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포도나무 - 바보농장 포도
한 달 만에 다시 용기를 내어 초보운전자 안성까지 차를 몰고 갔다. 2시간 30분이 걸려 도착한 안성. 애초에 참석하려 했던 행사는 가지 못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안성집까지 도착했다. 점심 즈음으리 농협에 들러 남편과 어머니랑 같이 먹을 것을 샀다. 남편은 '고기'는 사지 말라는 말만 전했는데, 알고 보니 오늘 동네 돼지를 잡았다. 어머니 다니는 경로당에 드릴거라고 하니 거저 주셨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 강덕골 형님들 다 불러 모아 고기를 같이 구워먹었다.
형님들 고기 드시고 계실 때 남편과 나는 잠시 포도밭 하우스로 들어가 포도를 살폈다.
남편의 2년차 포도나무. 포도나무가 좀 자란 것을 살 수도 있지만, 우리 남편은 자기가 직접 키우기 위해 애기 포도나무를 샀다. 스스로 자신만의 방법으로 비료를 주고 정성을 쏟아서 키우며 나의 포도로 만들겠다고 하는 마음이었겠다 싶다. 겨우내 땅에 잘 묻어 두었던 포도를 꺼내어 두니 하우스 안에서 잎이 자라서 포도 열매를 맺어가기 시작한다. 샤인머스킷과 거봉 두 종류를 심었는데, 샤인머스킷 이파리 색이 좀 더 연하게 구분이 된다는 것이 참말로 신기하다.
열매 없는 순은 떼어 버리고, 열매맺은 순은 잘 자라라 토닥토독. 올해 열매는 그저 나무가 자라는데에 기여하도록 두는 성장 바라기 열매가 될 것이라 팔지는 않는다. 그래도, 나는 맛 볼 것이니 그냥 떼어 버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터지게 먹게 해주겠다는데 과연 어떨런지 ^^: 한 알이라도 맛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할 것 같다. 귀하게 자란 포도 한 알이 가진 성스러움이 기대된다.
포도만이 아니라 동네분들 안 쓰는 땅에 여러 작물을 심고 있는데, 그 중에 감자, 마늘, 양파를 심고 있는 땅으로 갔다. 수미감자가 예쁘게 자라고 있다. 마늘과 양파는 지인들에게만 조금 팔 정도만 심고 있는데, 마늘을 토종마늘과 스페인마늘? 두 가지를 심었다. 마늘 사이 풀이 무성하게 자라서 내가 풀을 좀 뽑아 주었다. 친환경으로키우려고 애쓰는 남편은, 이 과정을 유튜브에 담는다. 쪼그리고 앉아 어쩌고저쩌고 유튜브 찍으며 즐겁게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이번 주 안성 방문은 이벤트가 가득했다. 갓잡은 돼지고기를 맛보고, 동네 맛집 보리밥을 먹고, 갓 따다 준 두릅도 생으로 아작아작 씹어 먹었다. 차를 몰고 훌쩍 떠나서 편안하게 자연을 맛볼 수 있는 안성집. 남편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열심히 살아 주어 고맙다~ 안성 방문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