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이 부족해서 그래”
아마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 모두가 이런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학생인 나도 수십 번은 들어봤으니까 말이다. 현대 사회에서 노력은 그 무엇보다 강조된다.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은 합당한 비난 대상이 되고, 노력을 하는 사람은 인정받아 마땅하다. 최근 언론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인 “쉬었음 청년”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사실, 이 세상은 노력보단 결과를 중심으로 짜여있다. 더 높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더 좋은 성적이 필요하다. 노력의 양은 크게 상관없다. 수능 만점자가 우리나라에서 공부를 가장 많이 한 사람일까? 세상엔 수능 만점자 만큼이나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 공부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학의 간판만 보고 그들을 무시하고 깔본다.
세상이 노력보다 결과를 우선시한다면, 사람들이 노력을 중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자신의 성과를 정당화하기 위해서이다. 물론 성공한 사람들이 실패한 사람들보다 노력을 더 많이 했을 확률이 높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절대적이진 않다. 성공한 사람들은 그런 점을 망각하고 싶어한다. ”자신이 우연히 현대 한국에서 암기력이라는 재능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라는 믿음보단 “남들보다 노력을 더 많이 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라는 믿음이 더 매력적이다. 스스로가, 그리고 타인들이 그렇게 믿게 하기 위해, 사람들은 노력을 강조했다.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재능은 어쩔 수 없는 것인 반면, 노력은 사람이 조절할 수 있기에, 사회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노력을 중시해야 한다”라고 말이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노력을 하나도 중시하지 않는다면 세상 사람들 모두가 무기력하게 변해서 생산성이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 모든 결과를 노력 탓으로 돌리다 보니, 실패한 사람들이 너무 큰 고통을 껴앉게 된다. 사회에서 그들을 이해해 주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노력해서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한 것도 서러운데, 세상 모두가 그들을 노력 안 한 사람으로 보고 있으니. 게다가, 그들도 “하면 된다”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그들은 그들 스스로에게 분노하기 시작한다. 왜 조금이라도 더 노력하지 않았는가, 와 같은 질문들을 바탕으로 말이다. 결국 이 증세가 극단적으로 심해진 일부 사람들은, 스스로 생명을 끊는 것을 선택한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높은 원인 중 하나가 이것이다.
”실패의 원인이 노력 때문이 아니라면, 선천적인 재능이 없어서 그런 걸까? 이게 더 비참한데?”
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재능의 영역을 암기력과 이해력 두 가지로 한정해서 본다면, 그렇다. 그러나, 사람들의 능력에는 이 두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공감력이나 통찰력 등등 세상에는 수많은 능력들이 있다. 다만, 우리 사회가 암기력과 이해력 두 가지 능력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 문제이다. 세상은 이 두 가지가 부족한 사람을 가치가 없는 사람으로 여긴다. 그러나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 친구들 중에 나보다 성적이 낮은 친구들은 많다. 그러나, 그 친구들은 나보다 재미있어 늘 웃게 만들거나, 나보다 생각이 깊어 대화할 때마다 놀라게 하거나, 나보다 마음씨가 착해 항상 고마움을 느끼게 해 준다. 사람들은 모두 개성이 있고 저마다의 능력과 가치가 있다. 이러한 가치들은 이후 사회에 나가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능력이지만, 이상하게도 우리 사회는 사람의 성공 여부를 결정할 때 똑똑함 외에는 고려해 주지 않는다.
나는 세상이 겸손해졌으면 좋겠다.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의 밑에 있는 사람들을 무시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 대신, 사람의 능력엔 똑똑함만 있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고, 사람들의 다양한 개성을 인정해 주며 귀 기울여 주면 좋겠다. 똑똑하지 못한 사람에게도 배울 점은 많다. 아마 세상 사람들이 모두 겸손해진다면, 공부라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도 자신감을 얻고 다시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은 마이클 센델의 책 [공정하다는 착각]을 다수 참고했다. 능력주의에 대해서 정밀하게 통찰한 책인데, 미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다뤘지만 한국에도 통용되는 이야기들이 많아 재미있게 읽었다. 세상을 보는 시선을 바꾸는 책이니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