표를 하고 차를 끌고 이곳으로 향했다. 항상 사람이 많아 북적이는 4층짜리 카페인데, 일요일 오전은 한산하다. 1층에서 커피를 사서 4층으로 올라가니 꽃과 식물이 가득하고, 심지어 참새 한 마리가 그 안에 포르르 날아가고 있다. 세상에 여기서는 카페 안에 새가 날아다니나? 하고 놀랐는데, 그 참새는 여기서 키우는 새가 아니라 바깥의 참새가 창문틈으로 쏙 들어왔던 것이다. 풀과 꽃이 가득한 향기를 맡고 왔나 싶어 신기했다.
꽃과 풀과 새만 있는 한산한 휴일 오전의 카페. 나는 제일 먼저 도착해서 내가 마실 커피와 셋이 함께 나누어 먹을 소금빵을 주문해 가지고 올라왔다. 소금빵은 갓구워서 따스했다. 사람들이 아직 오지도 않았지만, 나는 카페 안에서 꽃향기를 맡으며 내 몫의 소금빵을 아주 맛있게 쩝쩝 씹어 먹었다. 카페와 계약하여 꽃을 키우고 파는 것으로 보는 주인장 부부가 왔다갔다 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소음이 없다.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 꽃, 식물, 새, 그리고 커피와 소금빵! 이 일상의 평화를 만끽 했다. 그리고, 시간이 되어 나머지 2명의 활동가들이 오고, 셋이 됐다.
우리의 회의 주제는 부천에 공공병원을 만들기 위한 시민운동이다. 주민조례를 위해 8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서명을 받았고, 이 결과를 가지고 정치인들이 중요한 이슈로 받아들여 공공병원 설립을 추진하도록 하고 설립 과정에서 시민과 협력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 과제다. 2024년 4월 총선의 선거결과가 우리에게 아주 큰 영향을 미칠 것이었다. 우리는 결과를 예측하며, 우리가 해야할 전략을 함께 고민했다. 나는 우리의 활동은 시민의 정치다. 우리 역시 하나의 정치를 하는 것이고, 정치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우리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퍼져나갈 수 있는 적절한 타이밍과 언어, 사람과의 소통과 설득이 중요하다. 허허 벌판에 길을 만드는 것과 같다. 길은 어디서 부터 어디로 가야 하는지, 누구와 함께 만들고 누가 이용하는지 등등.
그렇게 2시간 동안 회의를 끝내며, 이렇게 여유롭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은 도대체 언제나 또 가능할까를 고민했다. 휴일이 아니고서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 정기적으로 점심이냐 저녁이냐 어느 요일이냐를 말하지만, 결국 모든 주가 가능한 일치하는 요일이 없다. 결국 회의를 마치고 다음 회의를 잡는 것으로 셋이 만날 날을 다시 정했다. 이렇게 지나온 시간이 벌써 2년을 넘은 것 같다. 젋고 유능하고 진심이 가득한 활동가를 만나서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 가는 과정 자체가 기쁘다. 게다가 이제는 내가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연륜이 쌓여서 새로운 활동가를 뒤에서 도우며 함께 가는 것도 스스로가 놀랍다.
그렇게 우리는 1주 뒤 회의 일정을 잡고, 각자의 일정을 향해 다시 흩어졌다. 회의하기 딱 좋은 날! 연휴에 만나 회의 하며 함께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즐거워 하는 사람들. 우리 이렇게 노후까지 놀듯 즐겁게 그러면서도 진지하게 길을 조금씩 만들어 나가며 함께할 수 있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